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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물리학자가 된 일본의 정우성? - 용의자X의 헌신과 갈릴레오



용의자 X의 헌신

4월 9일 개봉을 앞두고 요새 인터넷 포탈에 자주 광고가 등장하고 있는 이 영화의 원작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같은 작가의 소설인 "탐정 갈릴레오"의 드라마판 "갈릴레오"를 스페셜판까지 봤기 때문에 단박에 이 영화가 눈에 띤다. 아마 갈릴레오를 본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일것이다. 스페셜판에는 이미 영화판을 예고한 영화속  장면이 삽입되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드라마판 갈릴레오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약간 실망스러울 것이다. 드라마의 시그널에 등장했던 유명한 명장면...세 손가락으로 얼굴을 감싸는 장면(영화포스터)이나 아무데나 수식을 휘갈겨쓰고 핫하하하...괴짜스럽게 웃는 유카와 교수를 영화판에선 전혀 찾아 볼수없기 때문이다. 드라마판 여주인공 시바사키코우의 역할도 영화에선 보잘껏없다. 하지만  아이를 보면 멀리 도망가거나 알러지 증세까지 보이며 벅벅 긁어대던 괴짜 천재가 영화에선 친구를 대하는 인간적인 따듯한 시선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또 한명의 주인공은 바로 용의자역할로 나온 츠츠미 신이치이다. "굿럭" 에서 스스로 비행기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살아온 엄격한 바른생활 사나이에서 이웃집여자의 죄를 뒤집어쓰는 헌신적인 히키코모리로 등장한다. 코믹한 드라마판과 달리 영화는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면서 루즈하고도 진지하게 흐르다가 츠츠미 신이치의 마지막 대사에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든다. 

일본의 정우성? 이 나오는 드라마 갈릴레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전신인 드라마 갈릴레오는 어떤가. 이 드라마에는 천재이며 괴짜인 물리학 교수 유카와가 등장하는데 갈릴레오는 학창시절 그의 별명이다. 뉴톤도 아니고 아인슈타인도 아닌 하필 왜 갈릴레오 였을까? 원작을 보지 않아서 이런 내용이 나와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갈릴레이는 물리학의 선구자였으며 진리의 탐구를 위해 당시 종교의 권력과 맞선 위인으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는 드라마에서 항상 논리를 따지며 오백여년의 세월이 흐른 현대까지도 많은 인간들이 빠져있는 미신과 근거없는 오컬트의 실체를 파헤치고  "감"만으로 범인을 잡으려는 여형사 시바사키코우와 매번 설전을 벌인다. 

첫회부터 매회마다 갖가지 기발한 살인방법과 초자연적 현상이 등장한다. 갑자기 스스로 머리가 폭발하고 타죽게 만든다거나, 초음파충격기로 심장마비인척 살인하거나, 활을 이용해 자살을 가장하거나, 일상에서 보이는 신기루현상, 귀신이 소동을 벌린다는 폴터가이스트, 도깨비불, 물속에 떠있는 글씨, 전기가 통하면 굳어버리는 액체, 알루미늄으로 만든 데드마스크, 순식간에 날렵한 칼로 변한 무딘 쇠조각...등.
널리 알려져왔던 여러가지 수수께끼 같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언급과 함께 유카와 교수가 논리적인 추리와 물리학적인 실험을 통해 가설을 증명하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극적이고 자세하게 보여준다.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속에서 익히 보아왔던 현상들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물리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점이야 말로 이 드라마의 묘미라고 할수있을 것이다.  

일본의 스컬리와 멀더??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이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인 유카와 교수다. 매번 사건을 의뢰하는 형사를 귀찬아 마다하면서도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어김없이 귀를 쫑긋. 흥미롭다며 눈을 번뜩이며 하던 연구도 팽개치고 사건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무언가 떠오를때마다 아무데서나 아무것으로 순식간에 어려운 수식을 써갈겨내려가고는 예의 그 세 손가락 얼굴덮기 퍼포먼스를 하게 되면 그의 추리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수려한 외모때문에 여자들이 몰려들지만 정작 물리
학이야기밖엔 하지 않아 여자와 사적인 관계는 전혀 진전이 없이 마흔이 다 되도록 연구실에서만 사는 남자..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시바사키 코우와 매번 논리와 비논리의 설전을 벌이면서도 알듯말듯한 묘한 관계가 지속되지만 결국 이 둘사이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코드가 좋다. 왜 남녀주인공에겐 러브라인이 항상 들어가야 하는가.
왜 호감을 갖는 남녀들은 항상 연애를 해야 하는가.
남녀의 연애가 발생하면 항상 두가지 결과만이 남게 된다. 결혼이거나 아니면 또 다른 만남이거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인생에서 한번뿐인 행복해보이는 결혼은 이미 식상해져 버렸고 다른 만남 또한 슬프고 허무하다.
드러내지 않고 결론을 내지 않는 사랑이야 말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항상 처음처럼 설레이는 감정을 맛볼수 있는것은 아닐까?


기무라 타쿠야의 최대 라이벌이라는 일본의 정우성 후쿠야마 마사하루....(정말 정우성 닮았다. ㅋㅋ) 가수인 그가 스타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는 일드 갈릴레오를 보고 나서야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남자...뭔가 분위기가 아주 차분하고 지적이다. 만화에서 튀어나온듯 폴짝폴짝 재기발랄 기무라와는 또 다른 중후한 아티스트적 매력이 풍긴다. 드라마의 주제가인 키스시데(키스해줘)를 작곡하고 시바사키코우와 KOH+ 라는 듀엣을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무뚝뚝하고 무서운 얼굴로만 기억되던 시바사키...진정 그녀인줄 정말 몰랐었다. ㅋㅋ 영화판 주제가도 불렀다. 시바사키가 저렇게 노래를 잘 불렀다니...일본 여성들사이에 똑뿌러지는 이미지로 인기 최고란다.

한국 드라마에는 왜 훌륭한 탐정이 없을까???

그래도 드라마라면 동남아에서 한 드라마한다는 한국에서 아직 미국의 CSI나 일본의 갈릴레오같은 추리과학드라마를 볼 수 없는게 아쉽다. 최근 별순검이나 마왕같은 드라마가 추리물로 주목을 끌었지만 좀더 대중적이면서 웰메이드한 코리안 추리드라마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래도 원작이 훌륭한 추리소설이었기때문에 이 드라마가 빛이 나는 것일게다. 그러나 서점에 나온 추리소설은 거의 번역된 외국소설이나 일본소설이고 순수문학 일색인 한국문학계속에서 추리소설을 찾아보기가 좀처럼 힘들다. 최근 발행된 추리소설중 10프로만이 한국작품이며 일년에 활동하는 작가가 7-800명인 일본과 30-40명 수준인 우리나라 추리소설문학계의 현실은 명함도 내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원래 추리소설의 볼모지였던것은 아니다. 작년이 한국추리소설계가 10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한다. 1908년의 이해조를 시작으로 김래성, 김종성이라는 유명한 추리소설가들이 있었으며 80년대까지 꽤 많은 추리소설출판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외국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소설의 기반이 위태로워졌다고는 하지만 드라마 관계자들이 역으로 드라마 구성에 잘 맞는 추리 드라마쪽에 눈길을 돌려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낼수 있다면 과학추리물이 다시 부흥할 수 있지는 않을까. 과학추리소설에 대한 저변만 넓어진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좋은 작품이 쏟아져 나올수있지 않을까. 
소설뿐만이 아니다. 한국만화에도 컨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유명했던 만화가 이우정의 모돌이 탐정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어떨까?? ㅋㅋㅋ
갈릴레오보다 더 재밌고 형사콜롬보나 셜록홈즈 못지않은 토종히어로가 나오는 한국 과학추리드라마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