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드라마

러브스토리는 없어도 연인은 있다 --콜센터의 연인


러브스토리는 없어도 연인(人)은 있다.
--일드 콜센터의 연인--




일단 팔고나면 뻣뻣한 우리나라 판매원

며칠전에 친구가 모 회사의 휴대폰을 새로 구입했단다. 금요일에 회사로 휴대폰이 도착, 평소 갖고 싶었던 최신기종이라 룰루랄라 신이나서, 퇴근 후 집에가서 커버를 뜯고 메뉴얼대로 기존휴대폰의 칩을 새 휴대폰에 넣고 사용을 해보는데... 통화가 안되더란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 일찍 대리점에 가지고 갔더니, 직원왈, 기계가 고장났다면서 AS센타에 본인이 직접가서 접수증을 받아와야 된다고 하더란다.
바로 어제 받은 새 휴대폰이 문제가 있는 것인데 무슨 AS를 받아야 하는 거냐, 다른거로 그냥 바꿔달라고 했지만 규정상 어쩔수 없다며 AS센타의 접수증을 가져와야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란다. 
어쩔수없이 토요일 12시까지 마감이라는 에이에스 센타를 부랴부랴 찾아 가서, 긴 줄을 서서 몇시간을 기다리다 겨우 접수증을 들고 왔더니, 고장이 아니라고 하더란다, 그리고 기존에 쓰던 휴대폰 칩과의 문제가 있어서 당장 정상통화는 어려울 것 같으니, 월요일날 다시 가지고 오라고 하더란다. 그러자 친구는 당장 급한 전화가 올곳도 있고, 너무 기분이 나빠져서, 다 취소하겠다고 말하고 그냥 나와버리고 말았단다.

" 무슨 똥개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AS센타까지 가서 토요일 오전시간을 다 허비하고도 문제가 해결이 안되는데 직원은 계속 뻣뻣하게 굴더라구. 나참 너무 화가나서 말이지~ " 

" 그러게, 화날만도 하네. 고객의 기분도 좀 생각해서 말이라도 공손하게 해주면 좋았을텐데. 서비스정신이 부족한거 같애. 무조건 팔고나면 그만이야~ "

 


일본드라마 "콜센터의 연인"  

친구의 푸념을 듣다보니, 일본드라마 "콜센터의 연인"이 생각났다. 
누구든, 어느 콜센타던지 전화한번 안해본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정작 콜센타에 가봤거나, 그곳에선 어떤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본적이 없었기때문일까. 게다가 TV홈쇼핑회사라는 것도 흥미.
오늘은.....괜찮은 일본의 직업 드라마 한편을 소개한다.



드라마의 시그널에는, 항상 이런 말이 나온다. 
" 100년에 한번 있다고 하는 불황속에서 경이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는곳이있다. 그곳은 TV홈쇼핑....
사람들은 간단히 채널을 돌리며 순식간에 지갑을 열어버린다. 왜 한번 보면, 사지않곤 못배기는 걸까?
왜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버리는 걸까? 오늘도 홈쇼핑방송이 사람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빛이 있는곳엔 그늘이 있는 법, 직접 만져보지 않고 사는 쇼핑에는 문제도 있다.
이 이야기는 그 항의에 맞서 싸우는 프로들의 어느 여름의 기록이다......."

화려한 입담으로 남극에서 냉장고를 팔고, 하와이에서도 난로를 판다는 판매의 여왕, TV홈쇼핑의 여성진행자....홈쇼핑회사의 사장마누라이기도 한 그녀에게 찍혀, 하루아침에 도쿄에서 시골오지의 콜센타로 좌천되어 온, 장래가 촉망되었던 한 젊은 남자 사원이 있었다.


콜센타로 좌천된 남자사원은 그곳에서 한 여성 콜센터 직원을 만나게 되는데....


홈쇼핑 방송이 나가자마자, 여기저기서 주문전화가 쇄도한다. 아,,,홈쇼핑 주문은 이렇게 받는구나.ㅋㅋ



판매가 시작되고 나면, 클레임등의 전화도 쇄도하기 시작한다. 클레임 전문 프로 상담원들이 구석진 방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이거야 말로 욕을 먹는 직업의 대명사가 아닌가....문제 일으키는 사람 따로 있고 욕먹고 사과하는 사람 따로 있고...이름하여 콜센타...ㅎㄷㄷㄷ


그런데 이곳 콜센터에 퇴근도 하지 않고 콜센타에서 살다시피하면서 24시간 전화를 받고 있는 한 여성상담원이 있었다. 그녀는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에도 자다말고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마치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처럼....그녀는 평상시 사람에게는 무뚝뚝하기 짝이 없으나, 전화를 받을때면 상냥하기기 그지없다.
 대체 저여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완벽한 클레임 상담을 위해서, 그녀는 홈쇼핑에서 팔고 있는 수만가지 상품을 전부 시험해본다. 
명란젓을 팔면, 밥을 지어서 반찬으로 직접 먹어보고, 다이어트 댄스비디오를 팔면 직접 댄스를 해보고, 골프채를 팔면 직접 휘둘러본다. 본사에서는 팔고나면 폐기해버리는 오래된 제품까지도 콜센터의 창고에는 차곡차곡 항상 보관한다. 몇십년후에 전화가 걸려올지도 모르기때문이다. 판매한 물건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상품의 클레임과 직접 관계가 있던 없던, 그녀는 콜센타에 걸려온 전화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무 문제도 없는데 콜센타에 전화를 하는 사람은 없다. 크던작던, 전화를 건 사람은 각자 현재 나름대로의 불만과 문제가 있기 마련...그녀는 단지 상품에 대한 것뿐 아니라, 다급한 위기에 처한 사람, 곤란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돕고, 구하기도 한다. 그녀는 홈쇼핑 콜센터 직원이 아니라, 마치 사랑의 전화, 생명의 전화, 위기의 전화 상담원 같은 포스를 발휘한다.

게다가 항상 고객의 불만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문제가 있는 고객에게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불량상품에 대한 클레임뿐아니라, 홈쇼핑 본사의 과대광고에 속아 화가난 고객을 위해 허위광고를 중단할것을 본사에 요청하기도 하고, 본사의 업무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기업이 해서는 안되는 부도덕한 문제에 대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녀를 중심으로 콜센터의 모든 직원들은 이렇게 열심히 상담을 하고 있었다. 

본사에서는 고객의 욕을 대신 먹어주고, 불량상품이나 회사의 잘못을 대충 무마해주기만을 바랬던 콜센타의 목소리가 커지자, 골치아픈 콜센타를 없애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지역의 주민에게 큰 일자리였던 콜센타는 없어질 위기에 처한다.

콜센터 직원으로 발령난 남자는,대체 왜 물건을 판매하는 콜센타에서 메뉴얼이나 잘 설명해주고, 대충 사과하고 끝내면 될 민원들을, 그렇듯 시시콜콜 신경쓰며 민원인들의 곤란한 상황을 도맡아 해결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콜센터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면서 웬지 모르게 점점 생각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본사에서 기획했던 상품이 콜센타에서 어떻게 고객에게 불만과 문제를 일으키는지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그 동안 대박만을 찾아 많이 팔리는것만을 고민해 왔던 그가, 좋은 상품이란, 많이 판매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이롭게 쓰여지느냐가 중요한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콜센타가 기업에서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도쿄본사로 돌아가고 싶었던 남자는, 결국, 본사에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콜센타를 지키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갑자기 콜센타의 그녀가 사라져버리고...남자는 그녀가 돌아와주기를 바라면서 콜센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콜센타의 연인은 만인의 연인이었다?

콜센터에 걸려온 다양한 전화사연들과 매회의 에피소드를 콜센터에서 해결해가는 스토리의 드라마였는데,
생산과 판매만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서비스정신이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주는 드라마였다. 

나는 콜센터의 연인이라고 해서, 두 주인공 남녀가 당연히 연애를 하는것인줄 알았다. 아마 한국드라마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이로 만들었겠지만. 과연 일드답게 전혀~ 기대와 달리, 너무나도 쿨하게....이 둘의 관계는 연인사이로 발전하지 않았다.
콜센터로 좌천된 남자는 이 여자가 돌아와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것은 그녀가 콜센타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였기 때문이고,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는 콜센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콜센터일에 헌신적이고 열심이었던것은, 아버지의 죄값을 치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클레임 사기범이었고, 어렸을때 헤어진 아버지의 전화가 오지 않을까 콜센터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주인공들은 연애도 하지 않았건만, 이 드라마의 제목에 연인이 붙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인간은 어렵고 힘들때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낮이나 밤이나,....
전화를 걸면, 언제나 따듯하고 진지하게 전화를 받아주고 나의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그녀가 있다.
콜센터의 그녀는, 아마도 만인의 연인(人)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