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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이런 난잡한 막장드라마를 보았나!?- 일드 끝에서 두번째 사랑

이런 난잡한 막장 드라마를 보았나!

 

-일본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 最後から二番目の恋 )-

 

 

 

http://www.fujitv.co.jp/nibanmeno_koi/index.html

 

천사(?)와 사귀게 된 사십대 독신녀

 

나이 사십대 중반의 캐리어우먼 독신녀가 고즈넉한 전원생활을 즐기고싶어 시골마을로 이사를 왔는데,

마침 그 동네가 관광마을인지라, 바로 이웃엔 멋진 카페가 있었다.

여자가 호기심에 카페안으로 들어가보았더니, 웬 산적같이 생긴 젊은 주인 남자가 추파를 던진다. 

.....들이대는 남자가 좀 황당했지만, 열살은 아래일것 같은 힘 좋아 보이는(?) 이 연하남이 싫지는 않다.

근데 이 남자....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다고....노골적으로 말하는게 아닌가.

처음에는 망설이던 여자도......젊은 영계가 고맙지 아니한가...궁하면 돈 주고도 하는데.....남자를 만난적도 꽤 오래되었으니....음음.....뭐 괜찮지 않을까....결국...하룻밤을 같이 보낸 정다운(?) 사이가 되고.....

 

원나잇스탠드 이후, 남자는 여자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제안했고, 여자는 그러마고 선뜻 응하긴 했는데....이 남자 갑자기 천사(?)생활을 청산하고 오겠다면서 당분간 시간을 달라고 하니 이건 또 뭔 소린지. 그러니까 이 남자는, 그 동안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주변의 여자는 절대 그냥 놔두지 않고 항상 밤을 함께 해주는 봉사(?)를 해왔다는 거다. 여자들로부터 천사라고 불리게 된 그는, 그 동안 돌봐주었던 여자들에게 이제 부터 한명의 여자만 돌보기로 결심했으니, 이별을 통보하고 정리하러 갔다 오겠다는 것.  (대체 천사와 짐승의 차이가 뭘까.ㅡ,.ㅡ)

 

 

 

 

어쨋든, 여자는 남자와 사귀기로 하고, 예의 카페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는데,,,,,

그 남자의 형이라는 사람이 웬지 자꾸 신경 쓰인다. 이상하게 만나기만 하면 아웅다웅..다른 사람은 낄 여지도 없이 말다툼을 하게된다.  그런데 오히려 주변에선 둘이 너무 친해보인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그 남자와 마주칠때마다 어김없이 서로 독설을 날리지만, 사실 말다툼을 하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서로 닮은점이 있는것 같기도 하고, 저쪽에서 시비를 걸어주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도 든다.  시청공무원인 그는, 꼰대같이 잔소리도 심하지만,,,실은, 죽은 아내를 생각하면서 바닷가에서 분홍조개를 줏어 모으는 로맨틱한 순정남이기도 하다. 나이 50에도 아직도 여자와 술김에 뽀뽀한번 한것 때문에 어쩔줄 몰라 소년처럼 당황하며 사죄하는, 쇼와시대(우리나라로 치면 60-70년대 신사풍일까?) 남자같다.

 

 

 

이런 황당한 드라마를 보았나!

 

그러던 어느날, 그 두사람은, 우연히 둘만이 남겨진 소파에서 키스를 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여자는, 남친의 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남자는 동생의 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둘은 술에 취해, 몇초 사이에 눈에 콩깍지라도 씌운듯, 빨려들듯 서로에게 입술을 대고 말았다.

그러나 잠시후...그들은 곧 깔깔깔 웃어댄다. 그 상황이 기가 막혀서인지, 그저 술김의 장난이라고 무마하고 싶었던 것인지....

 

얼핏보면, 이 드라마의 가족들은 콩가루 같고, 캐릭터들은 난잡한 막장드라마 같다.

사랑없는 결혼이 불만인 아줌마는 바람을 피우려 작정하고, 인터넷만남계에서 연하남을 몰래 사귀더니,

고딩 아들이 여자친구를 데려와 집에서 거시기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고....

선을 본 여자와 그 딸까지 좋다며 찾아와, 엄마와 딸을 번갈아 데이트 하게 되는 중년홀아비의 해괴망칙한 상황이라던가.....

서른이 넘어도 변변한 직업조차 갖지 못한채 큰오빠네 집에 얹혀사는 오타쿠 여자가 어느날 문득 쌍둥이 오빠의 애인인 이웃집 언니에게 사랑을 느껴 키스를 하게 되질 않나.....

  

이렇게 튕겨져 날라갈 것만 같은, 펑키하고 황당한 이 모든 상황을,,,이 드라마는 , 평범한 가족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처럼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보는 내내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박장대소 할 정도로 코믹해서 흠뻑 즐겁게 웃게 해준다. 남자 주인공 그 중년남자의- 상식적이고, 건전한, 일반적인 가장&아버지스러운- 캐릭터는 시청자 공감의 축이 되어 주변 가족 인물들의 가벼운 캐릭터와 황당한 설정에도 드라마가 날라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듯 했다. 게다가 두 중년배우의 자연스럽고 개성있는 탁월한 연기란....! 

 

 

 

인생의 종말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펑키한 캐릭터의 향연에서 단연 빛나는 것은 역시,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방송국 드라마 프로듀서라는 범상치 않은 직업을 가진,  46세의 커리어우먼 치아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자신의 일만으로 살아온 그녀는, 자신의 가족을 만들지 않은 채, 이미 더 이상은 남자에 기대어 살지 않는, 기대어 살 필요가 없는, 너무나 쿨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왔다.

그녀는 46년의 세월을 당차게 살아온, 싱그럽고 무성한 나뭇잎을 가진 커다란 한그루의 나무처럼, 

그녀에게 찾아온 한 가족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준다. 

일하는 여자들을 도끼눈으로 쳐다보는 주부들과 그런 유부녀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처녀들간의 편견과 반목에,,,, 어렸을땐 모두 똑같은 "여학생" 이었건만, 어찌하여 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변하고 말까.....라며 탄식하고....외도를 갈망하는 주부의 일탈에도 흉보지 않고 명품백과 옷 대여는 물론, 밤새 술마시며 상담을 마다않는 오지랍을 자랑하며....심지어 여자한테 받은 사랑의 고백도...당황은 커녕...차라리 남자로부터 들은 고백보다 더 좋은것 같다고 껄껄 웃으며 말하기도 한다.

 

40대 중반이 되니, 결혼을 못하는것은 두렵지 않으나, 사랑한지 오래되어 이미 화석처럼 굳어버린 자신의 마음이 걱정스럽다. 이제 인생의 끝자락에서 더 이상은 사랑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초초한 나머지 사랑하지도 않는 연하남을 애써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사랑하지 못할것 같았던 퍽퍽한 가슴에도 어느날 은근슬쩍 친구같은 사랑이 찾아와 있었다. 어쩌다가 뜬금없이 나눈 키스 때문에....치아키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연하남친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이제 홀가분히 온전히 마주보게 된 두 중년의 남녀는 또다시 정답게 아웅다웅 다투기 시작하면서 이 드라마는 끝이 난다. 항상 지금의 사랑은,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라, 인생의 끝에서 두번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여자의 독백과 함께.....

 

인생의 종말이란,  단지 나이를 먹고 늙는것이 아니고, 더 이상은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삭막한채로 살아게게 되는것이 아닐까...

중년의 사랑이란 소재를 이렇듯 자유분방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다니....한국이라면 분명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이 일본 드라마가 왜 이리 같은 40대에겐 한 여름의 냉수처럼 느껴질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