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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항상 연애하느라 바쁜 한국드라마속 여인들


 

항상 연애하느라 바쁜 한국드라마속 여인들

-한드,아직도 사랑하고 싶은 여자 vs 일드, 아라포(around 40)-





아직도 결혼하고 싶으면, 연하남을 잡으라고?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꽤 있었던 같지만, 여자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별로 본적이 없어서였을까. 나름 흥미있게 봤지만....열 살이나 연하인 남친과 그 남친의 엄마가 전 남자의 애인이 되는 설정이 황당해서였는지 변변찮은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린 “아직도 사랑하고 싶은 여자” 란 드라마가 있었다.


노처녀들끼리 자취방에 모여 앉은 세 명의 여자들....막걸리를 마시면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직장에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남친과도 헤어지고, 20대를 열심히 살았건만, 남자들의 세계를 뚫고 나가기엔 아직도 성공의 길은 멀기만 하고...결국 서른이 넘은 지금 노처녀딱지가 붙은 명퇴 일순위가 되어 버리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팔팔한 젊은것들 앞에서 매일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다가 이대로 처녀귀신이 되 버리는건 아닐까....삼십대 중반이 되어버린 우리를 남자들은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아...왜 남자들은 나이 많고 잘 나가는 여자보다 어린여자를 더 좋아하는 걸까. 그래도 어딘가엔 나를 사랑해줄 남자가 나타날 거야. 돈많고 능력있고 시누이는 없고 효자도 아니고, 장남도 아닌 근사한 남자가....


이 여자들의 푸념을 듣다보니 지나간 처녀시절도 생각나고....좋은 남자 만나게 해준다는 점쟁이 말에 넘어가  단체로 빨간 옷을 입고 굿판을 벌이는 나이만 먹었지 하는 짓은 십대 여고생같은 저 여인네들이 하도 재밌고 귀여워 어떻게 될까 끝까지 닥본사 했으나......

결국, 여인네 한명은, 인생관이 딱 맞는 남자와 만나 결혼하고도, 결혼생활이 주는 새로운 갈등에 고민하다가, 임신을 계기로 대충 현실과 타협하며 참고 살아야지...가 되버리고...

여인네 한명은, 열 살이나 어린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되어, 헤어지니 마니 씨름을 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고....또 한명의 이혼한 사십대 여인네도 우여곡절 끝에 연하의 총각과 만나 새 출발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어쨋거나 다들, 파토 안내고 해피스러운 마지막을 보여준건 좋은데....어째 끝나고 나니 공허한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저 연하의 남자들이란, 마치, 신데렐라 앞에 나타난 요정의 선물 같아서 말이지....

사회에서 제 밥값 좀 하는 나름 성공한 직업의 삼십대 언니들이 모여서, 어린 여자만 좋아하는 남성들과 여자의 사회생활을 가로막는 장애들을 비판하는가 하더니.....이건 무슨 십대 소녀도 아니고 결국 연하남이 새로운 왕자님이라고 말하는 건가???? 결혼 이후의 여성의 삶이라는 끝나지 않은 숙제는 귀퉁이에 꼭꼭 묻어둔 채로? 게다가 이십오년동안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던 사십대 언니까지도 다시 연하의 남자를 물어서 새 출발을 하는구나. 글쎄...과연 남자만 잘 만나면 다시 행복해 질 수 있는 걸까?


물론,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은건 세상 모든 여자의 로망이고...연인이야, 열 살 연하 일 수도 있고, 복잡한 관계가 얽힌 곤란한 인물일 수 도 있다.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설정이야 그런대로 봐 줄 수 있겠지만.....자취방에 모여앉아서 언니들의 사회생활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던 때까지만 해도 현실의 진지함이 묻어나 공감할 수 있었건만,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게 대체 뭔지? 드라마 제목처럼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차라리 주변의 연하남을 잡으라는 건가? 아니면, 극 중에서 유일하게 남자에 초연한 채 독신을 고수하며 럭셔리하고 고고한 부기처럼 살라는 건가?

자취방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푸념하던 세 언니들은 어렸고, 솔직하지 못했고, 아직 하지 않은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나이 먹은 여자가 시집가기 힘든 건, 입에 맞는 떡이, 높아진 눈에 맞는 남자가 없기 때문이고, 결혼은 연하를 만나건 연상을 만나건 절대 사랑의 낭만열차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그리고 중요한 건 바로 그 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드라마는 연하의 애인을 만나게 해주면서 끝을 내지만......그녀들은 아마 결혼 후에 다시 만나 막걸리를 마시며 푸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이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니? 혼자 살아...속편하게~



일본드라마 아라포?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삼십대 여자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사십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라포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신조어 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일본에선 아라포라는 말이 사십대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혼자 온천여행을 즐기면서 평화로운 독신을 즐기던 여의사는 자신에게 다가온  연하의 남성을 사랑하게 되지만, 끝내, 자신의 일이냐 결혼이냐를 두고 고민하다, 끝내 자신의 길을 걷는다. 

또, 한 여인은 돈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려고 노력했고, 결혼으로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키려고 했다. 결국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완벽한 커플이 되었지만,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불행의 원인은 결혼에 대한 자신의 허영과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임신까지 하게 되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워킹우먼으로써 다시 열심히 살아간다. 

한 여인은 남편과 자식에게 무시받는 가정주부로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주변의 남성을 짝사랑하기도 한다. 점점 수그러드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직업세계에 뛰어들면서, 성공하게 되나, 남편과의 불화가 심해져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남편이 정리해고가 된 것을 알고 마음을 바꾸고 남편과 함께 앞으로의 어려운 생활을 함께 헤쳐나가리라 다짐한다.


단지 11편에 불과한 드라마였지만, 성공한 독신여성이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과 자신의 결혼까지도 거래를 해버리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 보여주는 허영심,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가정주부의 정신적인 방황과 가족의 의미에 대한 재발견까지.....삼사십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담하고 차분하면서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더구나 이 여자들은 남자의 사랑과 결혼보다는, 의사로서의 자신의 길을 걷는 길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기 위해서, 애 딸린 이혼녀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거나, 가정주부에서 남편대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녀들 누구하나 남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직껏 한국드라마에서 사십대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온 것을 본적이 없다. 있다 해도 아침, 불륜 드라마정도일까? 게다가 항상 연애하느라 바쁜 한국드라마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마다하고 혼자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언가를 결심한다던가 하는 스토리는 아예 본적이 없다. 

아직도 인생의 한창시절인 삼사십대에 자신의 인생을 보다 후회없이, 당당하고 자신있게 살고 싶어 노력하는 여성들에겐 꽃미남 로맨스 보다 이런 드라마가 더 와 닿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