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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보름동안 혼자 일본 돌아댕기기 8

보름동안 혼자 일본 돌아댕기기 8

 

후쿠오카에서의 사흘간 (1)

 : 오호리공원(お堀公園), 원조 나가하마 라면 (元祖長浜屋 ラ ー メン), 온천 만요노유(万葉の湯)

 

 

 

후쿠야마 나가사키 콘서트가 끝나고....어젯밤 늦게 도착한 하카다....이제 내일 모레면 한국으로 돌아가야한다....

보름동안의 긴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이곳 후쿠오카에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아침일찍 찾아간 곳은, 오호리 공원에 있는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이다.

 

 

 

 

일요일 아침의 오호리 공원은 조용하고, 시원해서,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 가족끼리 소풍나온 사람들...연인끼리 데이트하는 사람들....넓은 호수 주변의 벤치에서 책을 봐도 좋을....기분 좋은 곳.

 

 

시립미술관 입구에 떡 놓여져 있는 호박...쿠사마 야요이라는 작가의 작품.  로비에도 스모선수 상이 있었다.

 

시립미술관을 찾은 이유는 우키요에(浮世絵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입장료 400엔을 내고 관람을 시작. 

 

굉장히 많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미인도는 너무 아름다웠다..... 기모노의 섬세한 무늬 하나하나 표현되어 있는데 일본의 미인도는 꼭 순정만화같은 느낌.

 

우키요에가 17세기에 유행하다가 현재 일본 만화에 영향을 준것이라고 하니까 만화의 원조라고 생각해도 될듯.

 

우키요에가 1851년에 유럽에서 소개된 후, 고흐, 마네, 모네 등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우키요에 전시회외에도 시립미술관에 소장된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을 모두 감상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돈코츠 라면으로 유명하다는 원조 나가하마야로 가기 위해 아카사카역(赤坂駅)으로 가보기로 한다.

이 곳은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페이스북 일본인 친구인 N군의 추천으로 한번 찾아가 먹어 보기로 했다.

 

아카사카역에서 구글을 타고 조금 걸어가면 이렇게 목욕탕(?)처럼 생긴 가게가 나오고..... 바깥의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아 들어간다. 라면은 단돈 500엔. 

넓다란 주방안에서는 큰 기계앞에서 여러명이 라면을 만들고 있었고, 식당안은 넓은 테이블에 다같이 둘러앉아 공동 반찬을 퍼다가 먹는 공장 식당(?)같은 느낌이었는데 가족 한팀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 옆자리가 비어있길래 뻘춤하게 앉았다. 그러자, 애엄마로 보이는 아줌마가 자기앞의 주전자에서 플라스틱 공기에 물을 따라 내게 마시라고 건네준다. 역시...여긴 인정있는 서민 동네구나. 가족들은 이미 라면을 한참 먹는 중이었고 애들은 면발을 더 추가로 주문하고 있었다.

 

 

드디어 맛본 원조 나가하마라면.... 면은 쫄깃하고..진하고 구수한 사골국물이 일품이다. 약간 비린내가 나는데....이건 빨간 생강채를 듬뿍 넣어서 먹으면 된다.  값도 엄청 싸다. 관광지의 세련되고 비싼 라면과 달리 투박하고 건강한 느낌이 돋는 진짜 현지인들이 즐기는 서민적인 라면이었다. 후쿠오카에 가시는 분들은 꼭 원조 나가하마 라면을 맛보기 바란다.

 http://tabelog.com/fukuoka/A4001/A400104/40006844/

 

 

 

 

이제, 점심을 때웠으니.....

여행의 피로도 풀겸, 오후에는 느긋하게 온천에 다녀오기로 했다.

하카타 시내에 있는 "만요노유" 라는 히카에리 노천 온천인데 멀리 온천마을까지 가기 힘든 바쁜 도시인들을 위해 다케오온천의 물을 매일 받아와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하카타역 치구시 출구로 나와서 편의점 로손옆에서 무료 셔틀을 기다렸다. 12시, 13시...매 시간마다 손님을 태우러 버스가 오고, 온천이 끝나면 하카타역까지 다시 데려다 준다.

 

입장료는 1900엔(? 기억이 가물가물) 정도였는데, 기모노나 실내복 대여도 되고, 기타 타올이나 수건등의 필요한 물건이 다 포함된 가격.

 

실내로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무슨 쇼를 하는것 같다.

마침 휴일이라 가족끼리 온천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한국식 때밀이서비스도 성업중인듯했다.

층층별로 PC방, 노래방 등등이 있는 것같고 큰 식당도 있고...

한국의 대형 찜질방같은 분위기.

그러나 사람이 붐벼서인지 좀 비좁았다.

 

그저, 탕속에 몸을 담글 생각뿐이었던 나는 다른 시설들을 둘러보기가 귀찬아 온천물로 풍덩....오후 내내 세월아 내월아 따땃한 물속에서 긴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사람이 복작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도, 여러가지 시설을 잘 둘러보지 않고 대충 온천장을 빠져나왔다. 관광객보다는 일본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곳인 듯. 온천물도 그닥.  수질은 역시 시간을 내서 온천마을로 가야 좋을것 같다. ^^;;

 

 

온천으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 하나 호스텔로 향했다. 그런데 온천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던 탓에,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시간에 못마추게 될것 같아 황급히 숙소로 전화를 해봤지만, 로밍된 전화로 아무리 전화를 돌려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지역번호 앞에 0을 붙여야 되는걸 한참만에 깨닫고....겨우 전화가 연결되어, 조금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하고는 숙소를 찾아가는데....나카스가와바타역에서 내려 죽 이어진 가와바타도리 상점가를 지나가면 끝쪽에 숙소가 있다는데... 숙소 현관이 눈에 잘 띠지 않아 처음에 찾는데 애를 좀 먹었다. 

 

숙소는 수용인원이 많아서인지 일하는 직원도 좀 사무적인 느낌이었고, 도미토리방으로 들어간 순간...곰팡내가 진동해서 깜짝 놀랬다. 며칠간 비가 계속 내린데다 시장통 건물에 창문도 없어 환기가 잘 안되는 듯 했다. 침대는 커서 좋았지만 눅눅한 느낌 때문에 마지막 며칠간도 쾌적한 잠자리는 기대할 수 없을것 같다. ㅜ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는 이유는 비용도 싸지만, 현지 일본인들과 대화를 할수있기때문인데, 이곳은 여기저기 한국인들로 붐비고 있어 이곳에서 머무는 내내 사람들과 별로 얘기를 할일이 없었다. 아. 역시 여행 마지막에는 호텔을 잡을걸 그랬어...ㅜㅜ 

 

여행의 피로가 쌓여 몸이 이제는 말을 안들어 예민해진건지..총기가 떨어진건지....길도 헤매고, 숙소도 마음에 들지 않고....

우울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으러 숙소 바깥으로 나왔다.

그래도 한가지 좋은건, 근처에 웬만한 명소들이 다 모여있다는 점. 그리고 상점가의 서민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쇼핑도 좀 했고.

 

나카스의 삐까번쩍한 식당들이 많이 있었지만, 어딘가 식당을 찾아 혼자 들어가기가 괸히 부담스러워져서, 결국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들고 숙소 거실에서 꾸역꾸역 저녁을 때웠다.

주위를 힐끗보니 한국 남자애들이 한무리 우루루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한국애들이 일본애들보다 키도 크고 훈남스럽고 잘생긴듯하다. 도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일본여자애가 한국 남자애랑 사귀고 있는 친구 여자애들이 많다길래, 그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한국남자는 일본남자들보다 레이디스 서비스가 좋기때문이라고 했다. 서비스가 좋은지 어떤진 몰라도 확실이 이곳의 일본 스텝여자애들도 은근 한국남자애들과 자주 말을 하는것 같다.ㅋㅋ

 

한국 남자애들은 일본말로 지금부터 술자리 모임 간다고 일본 스텝언니에게 말을 하고, 즐겁게 우루루 숙소를 나가는데....

아...여기서 나도 누군가와 즐겁게 술자리를 하고 싶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