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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일본 소도시 나혼자 여행2- 나오시마

일본 소도시 나혼자 여행 2 - 쿠라시키(倉敷), 나오시마(直島)

 

 

1. 오하라 미술관 (大原美術館)

 

다음날 아침일찍 9시 개관시간에 맟춰 오하라 미술관으로 찾아간다.

과연 유명한 서양화가의 작품이 꽤 많았다. 쿠라시키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라고 하는데  그냥 짬봉으로 이것저것 소장품을 전시 나열한 느낌?

 

 

 

 

 

 

 

쿠라시키 뒷골목들에는 여러가지 잡화, 악세사리를 파는 가게들이 빼곡하다.

청바지의 생산지로 유명한 듯. 진을 소재로한 옷, 가방, 소품등의 가게와 아이스크림까지...

 

 

2. 쿠라시키에서 우노항을 거쳐 나오시마로

 

 

 

 

 

 

이제 구라시키를 떠나 나오시마로 가기위해 우노(宇野)항으로 가야하는데 한번에 가는 차선은 없는듯. 자야마치역(茶屋町駅) 까지 버스로 이동 후, 거기서 우노까지 jr로 가기로 한다. 구라시키역앞 버스 승강장에 자야마치까지 가는 승강장앞에 버스시간표를 보니 시간당 2대뿐이다.  340엔.

 

 

구라시키에서 버스를 타고 이십여분만에 도착한 자야마치역....조용한 시골기차역이다.  

 

 

 

 

 

자야마치역에 멀뚱하니 서있는 도깨비 상. 자야마치와 도깨비와 뭔 관련이 있는 듯?


자야마치에서 우노역까지 기차로 갈아타려고 시간표를 보니 버스시간이 한시간에 한대꼴..ㅡㅡ 역시 지방이라 배차시간이 길다.

결국 jr로 오카야마까지 가서 환승해서 가는것과 시간은 똑같이 걸린다. 그러나 차비는 320엔으로 jr보다는 훨씬 차비가 덜 든다.

도합 660엔으로 구라시키에서 우노항까지 jr보다는 2배이상 싸게 든 셈이다.

그런데 여기는 로컬라인이라 교통카드를 쓸수없다. 그냥 현금으로 차표를 끊고... 한참 남는 기차시간을 떼우기 위해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러나 역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식당같은 곳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할수없이 역전 케익가게에서 케익과 푸딩과 커피로 점심을 때움.

 

 

우노역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우노항 승선장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서양외국인들이 슬슬 많이 보인다. 대부분 나오시마를 가는 듯.

 

 

 

우리나라라면 배 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위해 승선장 근처에 우후죽순 포장마차 음식점들이 즐비했을 텐데 이곳은 음료 자판기 외에는 매점이 한곳도 없다. 가만보면 일본 어디가도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노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탓에 배가 고파 다시 길건너 편의점까지 가서 오니기리를 사와서 근처 벤치에서 꾸역꾸역 먹었다. 한곳뿐인 편의점만 사람이 바글바글......... 뭐 깨끗해서 좋긴하지만 먹는 편의시설이 없는건 좀 뭔가 삭막하고 불편한 듯. ㅡㅡ;

 

 

우노항에서 나오시마까지는 이십분정도 걸림. 사진의 배는 쾌속선. 내가 타고 온배는 빨간 점이 없는 평범한 페리였다.

 

 

미야노무라항에 도착하면 저런 빨간호박이 떡하니 항구에 놓여있다.

 

 

나오시마를 도는 100엔짜리 시영버스. 항구옆에 버스 승강장이 있다.

미야노무라항에 도착해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나서 먼저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으로 가기위해 저 버스를 타러 버스승강장으로 나왔다.

버스는 혼무라(本村)를 거쳐 고탄지 츠츠지소까지만 운행한다. 츠츠지소에 내리면 지추미술관까지 가는 무료셔틀이 대기하고 있어

바로 갈아타고 갈수있다.

 

 

 

여기서 버스가 내려주면, 티켓을 구입하고 윗쪽 도로로 조금 더 걸어올라가야 미술관이 나오는데

무슨 콘크리트 지하 참호같이 생긴 구조물속으로 들어가면 그 지하에 미술관이 시작된다.

이상한 미로같은 구조로 해놔서 길을 헤메기 딱 좋게 되있다. ㅡㅡ

마치 미래 우주선의 내부로 들어가는 느낌??

 

콘크리트 구조물 속 몇평의 땅에 식물을 빼곡히 심어놓으니 평범한 자연의 모습이 독특하게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

회화전시가 아니고 설치미술전시라 관람방법도 줄을 서서 몇명씩만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는 등 관람방법도 좀 까다로움.

 

설치미술작품들은 마치 초현실의 세계속으로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한다.  관람료도 제일 비싼 2060엔.

이곳의 전시작품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해와서 관람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쉬운 관람은 아니었음.

 

 

다시 무료 셔틀을 타고 지추미술관을 나와 노란호박을 보기위해 베넷세 하우스에서 내렸다. 역시 아름다운 섬들의 풍경...

바다 저 쪽은 다카마쓰 시코쿠가 있겠지.

 

 

 

바닷가쪽으로 좀 걸어내려가니 노란호박이 뙇~

 

 

 

사실 이번여행은 순전히 이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을 보기위해 계획했던 것.

 

한참동안을 쳐다보고 왔다. 참외같기도, 문어같기도 한 저 기괴한 호박같이 생긴 물건.

덩그러니 놓인 이상한 노란 호박이 나오시마의 한적한 섬풍경과 잘 어울린다.

 

지금도 그곳에 덩그러니 섬 한귀통이에 저렇게 놓여있겠지. 저 노란호박은....

 

 

 

 

츠츠지소 버스 승강장앞에 덩그러니 세워져있는 도리이.

 

버스를 타고 혼무라에 내렸지만 비가 슬슬 쏟아지기 시작. 저녁 6시가 다 되어가니 혼무라의 볼거리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

미야노우라(宮浦)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버스는 40분이 지나야 도착한다. 어쩔수없이 미야노우라까지 슬슬 걸어가기로 하는데

갑자기 비가 장난아니게 쏟아져 내린다.  그냥 바로 미야노우라로 돌아갈껄 왜 중간에 내렸지 후회하면서....ㅡㅡ;

 

비가 많이 쏟아지면 적당한 곳 처마에서 좀 비를 피하다가... 비가 잦아들면 또 슬슬 걷고... 

혼무라에서 미야노우라까지 커다란 코끼리가 있는 초등학교를 지나 

간간히 차만 지나갈뿐 사람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일본의 섬마을 시골도로를 한참을 우산을 쓰고 걸어갔다.

 

섬전체가 미술관인 일본시골 섬마을...그러나 섬마을 같지 않은 유복해보이는 일본의 집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어디선가 풍겨오는 맛있는 음식냄새를 맡아가며 저녁 시골도로를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저편에 미야노우라 이정표가 보인다.

 

빗길이라 시간이 오래걸렸나 원래 20분이면 도착할듯한 거리인데 40분후에나 온다는 시영버스가 미야노우라에 겨우 도착한 나를 비웃는듯 쓱 앞질러 지나간다.

 

비도 오고 어차피 혼무라에서 40분동안 기다리는거 보단 낫잖아 빗속산책도 하고....이렇게 스스로의 바보짓을 정당화? 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미야노우라의 카페골목을 뒤졌지만 가고자했던 가게는 이미 만석. ㅡㅡ 어쩔수없이 근처 다른 가게 몇군데를 기웃거리다

적당히 이자카야 겸 식당인 듯한 곳에 들어가 사시미정식으로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식당안은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맛은 그저그랬고 음식값도 싸지 않아 역시 관광지는 어쩔수 없구나 싶어 저녁 술한잔은 숙소에서 하기로 하고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3. 비오는 밤, 아무도 없는 텅빈 게스트 하우스

 

 

이미 주위는 깜깜하고 비가 내리는 섬은 아무것도 할수없는채 몇군데 안되는 식당안에만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미야노우라항엔 저 조형물만 덩그러니 혼자 밝게 서 있었다.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보니 아무도 없었다. ㅡㅡ

낯에 주인이 준 열쇠로 집안으로 들어가서 꽝꽝 현관문을 잠그고 샤워를 하는데 밤 8시반이 지난 텅빈 게스트하우스에 나혼자 샤워를 하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침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은 무덤(일본에는 주택가 옆에 납골당이 많음)인데다 일본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샤워를 하고 나오면 웬 놈이 칼을 들고 나를 기다라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상상마저 들었다. ㅡㅡ

후다닥 샤워를 하고 침대 정리를 하면서 스마트폰의 노래를 일부러 크게 틀어놓고 누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게스트하우스는 여자들만 손님으로 받는곳으로 마루에 여섯개의 침대와 부엌이 전부인 작은 별채 같은 곳이었다.

 

낯에 체크인 할때도 주인은 이곳에 상주하는게 아니고 내가 도착전화를 하자 그때서야 나타나서 이것저것 일러주고는 계산을 마친뒤, 낯에는 아무도 없으니 그냥 문을 잠그라면서 키를 주고 후다닥 가버렸다.

 

원래는 저녁에 숙소 근처를 산책하고 싶었는데 비가 오는 지금은 바깥에 사람도 하나 없고 항구는 깜깜하기만 하다.

 

비가 오는 섬동네는 딱히 할게 없었는데....텔레비젼이 딸린 호텔도 아니고, 스탭도 없고 아무도 없는 텅빈 게스트하우스에 비오는 날 밤 혼자 있다니 이런건 첨 겪어본다. 

맨정신으론 도저히 있을 수 없어 편의점에서 사온 컵사케(이건 좋았다. 이백엔 정도밖에 안하는 사케라니. 한국 이자카야에서 두세배는 줘야 마실수있는 월계관)를 홀짝 홀짝 마시고 있는데 드디어 현관에 사람 인기척이 났다. 누가 돌아온 것이다.  아 살았다....^^;;

 

첨엔 간단한 인사만 했는데 오늘밤 이 숙소의 투숙객은 그녀와 나 단 둘 뿐인것 같았다.  술도 슬슬 올라오고 안심이 되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다행히 그녀는 내 침대앞까지 와서 다소곳이 내 얘기에 스스럼 없이 사근사근 잘 받아주었는데.... 미에현에서 온 30대 여성으로 혼자 여행은 첨이며 게스트하우스도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도 없는 게스트하우스에 누군가 오기만을 엄청 기다렸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일본에 오게 된 계기부터, 그동안 갔었던 곳,앞으로 여행 계획, 일본드라마 얘기, 후쿠야마 얘기, 일본청년들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 등등....둘뿐인 숙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한 두시간쯤) 나누었다.

 

만약 우리 둘뿐이 아니고 다른 투숙객이 있었다면 그렇게 까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진 못했을 것 같다.

 

아침이 되자 그녀는 곤피라로 가기위해 섬을 나가는  첫 배를 타려고 서둘러 일찍 떠났다. 서운한 마음을 감추고 작별인사를 하고 그녀를 보내고 난 후, 텅빈 게스트하우스에 다시 혼자가 되어 침대에서 뒹굴대다가 다카마쓰로 향하는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나도 슬슬 짐을 정리하는데 그녀가 두고간 쪽지가 보인다. 만나서 좋았고, 말을 걸어줘서 감사했다. 나와의 만남이 일기일회였고, 먼저 간다고 써 있었다.

 

참...은근 감동이다. 일본애들은 이렇게 소녀스럽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자애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녀도 안풀리는 연애에 대한 고민...인생의 연을 만나고 싶어했다.    꼭 좋은 인연을 만나길 바래요. 미유키양.  외로운 하룻밤 말동무가 되어줘서 나도 정말 고마웠어요~

 

 

 

 

섬을 다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았지만, 아침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야한다.

오전에는 다카마쓰를 한번 둘러보기로 하고 나오시마를 떠난다.  원래 섬이라 배를 타고 한참 나가야하니까 출행에 제한이 있다는 걸 생각했더라면 차라리 섬에서 숙박하지않고 어젯밤 막배로 다카마쓰로 돌아가서 새벽일찍 고토히라를 갔다오면 좋았겠지만.......

 

 

 

 

독특한 실내장식으로 유명한 목욕탕 아이러브유. 실제로 돈내고 들어가는 목욕탕인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나오시마에는 안도 타다오 등 외국에도 잘 알려진 유명한 예술가의 전시작품이 있어 서양외국인들이 즐겨 방문하고 있는 듯 하다.

일본 젊은이들도 한번쯤은 이곳에 와보는것 같고.

쿠사마야요이의 호박 그림을 너무나도 이곳저곳에서 자주 봐왔던 탓에 한번쯤은 오고 싶었던 나오시마.

그러나 베넷세 하우스쪽의 럭셔리한 관광 숙소외에는 생각보다 허름하고 특별할것 없는 일본의 섬마을이었다. 

배가 슬슬 나오시마를 떠나고 있다.  안녕 나오시마...안녕 빨간 호박.

 

한시간 후 다카마쓰에 도착하면 아침식사로 우동을 먹어야지.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