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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일본드라마 돈키호테와 한국영화 도가니


일본판 시크릿 가든? 일본드라마 돈키호테

http://www.ntv.co.jp/dq/


최근 3분기 종영한 일본드라마중에 영혼이 바뀌는 드라마가 하나 있었다.
얼핏, 한국의 환타지 멜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생각났지만, 
여기선 남녀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
직업과 외모,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코메디였다.

한 눈에 봐도 비실비실한 초식남인 아동상담소 사회복지사 총각과 
한 주먹, 한 덩치하는 짐승남 야쿠쟈 보스 대머리 아저씨...
전혀 일면식도 없는 그들이 우연히 같은 장소에 서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이상한 검은 구름에 휩싸이더니 돌연 서로 그들의 육체와 영혼이 바뀌어 버리고 만다.

서로 다른 육체에 서로 다른 영혼이 깃들자...
얌전하던 총각이 갑자기 버럭 버럭 소리를 질러대니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 처럼 떠들어대고,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갑자기 순한 양처럼 친절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니 마치 충직한 시종같아...
이 드라마의 시그널 돈키호테와 산쵸판사의 이미지가 어쩜 체인징된 그들과 그리도 딱 들어 맞던지..
전혀 다른 두 남자의 영혼체인징이 각각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 
단숨에 소설속의 캐릭터로 이입되는 과정은 바로 이 드라마의 묘미이자 재치있는 기발함 그 자체였다.

자, 이제 체인징된 두 남자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보지만 결국 어쩔수없이,
영혼이 되돌아올때를 기약하며 각자 제 육체의 일터로 향할수밖에 없었고...
야쿠쟈는 아동복지사가 되고, 아동복지사는 야쿠샤 두목노릇을 하게 된다.
겉은 왕소심한 신참내기 아동복지사지만 속은 싸움밖에 모르는 무지막지한 야쿠쟈인 마츠다 쇼타는
아동상담소에서 복지사인척 일을 하면서...가정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는 많은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
점점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고.....
겉은 전도유망한 야쿠쟈계의 차기 회장감이지만 속은 아이들 밖에 모르는 왕소심남 아동복지사 시로타는
깍두기 부하를 수하에 두고, 조직의 내홍을 겪으며 점점 승부의 세계를 깨닫는 진짜사나이(?)가 되어 간다.


부모의 친권마저도 국가가 개입하는 일본의 아동복지

이 드라마의 캐릭터변신이 재밌었던 것 외에, 눈여겨 봤던 것은, 바로 일본의 아동상담소를 둘러싼 일본의 아동복지정책이었다. 아동방임, 학대가 이루어지는 가정에서 아동을 부모와 분리, 부모가 자식을 양육할 준비가 될때까지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 국가가 나서서 부모의 친권까지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더 이상 엄마가 아니도록 법적인 제재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이제 명백한 남남이 되어버린 과거의 모녀가 상봉하는 일본드라마속의 장면을 보면서....일본에 그런 정책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다.
나로써야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아마 우리나라는 그렇게까지 개입하고 있지는 않는것 같고....가족이라는 혈연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어쨋든 자식은 부모책임이라는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정서상, (-생활고나 우울증으로 자식과 동반자살까지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고, 종종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부모들에 대해,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한다며 눈쌀을 찌푸리기도 한다.-)국가가 나서서 부모자식의 친권까지 제한한다는 것은 아직은 좀 상상하기 힘든 낯선 풍경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쨋든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비록 일개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아동상담소의 복지사들이 적극적으로 국가의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에 의거해 철저히 아동문제에 개입하고 해결해가고 있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현재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의 상황은 어떨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학대받거나,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공받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이 분명 있을텐데 말이다....


한국영화 도가니와 돈키호테

 

그런데 마침, 같은시기 우리나라에선 영화 하나가 전국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바로 장애아동의 인권을 고발한 영화 도가니가 있었다. 그냥 이야기의 줄거리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인데...그 이야기가 실제 일어난 일이며,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니...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의 현실이고, 사회의 현실이란 말인가....
후쿠시마 사태를 바라보면서...그 잘나보이던 일본이 저런 재난에 속수무책이네...과연 온통 메뉴얼 투성이라는 일본의 관료주의가 정말 심각한 모양이구나 속으로 은근 생각해왔지만, 적어도 사회복지 시스템만큼은 아직도 우리가 본받을 만큼 충분히 철저해보인다. 적어도 저 사회는 메뉴얼대로는, 정해논 당연한 규칙대로는 굴러가는것 같지만 ....우리는 그 작은 도덕과 정의 마저도 지켜지고 있지 못한, 문제점이 아주 많은 나라로구나....마음속에서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드라마속의 그 돈키호테들은, 모두가 손가락질해도 끝까지 저항하는 순수한 정의감으로 아이들을 지켜냈는데...과연 우리 도가니의 아이들을 울리는 악마같은 풍차를 무너뜨려줄 우리의 돈키호테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