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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나는 그들의 드라마가 부러울뿐이다. -일드 체인지

  

나는 그들의 드라마가 부러울 뿐이다.

일본드라마 키무라타쿠야의 “체인지”



2008년 여름 한 뉴스에서 일본의 유명한 배우 키무라타쿠야가 젊은 총리로 등장해 활약하는 드라마가 꽤 인기 있게 방송되고 있다는 기사가 떴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후에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총리의 여운 때문에 실제 일본의 현직 총리가 대중들의 뒷담화에 올라 불쾌함을 표시했다는 기사도 보게 됬다. 일본드라마라면 거의 본적이 없었지만 이쯤되니 구미가 당겼다. 드라마속의 젊은 정치인을 통해 일본인들은 과연 무엇을 본 것일까.


-하루아침에 국회의원이 된 어리버리한 시골 초등학교선생... 잘 생기면 찍는다??



훌륭한 정치집안의 차남이었지만 정치엔 관심 없고 오로지 별 관측에만 관심을 갖고 살던 시골 초등학교 선생...장난꾸러기 아이들에게 휘둘리며 짖꿋은 질문과 장난에도 진지하게 대답하는 어리버리한 선생 아사쿠라 케이타는 선거를 코앞에 둔 국회의원 아버지와 형이 갑자기 비행기사고로 죽게 되자 어쩔 수없이 등 떠밀려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선거 플래너....200번의 선거에서 199번 승리를 이끌었다는 그는 어려운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먹힐 리 없다고 판단. 공약과 정책은 내팽개치고 젊음으로 정치개혁!을 외치며 오로지 정치인 아버지의 후광과 잘 생긴 얼굴하나로 밀어붙이며 선거전에서 승승장구한다. 가끔 정치가답게 일본의 가정에는 아이들보다 고양이의 숫자가 더 많다며 누구나 심각하게 느끼는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주장하라. 단 그 이상 말하면 무식이 탄로나니 주의하라는 플래너의 코치와 함께...

그러나 선거막판...경쟁후보 진영으로부터 흘러나온 아버지의 비리사건. 어리버리하지만 강직한 교사였던 아사쿠라는 “정치엔 돈이 들어간다. 좋은 일을 하기위해 어쩔 수없이 부정에 손을 댈 수 있다고도 말하지만 나는 세상에 필요악이 존재한다는걸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다.면서 유권자들에게 아버지의 비리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유세장을 떠난다. 모두들 아사쿠라의 패배를 직감했으며 이 모습이 방송전파를 타고 유권자들에게 그대로 방송되었다. 그런데 정치는 생물이라던가. 개표 막바지에 유권자들은 백여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그에게 선거의 승리를 안겨주었다.

강직한 선생...이런 선생들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있었지 않은가. 일제고사를 거부했던 7명의 그들은 아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란다..라고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또한 일개 학교 선생을 하루아침에 국회의원으로 만든 불패의 신화 선거플래너 니라사와...그를 이곳 한국으로 좀 불러왔으면 싶다. 이곳에 서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줄 진정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35세 꽃미남 일본 총리는 얼굴마담???


할아버지들이 득실대는 국회에 35세의 꽃미남 국회의원이 된 아사쿠라는 “국회왕자”라고 불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된다. 그의 정치 행보와 소신보다는 그의 패션과 취미, 신변잡기가 주간지에 실린다. 때마침 일본 총리는 성추문 스캔들로 사임하게 되고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여당지지도는 4프로에 불과한 지경이 되 버렸다. 임기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총리자리에 아무도 나서지 않자 권모술수에 능한 간바야시의원은 여당 실세들과 모의하여 아사쿠라를 총리로 내세운다. 추락한 지지도를 아사쿠라의 인기로 만회하고 꼭두각시로 조종하기 위해서....

총리선거에 출마한 아사쿠라는 더욱 인기를 끈다. 젊고 유능하며 폴라리스를 좋아하는 꽃미남 총리....여성들은 하늘의 폴라리스를 가리키는 그의 유세 광고를 보고 야단법석을 떤다. (근데 이건 웬지 겨울연가 욘사마를 패러디 했다는 느낌이  ^^;; )

 그러나 총리는 일본 제일의 권력자.... 결코 참신함과 외모만으로 판가름 날 리 없다. 아사쿠라는 서서히 그의 정치가로서의 재능을 드러낸다. 총리 출마 후보자들과의 토론회에서 직장인의 한끼 점심값도 모른채 거대담론의 난해한 탁상정책토론을 일삼는 후보자들을 가르키며 그는  방송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말한다.


“ 저분들 얘기가 뭔 소린지 알아듣겠어요? ” 


서민들의 한끼 점심값도 모른채 잘난척 난상토론을 해대는 총리후보를 겨냥한 이 말이 오히려 유권자들엔 참신하게 들렸던지 아무튼 그는 압도적인 지지로 결국 일본의 총리로 선출 된다. 그러고 보니 제 나라 국민의 한끼 식사값, 지하철요금 등을 모르는건 우리나라만이 아닌 듯..





- 그에겐 사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은 아사쿠라가 의원이 되고 나서도 그를 잊지 못하고 찾아오기 시작한다. 선거방송을 했던 아가씨도 이제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며 백수생활을 청산, 빨래나 설거지라도 해주겠노라 헌신적인 지원자로 달려오고

불패신화 선거플래너도 낙선을 각오하고 부정비리를 사과한 생전 처음 보는 정치가 스타일 아사쿠라와 엮이고 싶어 하숙을 하러 오고

정치가가 되고 싶어 원로국회의원의 비서를 했던 관료출신 유능한 여성 보좌관은 급기야  아사쿠라 총리의 영원한 비서(아내)가 되기로 결심까지 한다.

이들은 왜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선생출신의 아사쿠라를 따라온 것일까.


“ 그는 말씀을 갖고 있어요. 당연한 것을 말하는데도 그의 말을 들으면 평소 코웃음칠 이야기도 웬지 찡하고 가슴에 박혀와요.”


취임 첫날부터 보좌관들은 총리를 무시하며 무작정 결재서류의 서명을 종용한다. 그러자 총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서류에는 결코 서명 할 수 없다며 버틴다. 그런 총리를 엿먹이기 위해 몇 트럭의 방대한 서류와 자료들을 총리실에 가득 쌓아놓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며칠밤을 새가며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일일이 지방의 사건 사고 재난현장이나 초등학생의 편지에도 휴일을 반납하고 달려가는 젊은 총리의 열정에 보좌관들은 서서히 빠져든다.


이 드라마의 마력은 바로 키무라 타쿠야의 연기를 통해 창조된 아사쿠라 케이타라는 정치가의  “진정성” 에 있다. 고수 정객의 음모로 뽑힌 꼭두각시인지도 모른 채 초등학교 도덕시간에서 가르쳤던 정치를 구현 해보려는 초짜 정치인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그는 총리가 되서 어떻게 정치를 펼칠 것인가? 자신을 꼭두각시로 조종하려는 무리와 어떻게 대적해 나갈 것인가?



-국가가 그렇게 대단한건가요?? 이런게 진짜 정치인의 모습???


여당 실세의 꼭두각시노릇을 할 줄 알았던 아사쿠라총리는 뜻밖에도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밀어 붙이기 시작한다. 정부의 무리한 댐공사로 인해 바다에 물해파리가 과다하게 발생..생계가 파탄난 어부들의 국가배상을 국가가 인정하고 일일이 보상해줄수 없다는 장관....

그러나 총리는 이렇게 말한다. “ 그분들에겐 생사가 달린 일입니다. 나쁜일을 했다면 보상하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평범하게 생활하는 국민 한 사람보다 국가가 그렇게 대단한건가요? ”


박봉에다 고된 업무로 소아과 전문의가 점점 사라지고 없어 아이들은 응급치료조차 받을 병원이 없는게 일본의 의료 현실....그러나 차기 선거용 공공건축사업을 벌이기 위해 짜여진 예산안을 상정한 여당 의원들은 총리가 내놓은 선거에 아무 득도 되지 않는 소아의료 대책에 코웃음을 치며 총리의 주장을 묵살한다. 급기야 여당의원 다수는 여당총재인 총리를 반대하며 예산안 가결 국회등원 불참을 선언. 총리는 모자란 의석수를 채우기 위해 야당총재를 만나 설득한다.


“ 지금 여당 총재가 여당을 배신하는 겁니까? 아니면 야당을 농락하는 겁니까? 야당의 목표는 먼저 정권을 교체하는 겁니다. 정책문제는 그 다음이죠. ”


“ 당과 파벌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 때문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을 못 한다는건 이상하지 않나요? 야당 총재님께서는 분명 예전에 소아의료 대책에 대해 여당을 비판하면서 주장하신 적이 있잔아요. ”


“ 정치가라면 누구나 총리의자를 목표로 삼죠. 그러다 어느샌가 처음 품었던 뜻은 까맣게 잊게 되죠. 하지만 총리님이 예전의 절 떠올리게 해주는 군요. 저흰 선거와 파벌을 위해 정치를 하는게 아니예요. 하고 싶은 정치가 있기에 선거에서 싸우는 거죠. ”


결국 여당은 불참한가운데 야당이 여당 총리를 지지해서 예산안이 가결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은 정치 환타지 그러나 현실에 뛰어들다....


정치엔 문외한이었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국회의원이 되고 또 최고 권력자 총리가 된다....이것은 분명 환타지가 틀림없다. 그러나 그 환타지는 오히려 이합집산과 매수,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현실 정치판의 부조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투영하면서 현실속으로 뛰어든다.

아사쿠라의 의료개혁안은 결국 국회에서 부결되고 꼭두각시 노릇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치를 하려는 총리는 그를 끌어내리기 위한 간바야시의 음모에 말려들게 된다. 총리가 인선한 장관들의 대다수가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아사쿠라 정권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 결국 아사쿠라는 책임을 지기 위해 총리직을 사퇴하고 비리에 물든 현직 국회의원 전원의 해산과 국민들에게 새로운 국회를 뽑아달라 부탁하는 대국민투표를 제안한다. 총리직 50일간의 드라마는 마지막 대 국민 연설로 끝이 난다.

“ 내 한표로 정치가 달라진다는 말을 하는데 내 한표로 정치가 달라졌다는 걸 실감한 적은 없었습니다....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데다 선거당시에 했던 공약들도 어느새 유야무야 되버려서 결국 제 한표로 정치가 달라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당과 야당이 자기의견만을 주장해서 서로 의견이 일치하거나 서로의 의견에 납득하거나  재고를 통해 상대의 의견에 동조하는 일도 없이 강행, 가결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찼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을때 답을 찾아낼때까지 토론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만약자신이 틀렸다고 하면 솔직하게 인정하자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 규칙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은 당이나 파벌의 방침에 따르는 것이 당연해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줄곧 반대해왔던 법안을 파벌선배의원이 반대로 돌아서자마자 자신도 금새 찬성으로 돌아서버리고 맙니다. 그 법안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여부는 아무도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전 정계에 들어와 있지만 점점 더 정치가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권력에 전혀 집착하지 않고 열의와 사명감에 불타는 정치가.....오랜 경력과 영향력을 갖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떳떳하게 물러나는 정치가...관료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 이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필사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는 것을 믿어주십시오.


이 나라에는 산더미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가만 고민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여러분에겐 진정한 정치가를 뽑을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이제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한 표가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요. ”


총리직을 사퇴하고 다시 새롭게 정치가의 길을 걷고자 유세장에서 연설하는 아사쿠라의 모습으로 이 드라마는 끝이 난다. 현재 일본의 최대의 문제는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한다. 작가는 아마도 진정성을 가진 한 인물을 통해 일본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 것 같다.


 -나는 그들의 드라마가 부러울뿐이다.


멜로가 아닌 선거와 정치라는 소재를 코믹하고 밀도있게 그려내면서도 현실 정치의 부패한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비판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아사쿠라라는 진정성을 가진 한 정치가의 선전을 기대하는 카타르시스를 발산하게 만드는 이 드라마....

한국에서 과연 이런 드라마가 존재 할 수 있을 것인가?

각하의 말 한마디로 텔레비전에서 모습을 감추던 연예인들이 존재했던 정치사를 가졌던 나라....정권이 바뀔때마다 방송사 사장이 낙하산으로 취임하고 강부자 내각에 대북삐라가 판치는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를 설사 드라마라고 하여도....누가 감히 논할 수 있을까?


현실과 거의 다르지 않는 정치이야기를 쏟아내놓고 현직 총리와 정치인을 두루두루 마음껏 비판해내면서 정치에 진지한 대한 고민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나는 그들의 드라마가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