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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일본에도 있었던 미군범죄....일드 인간의 증명

일본에도 있었던 미군범죄
-일드 인간의 증명(人間の証明)-



일드라면 소프트한것만 골라보는 편이라, 제목만 봐도 심각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지라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어느날 한번 봐버렸더니 금새 빠져들고 말았다......... 과연~ 세간의 추천대로,,,, 볼만한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ost인  A Place in the sun은 올드팝송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와 어울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국에나 있는 줄 알았던 끔찍한 미군범죄가 일본에서도 있었다니...
미군들에게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해준 한 남자를 그 미군들이 보복으로 때려죽이고 그 위에 오줌을 갈기는 장면은 정말 써프라이즈 했다. 드라마속의 이야기라 실제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인지...어디까지가 팩트인진 모르겠으나,  그 사건을 당시의 일본경찰이나 정부에서도 모른척하더라는 이야기...는 한국에서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데.... 당시 베트남전 반대와 안보투쟁시위로 학생시위대와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던 1960년대의 일본은 1980년대의 한국을 연상하게 한다. 
의외로 일본의 많은 지역에 미군부대가 산재해있다고 한다.  한국의 효선이 미선이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드라마의 장면....패전이후, 일본은 군대를 갖지 못하게 되었고, 불합리한 소파협정 등, 미군기지근처의 민간인 폭행사건 등이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 

어쨋거나...미군폭행에 의해 아버지가 눈앞에서 살해되는것을 목격한 어린애는 어른이 되었어도 그 사건의 영향으로,,,,길에서 폭행당하는 약자가 있으면 참지 못하고 달려가 흠씬 두들겨패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정신적 공황을 겪게되고 ..잠도 자지 않은채 온종일 범죄자를 찾아 헤매는 워커홀릭 경찰이 되어 불안정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범인을 쫏는 과정에 우연하게 이십여년전 아버지를 폭행했던 미군을 찾게 된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고 이십년의 그 한 맺힌 절규와 증오를 퍼부을것 같던 그 경찰은,,, 뜬금없이 결국 그에게 아무런 말도없이 조용히 용서하고 만다...자기가 이십년전 일본에서 무슨짓을 저질렀던것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 미군에게...용서도 모자라 그 사람 대신 총까지 맞아준다.... ㅡㅡ;
(일본드라마답게 교훈적이지만, 다케노우치의 캐릭터가 보여준 드라마 초반의 그 증오의 감정이 마지막에 맥없이 풀어져버린듯한 밋밋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11회로써는 어쩔수 없었을까.. 한국드라마였다면 좀 더 격정적이면서 주인공 캐릭터의 심경변화가 좀 더 자연스러웠을지도..이건 캐릭터 카타르시스가 빈약한 일본드라마의 단점인 듯. ㅋㅋ)

미군범죄에 아버지가 희생당해, 고통의 유년시절을 보낸 청년은 사회정치적인 문제에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은채, 단지...그 원수도 한 사람의 아버지였네...증오는 증오를 낳는 법...복수를 해도 무슨 소용인가...결국 모든것은 인간 개인의 문제요, 세상의 모든 증오와 번민과 고통앞에는 그저 휴머니즘 밖에 없다는 주제를 이 드라마는 애써 설파하고 있는 듯....

그러나, 
행복했던 어린시절...엄마가 들려주던 싯귀를 떠올리며...자식을 버린 엄마를 찾아 미국땅에서 부랴부랴 찾아왔던 흑인혼혈아들앞에, 비정하기 짝이없는 그 엄마라는 여자는, 자신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며 아들앞에 칼을 들고 나타난다......엄마의 품이 그리웠던 아들은, 이십년만에 만난 엄마품에 푹 안겨 그대로 칼에 찔려버린다. 엄마가 원한다면 차라리 죽어주겠다며....그것도 모자라 엄마한테 찔린 상처를 부여잡고...그래도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엄마랍시고...엄마가 경찰에 안잡히게 멀리멀리 도망치다가 쓰러져 죽어버렸던  그 우라지게 착하고 바보같은 아들녀석의 밀집모자 타령때문에....이 드라마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증명"이 될수 있는것도 같다. 
인간이라면, 이렇게 가슴시린 정 앞에 누구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