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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화장터를 다녀와서......

 할머니를 떠나 보내며...

 

 

화장터를 다녀왔다...

한 사람의 일생이 두시간만에 한 줌 재가 되어버린다ᆢ

할머니가 안계셨으면 나나 우리 가족 전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테지 ....

나는 할머니 덕분에 살아가고 있었던건데....

유년시절 나를 업어주고 달래주던 할머니의 기억은 잠시 뿐....

나이를 먹고 부턴 언제나 나는 항상 나 자신만을 걱정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모든 걱정이 저 한줌의 재 앞에서 허무하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어렸을때부터 할머니였던 할머니는, 젊었을때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는 잘 알지못하나,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가정적이고 평범한 보통 할머니로 사시기 보다는

차라리 수녀가 되는게 더 어울리셨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원래 수녀가 되려고 했으나, 이러저러해서 결혼을 하셨다고 들었다. 분명 여자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상상하기 힘든, 1930년대 그 시절 탓 때문이었으리라.

 

외정때 할아버지를 일찍 잃으시고, 오로지 신앙생활에 열성이셨던 할머니는, 아버지와도 반목이 커서, 아버지와 할머니는 만나기만 하면 싸움을 하셨다. 어린 손녀의 눈으로 볼때, 할머니는 결코 가정에서는 행복하지 않아 보이셨다.

한때 수십년간 개척교회를 나가시면서, 헌신적으로 모든 봉사를 마다않아 교회쪽에선 우리 할머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열심이셨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할머니를 기억하는, 예전의 많은 교회의 지인분들게 연락조차 못하고 보내 드리니,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쓸쓸해보여 마음이 무겁다.

 

차라리....수녀가 되셨으면 좋았을걸 그랬다.

아빠와 고모들과 나와 형제들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할머니가 좀 더 행복하게 사실 수 있었다면.......할머니에게서 수많은 자손들이 태어나 지금 살고 있지만....보기만 해도 너무 예쁜 조카 녀석도 태어났지만...우리 할머니는, 한국의 데레사 수녀님 같은, 훌륭한 신앙인이 되시는게 더 나았을것 같았다.

적어도,,,적어도 나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