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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고 풀자

아파트 입주민이 벼슬인가요?

 

 

최근,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자살해서 뉴스에 난리다.

어떤 몰상식한 미친놈한테 재수 없게 호되게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파트에서 입주민과 경비실, 관리소 직원과의 마찰은 일상다반사다.

특히 오래된 단지에 주차공간이 협소한 경우 주차문제는 고치기 힘든 만성 두통 같아서

매일같이 들끓는 민원으로 관리소는 몸살을 앓는다.

 

비단, 주차 문제뿐 아니라 모든 아파트는 단지 마다 나름의 문제들로 항상 고민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입주민들이 이런 문제들을 경비아저씨나 관리소 직원 개개인의

사사로운 문제로 트집을 잡고 불만을 확대시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다짜고짜 관리소에 전화해서 여직원에게 쌍욕을 해대고,

민원을 넣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기사가 안 오냐고 뱃대지가 불렸냐며 막말을 퍼붓는 할머니.

세대 민원 온 기사 듣는데서 지 자식보고 공부안하면 나중에 저렇게 된다며 대놓고 씨부리는 아줌마.

규정대로 차량관리를 해서 딱지를 붙였어도, 자기 비싼 차에 붙은 스티커 당장 떼라고 

난리를 쳐대는 입주민이 매일 드나든다.

관리소는 입주자회의에서 결정되야만 집행할 수 있을 뿐인데도,

허구헌날 입주민의 욕지거리를 듣는게 주 업무인 직종이다.

 

더구나 경비아저씨들은 입주민에게 일거수 일투족이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으니

초소에서 짬을 내 휴대폰 동영상을 보고 있어도, 긴 교대 시간으로 잠깐 졸고 있어도,

택배가 잘못 전달 되도 물어낼 수 밖에 없는데다,

입주민 몇 명 입방아에 오르면 바로 짤리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그것도 요즘 최저임금이 높아져서 경비를 해고하고 자동화로 가려고 하는 추세이다 보니,

아저씨들은 최저임금 올라가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경비아저씨들 이력서를 보면 화려한 분들이 많다.

소싯적에 회사를 경영했거나 가방끈도 긴 분들이 많은데,

여유가 있어 소일꺼리로 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늙어서도 여전히 벌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많은 우리 부모님 같은 분들인데

아파트 경비가 된 순간 그들은 하루아침에 머슴 신분으로 전락해

새파랗게 젊은 놈들한테 막말을 당해도 끽소리 못하고

늘그막에 하인신세가 되어 굴욕을 견뎌야한다.

 

아무리 업무상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라도 입주민들은 봐주지 않는다.

그들이 화가 나서 한마디 하면 그저 굽신거려야지

대놓고 한소리 했다가는 직원 주제에 입주민에게 대든다면서

그게 문제가 되서 짤린 직원을 너무나도 숱하게 많이 봐왔다.

그저 아파트 몇 억짜리 주인인 내가 내는 관리비로 먹고 사는 것들에게

뽄대를 보여줘야 한다며 주인행세를 하려 드는 입주자들은

자신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이게 바로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벼슬이고 대한민국 아파트 문화의 현주소다.

 

 

그러나 아무리 관리소 직원에게 경우 없게 행동하지 않는

착한? 입주민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들간의 긴장과 알력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한 동안 평화롭다 가도 큰 공사가 있고 뭔가 티끌만큼이라도 의혹이 있으면 금방 문제가 터지기 일쑤다.

입대의 회장의 비리, 혹은 관리소장의 비리를 수시로 의심하며 주민들끼리 소송을 벌이는일이 비일 비재하다.

문제는 이런게 터질때마다 고래등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건 관리소 직원들이라는 것이다.

개중에는 관리소장이나 회계 직원의 횡령 같은 문제도 있겠지만,

지 인생 망칠 작정이 아니라면 흔하게 터질 수 있는 경우도 아니고

대부분은 공사수주를 둘러싼 입대의들 간의 문제인데

아무리 지들끼리 피터지게 싸워도 결국엔 그 피해는 직원들에게 간다.

동네에서 이웃끼리 얼굴 붉히는 것보다 머슴?인 관리소 직원 짤라버리면서

손을 씻어 버리는게 피차 손쉽고 뽀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는 큰 공사 후에는 관리소장 짤리고

관리업체도 바뀌는게 상식처럼 되버렸고,

근로계약 2년을 채우면 다행이고 입대의에서 관리업체를 바꿔버리면 바로 전원 해고가 된다.

아파트 직원이 무슨 공무원도 아니고 급여도 쥐꼬리 만큼인데

장기근속 퇴직금은 남의 나라 얘기이고, 입주민을 잘 만나야 명이 길고?

늙고 갈데없는 직원일수록 입주민에게 아부?하면서 줄타기를 해야하는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이 바로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이다.

 

문제없는 아파트는 없다.

뭔가 잘못됬다고 생각하면 소장이나 입대의를 찾아서 관리체계를 따지고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그럴 만큼 열의가 없거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접어야 한다.

아파트는 공동사회이며 참을성 있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가며

절차적 행정과 동네 민주주의를 실천해 가야하지만,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대한민국 대다수는 아파트 입주민이고,

자본의 약육강식 속에서 찌들어 온 인간들이 자기 보다 약한 계층의 인간들을 착취하는

동물의 왕국이고 자본주의 왜곡된 정치의 축소판이다.

 

 

아파트에서 십년넘게 일해왔어도 아파트 한 채 가져본적 없고,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누구나 손쉽게 돈을 버는데

아파트 청약 권리금 이권 챙기는 방법도 모른채

병신같이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쥐뿔만큼도 가진게 없는 나는

차라리 대한민국 아파트가 모두 임대였으면 좋겠다.

사유재산을 철폐하던지 번 돈의 절반을 세금으로 왕창 몰수하던지~

아니면 갑질하는 인간들 자신을 좀 돌아보고 개과천선해서

쬐금이라도 숨통 트이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보던지.

어느쪽도 현실성은 없으니

팍팍한 현실에 담배만 줄창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