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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기무라타쿠야 10편의 일드와 한국드라마


기무라 타쿠야 드라마에 빠지다.

웬만한 사람은 다 봤다는 기무라타쿠야 드라마를 최근에야 섭렵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그의 대표드라마 10개...
대다수가 10회로 끝나는 일본 드라마는 한나절 한꺼번에 몰아서 보기에 딱이다. 홀로 컴앞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갈데없는 주말을 때우는데는 아주 그만 이었다.
재작년 한국에서 상영한 히어로 영화광고에서 처음 보았던 그 잘생긴 일본남자...
십여년이 넘도록 일본여자한테 제일 인기있는 남자라니...호기심에 그의 드라마 "체인지"를 보고 나니 한국드라마만 봐왔던 내게 미지의 신대륙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제사 뒷북친거지...원래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법...일본드라마가 가진 소재의 다양성과 탄탄한 스토리의 매력을 발견했다. 평소 일본 노래 따라부르는 애들이 좀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던 내가 일드에 흥미를 갖게 될줄 생각이나 했을까. ㅋㅋㅋ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은??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일본인이 누굴까 검색을 해봤다. 1위가 고이즈미였고 대부분 정치인이나 스포츠선수였는데 기무라는 6위를 차지했다. 연예인으로서는 두번째인데 첫번째가 4위를 차지한 아오이소라..(아오이소라가 누구인지 처음 알았다. ㅡㅡ;)하지만 그녀는 야동계 스타라니 어쨋든 메이져 연예인 중에선 기무라가 제일 유명하다고 봐야겠지.  의외로 기무라의 명성에 비해선 지못미 수준이다. 한국내 일본문화개방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겠지만. 
기무라라는 성때문에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돌기도 하고 한국사람을 좋아해 유창한 한국어실력을 자랑하는 초난강보다 더 유명한 기무라는 정작 한국에 공식팬클럽하나 없지만  아마 웬만한 사람들은 그의 이름 정도는 한번씩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딸이 둘이나 있는 올해 38세의 아저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꽃미남에 출연작마다 기대를 갖게 만드는 그의 대표 드라마 10편을 방송 연도순서로 정리해본다.

1. 롱 베케이션 (1996)

기무라타쿠야는 원래 쟈니즈 소속의 SMAP이라는 그룹의 아이돌가수 출신이지만 1989년 데뷔 이후에도 드라마 출연을 많이 했다. 현재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기무라의 대박 드라마 10개 중 첫번째가 바로 1996년의 롱베케이션이다.
되는일 없이 방황하는 청년시절...그 시기를 긴 휴가-롱 베케이션이라 생각하자..는 대사가 나온다.
되는 일이 없을땐 차라리 마음을 느긋하게 먹자는 말씀...
첫장면부터 마치 영화 졸업을 떠올리게 한 사진속의 야마구치도모코...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기무라와는 실제로 6년 연상..이 드라마를 끝으로 결혼해버리고 은퇴했다는데....지금은 45세...어찌 변했을라나...
쾌할하고 씩씩하고 재밌는 미나미의 캐릭터는 다시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삼순이 정도쯤 되려나.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미묘한 남녀의 감정선...남동생뻘 애인과 누나가 보여주는 코믹하고 푸근한 사랑...불꽃을 배경으로 했던 키스장면과 마지막에 서로의 이름을 고래고래 소리질러 부르며 부등켜 포옹하던 키스장면....잊을 수가 없다. 지금 다시봐도 므흣...트랜디드라마의 레전드되시겠다.
 
2. 러브제너레이션 (1997)

97년 일본에서 시청률 40%를 기록했다는데....롱베케이션과는 달리 샐러리맨으로 등장한 기무라의 스타일리쉬한 분위기와 마츠다카코의 마술 연기가 인상적이다. 다카코의 자취방 주식은 신라면이더라.ㅋㅋ 10년전 일본인데 첫 장면부터 원나잇스탠드가 나온다. 물론 주인공 남성의 자유분방함과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한 설정이긴하지만...그래도 한국이었으면 어림없었을 듯...
날라리같은 긴 꽁지머리였던 기무라가 드라마 중반에 다카코한테 머리를 싹뚝 잘리는 장면이 쇼킹했다...우리나라의 김민종이 나왔던 미스터 큐나 에릭이 나왔던 신입사원이 생각나는 드라마다. 한 직장에서 만난 남녀의 사내 연애담. 여자가 먼저 좋아하다 지치고 남자가 나중에 뒷북쳐주는...삐지고 힘들다가도 좋아죽겠다는 그렇고 그런 젊은 것들의 연애 줄다리기...그리고 커플들은 어떻게 결혼에 골인하는지? 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두 남녀의 사랑을 방해하는 극적인 사건이나 외적인 압력이 나열되는 형태로 전개되는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일드에선 두 남녀의 연애를 방해하는 어떤 극적인 사건은 없다. 단지 두 남녀의 심사가 일상속의 사소한 에피소드 속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짜임새 있는 전개과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리 연애감정을 유발시킨다. 섬세한듯 사소하면서 일상적인 것에서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일드의 장점인듯. 헐리우드풍의 낭만도 있다. 마지막은 항상 키스장면이며 도시 한가운데 전광판에 사랑한다는 고백을 띄운다. 서울에도 이거..가능한지 모르겠다? ㅋㅋㅋ

3. 뷰티풀라이프 (2000)
기무라는 10편의 드라마 마다 주인공의 각각 다른 직업의 세계를 보여준다. 일드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가 이런 다양한 직종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샐러리맨, 피아니스트, 검사, 파일럿, 럭비선수, 카레이서, 요리사, 기업가, 심지어 총리까지...2000년의 이 드라마에선 미용사로 등장한다. 흔하지 않은 드라마 속 직업이라 가위질하는 기무라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성과의 사랑이야기. 조제,호랑이..의 사토시는 여자를 버렸지만 기무라는 끝까지 함께간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불편하고 힘든것이라는 걸 비장애인들에게 새삼 느끼게 해준다. 장애인을 다룬 드라마가 많이 나와줘야하는데....불치병에 걸려 죽은 여자의 시체를 정성스럽게 화장해주는 미용사 기무라타쿠야.....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넘치지 않는 담백하고 잔잔한 감동을 준다....시그널 영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드라마도 뷰티풀....기무라도 뷰티풀...


4. 히어로 (2001)
웬지 만화나 80년대 미국외화시리즈를 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일드는 배경음악으로 팝송을 자주 쓰는것 같다. 게다가 드라마 제목들도 거의 영어라는것. 확실히 일본은 동양이면서도 서양유럽의 흔적을 많이 따르는 듯. 
쿠리우검사야 말로 기무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기무라가 구도시즈카와 깜짝결혼을 발표하고나서 인기가 사그러들것이란 우려를 깨뜨려 버린게 이 드라마.. 2007년엔 이병헌도 출연시킨 영화판까지 나왔다. 
홈쇼핑매니아에 당근색 파카잠바를 입고 검찰청에 출근하는 중졸 검정고시 출신의 괴짜 검사 쿠리우와 제각각의 캐릭터와 설정을 가지고 있는 8명의 검사와 사무관들이 매회 마다 다른 사건을 해결한다..검사들중 두명은 서로 불륜관계였는데 검사가 저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통죄...(그러고 보니 일본엔 그런게 없겠구나. 이거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회교국가뿐? ㅡㅡ;) 양주빠같은데 기무라가 달라는 건 뭐든지 다 꺼내주는 그 술집아저씨 이름을 알수가 없다. 험상궂어 보이지만 웬지 친근한듯 제일 인상적인데. 저 아저씨 대사는 하나뿐..." 아루요.(있어요)" 이게 유행어가 됬다지 아마.
우리나라도 영웅캐릭터 드라마 하나쯤 나와줬으면 좋겠다. 아. 그러고 보니 70년대에 최불암 아저씨의 수사반장이 있었구나. ㅋㅋㅋ

5.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2002)
기무라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거의 소영웅적인캐릭터인데 요리사 료는 악마같은 나쁜남자로 나온다.  뭐든 한번보면 다 기억하는 초능력과 여자꼬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추고 살인교사를 하는..그러나 선량한 미청년의 얼굴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집착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마력을 지녔다.
근친상간에다 갑자기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질 않나 고층빌딩에서 투신자살을 하질않나...어찌 보면 이것도 막장드라마같기도 한데 다음회가 어떻게 되는지 숨을 죽이고 보지 않을 수 없어 단1초의 클릭질에도 조바심이 났었다...결국은 여주인공 후카츠에리와함께 몽땅 죽어버린다....낭만적인 제목에 낚여 아무리 봐도 왜 하늘에서 별이 내려왔는지 왜 일억개인지 알수 없더만 마지막 장면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는 산마상의 독백 "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로 얼버무리고 말더라. ㅡㅡ;
이 드라마를 보고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한동안 너무 우울했었다. 그 중독성강한 배경음악이 나오면 지금도 소름이 돋을것 같다......ㅜㅜ


6. 굿럭 (2003)


여주인공이 비행기 정비공으로 나오다니..그것도 아주 무뚝둑한 시바사키코우로...ㅋㅋㅋ 10편의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들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롱바케에선 소심한 피아니스트와 활달하지만 한물간 모델...제너레이션과 히어로에선 뺀질뺀질한 기무라와 떼구르르 굴러가는 날달걀같은 다카코...뷰티풀에선 도서관사서와 미용사...굿럭에선 파일럿과 여성정비공...
파일럿들의 세계, 비행기여승무원들의 일상, 항공사에서  벌어
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비행기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도 아니건만 십여년을 죄책감에 시달려 결혼도 안하고 냉혈한처럼살아가는 사람의 캐릭터라는 건 역시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며 살아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일본이기 때문일까?? 
윤손하가 드라마전개와는 별 상관없이 까메오처럼 등장한다. 이웃집의 정신나간 한국여자로..ㅡㅡ;
파일럿제복을 입은 기무라에게 우체부라고 부르더니 마지막장면이 압권이었다....여승무원으로 변신해서 기무라의 스토커가 되는 윤손하.. 


7. 프라이드(2004)
대한민국 대박드라마 꽃남에서 구준표의 하키장면을 보던 많은 사람들은 프라이드의 기무라를 떠올렸다. 박진감이 넘치고 흘러 심장이 쾅쾅뛰는 전율을 선사하는 스포츠 드라마. 가슴에 손을 얹는 포즈.
May be라는 대사...퀸의 노래....많은 한국인들이 기무라의 드라마중 프라이드를 추천한다. 그러나 10개 드라마 중 가장 삐딱하고 보수적인 남자로 나온다. 어렸을적 엄마가 가정을 버리고 나가버린 아픈기억이 있는 남자 하루. 좋아하는 여자도 2년이나 소식없는 남친을 기다리는 아키같은 스타일에 꼿힌다.
일드속의 가족은 때론 너무 가혹하고 고약스럽다. 그동안 소식한장 없던 집나간 엄마가 십여년만에 스포츠 스타로 성공한 아들을 찾아와 새삼스런 모성애를 보이지만 결국은 돈때문...엄마가 더이상 엄마가 아닌 단지 여자일뿐이라는 것을 느끼는 버려진 아들의 심정은 어떤걸까. 따듯한 아키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하루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애인에게 선물하는 목록중 하나가 자취방 열쇠라니..ㅋㅋ 러브호텔이 필요없는 독신생활이 보편화된 일본 젊은 남녀의 연애 풍속도를 보여준다. 또하나 잊혀지지 않는 명대사...."프라이드를 버리는 것도 프라이드가 필요한 일이다."  멋지고도 맞는 말이지 않은가....

8. 엔진(2005)
개인적으로 기무라의 10편중 이 드라마를 제일 좋아한다. 화려하고 스피디한 카레이서와 누추하고 지루한 고아원이라는 설정도 흥미롭고 사재를 털어 복지시설을 지어놓고 우는 아이를 등에 업어 키우는 일에 인생을 바치는 사회사업가와 가방끈만 길었지 어떻게 아이들에게 다가가야하는지 전혀 모르는 신출나기 사회복지사를 보는것도 흥미로웠다.작위적인 캐릭터가 아닌 철딱서니 없는 제멋대로 사는 카레이서 지로라는 인물에게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어가고 그를 따르게 되는 과정은 그 어떤 선생님도 보여줄수없는 강한 희망을 가르쳐준다.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진채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순수한 얼굴을 마주하다보면 어쩔수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런 종류의 휴머니즘 드라마가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겠지만.....마지막 레이싱 장면에서 퍼진 차를 결승점까지 낑낑끌고 가는 지로에게 관중들이 보여주는 기립박수장면은 좀 오버스럽다...노다메의 엽기발랄 우에노주리가 아닌 칙칙하고 차분한 보육원 소녀 우에노를 볼 수 있다. ㅋㅋ


9. 화려한 일족 (2007)
삼십대중반이 된 기무라가 슬슬 청춘드라마를 졸업하는것 같다. 러브라인 하나 없는 대하드라마에서 재벌 기업가로 등장한다. 곱슬거리는 노란머리 염색물을 빼고 곱게 빗어 넘긴 머리에 복고양복을 입어주시니 강마에 버금가는 수트간지 작렬하고 반듯하고 중후한 미중년의 매력이 철철 넘친다.
드라마속 60년대 세트와 그 많은 엑스트라를 인건비쎄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어떻게 찍었을까 싶었는데 상하이에서 촬영했단다. ㅋㅋ 아버지역할의 기타오오지켄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언뜻 한국배우 김무생씨가 생각난다.(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불륜이라 절대 한국에선 리메이크가 불가능하겠지만) 돈과 권력을 쫓는 냉혈하고 고약한 카리즈마..정경유착과 패륜적 가족사의 희생양으로 장래유망하던 청년기업인 하나가 자살한다. 노동자들에게도 추앙받는 인간적이고 바람직한 CEO의 모습이 다소 상투적이고 유치한듯하나 어쨋든 건실하고 바람직한 기업가 만표텟베이를 표현하기엔 충분했다. 그렇듯 모두에게 추앙받는 인물이었던 그의 자살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잘 드러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유능한 기업가가 되고 싶어 열심히 살아왔던 그였지만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부성애 결핍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이슈였으며 딜레마였다는 것.. 마지막 반전은 친아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것이었지만  죽기전까지 그렇게 미워하던 아들의 소원을 그제사 죄다 들어주는 인간의 실체가 한없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그가 친아들인지 아닌지 뭐가 그렇게 중요했단 말인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오던 사람들이 아니던가..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란건 없다. 카인과 아벨 이후 인간이 자신의 형제들에게 가해왔던 부끄러운 증오의 역사들...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는  오늘도 여전히 반복된다.. ㅜㅜ
 
10. 체인지(2008)
일본총리가 된 초등학교 뽀글이선생님이야기...현실 정치판의 모습을 한 국민의 시각에서 비판하고 나름의 대안 정치인의 모델을 제시한 이 드라마를 보고 너무 부러웠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언론이 숨을 죽이고 좌우의 이념논쟁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고 정치적인 문제에 쏟아낼 말들이 너무나 많고 민감한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정치드라마는 아직 다른 나라에서만 볼수있는 것일테니까...일본 세습정치의 문제와 여러 사회문제를 알수있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다.
일본 최고 배우 기무라타쿠야...백년만에 한명 나올까말까한 인물이라고도 한다.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것 같기도 하고 남녀를 불문한 호감형이며 전혀 미워할수없는 매력을 지닌것 같다. 그래선지 많은 드라마에 출연해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천의 얼굴을 가져 그 캐릭터에 녹아진 배우로서보다는 기무라타쿠야라는 존재 자체로 드라마속에 살아있는것 같다. 그는 배우보다는 가수로 무대에서 노래할때가 더 기무라다워보인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제 2009년 많은 사람들이 다음 그의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그가 보여줄 새로운 드라마가 몹시 기다려진다.

왜 한국드라마는 막장일까???

역대 탑으로 꼽는 일드의 대다수가 기무라표였다고 하니 여기서 일드와 비교한 우리 드라마를 되돌아보지 않을수 없다. 전반적인 일드에 대한 인상은 극단적이고 가볍고 섬세하고 치밀하며 소재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한드는 진지하고 힘이 있으며 감각적이지만 새로운 내용이나 치밀한 구성력이 부족해보인다. 민족성에 기인하는 것이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은 즉자적인 대사와 행동,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역동적인 내러티브가 있는 반면 일본인들은 정제된 대사를 쓰며 차분하고 코믹하며 현실적인 가운데 단순하리만큼 이상적이고 비약적인 도약이란 결말을 갖는다.  
45분짜리 10편을 일주일에 한회로 촬영하는 일드에 비해 70분짜리 20편이상을 일주일에 두회로 찍어야하는 한국드라마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뒷심 딸리는 스토리나 쪽대본으로 인해 생방송을 방불하는 엉성한 연출이나 시간에 쫓긴 사건 사고 등은 모두가 지적하는 한국드라마의 문제다. 혹자는 한드도 일드처럼 사전제작제나 드라마횟수를 10회로 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일본과 같은 시스템을 따른다는게 얼마나 실현가능하고 타당한 얘기인지 알수는 없다. 
얼마전 동남아에서 온 배우가 강행군에도 지치지 않는 현재 한국드라마 제작진의 프로정신을 높이 평가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드라마를 찍는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긍정적인 흥미를 느끼고 있는듯 했다. 시스템의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문제는 얼마나 드라마를 "잘 만드느냐"에 있을것이다.
한드는 한드대로 고유한 특성과 장점이 분명 존재하고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한드를 좋아하고 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드의 문제는 다양한 소재의 개발이라고 본다. 드라마도 사람들 사는 이야기니까...세상엔 무수히 많은 일화들이 있고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이 있고 다양한 계층과 직업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단지 시청률만을 쫓아 돈이 되는 드라마만을 만든다면 사람들은 언젠가 채널을 돌리게 될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부터 어떤 한국드라마는 아예 보고 싶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드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한드에서 볼수 없었던 일드의 장점을 발견하고 보니 다시 한드에 대한 미련이 생기게 된다. 역시 가장 좋은것은 자기 나라의 드라마일테니까 말이다.
전 세계인들이 함께 보고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훌륭한 한국드라마가 많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