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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일본판 조폭마누라의 원초적 본능? -- 일드 "런치의 여왕"




보쌈의 여왕??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나가던 한 버스의 음식점 광고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어떤 아줌마가 왕관을 쓰고 보쌈을 먹는 사진인데 보쌈의 여왕이란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인기가 많은 드라마의 제목이 "내조의 여왕"이어서 그런 광고가 나온걸까? ㅋㅋㅋ

내조의 여왕이란 드라마가 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시청률도 높았다고 하는데 난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제목때문이었다. ......웬 내조?? ㅡㅡ;

제목만으로도 대략의 내용을 알수있는데 호기심에 스토리를 알아보니 역시나 그 드라마는 사모님들의 남편출세시키기였다. 그렇게 남편의 성공을 바라는 열정적인 내조를 할바에야 차라리 그 능력으로 자기가 돈을 벌면 되지 왜 그렇게 난리를 쳐야할까? 뭐....남편이 고액연봉을 받는 직장에 다닌다면야 모든걸 남편에게 걸고 그저 뒷바라지 착실하게 하는편이 좋을수도 있으려나. 하지만 그렇게 살수 있는 대한민국 아줌마가 대체 몇이나 될까?

요즘같은 시대에 가장 좋은 내조란 "맞벌이" 란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고액연봉자가 아니라 박봉에 시달리는 그저 평범한 기술직에 불과한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면서 사는 것이 나의 삶이다. 하루하루가 바빠서 남편 바깥일 내 바깥일 대화하기도 바쁘고 아침 챙겨먹고 다니기도 벅차지만 내조든 외조든 누군가를 전쟁같은 일터에 밀어넣고 " 너 잘리면 우리가족 다 죽어 " 협박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어쨋든 드라마는 무척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태봉씨 보는 맛에 드라마 본다는 아줌마들 성화에 힐끔 본 윤상원의 비쥬얼도 이웃나라 기무라상을 빼다 박은것처럼 섹시한게 혹할만큼 괸찬았다. 웬만하면 남들 다 보니까 나도? 하면서 봐줄만도 한데...꽃남처럼 몰입 안되도 그럭저럭 봤던 드라마도 있었는데...역시 이 드라마는 땡기지가 않았다.
난 불륜보다 더 짜증나는게 사모님 치맛바람인데..인기가 많은 걸보니 어쩌면 이 드라마는 남자들이 더 좋아했던 게 아닌가 싶다. 내조 잘하는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환타지가 발동한거 아닐까??? ㅋㅋㅋ

일본판 조폭마누라의
원초적 본능???  


우리나라엔 내조의 여왕이 있지만 일본엔 "런치의 여왕" 이 있다. 2002년도에 일본에서 방송되었고 지금은 우리나라 케이블에서 현재 방송되고 있다. 같은 여왕이지만 직장 미혼여성이 주인공인 전혀 다른 내용의 드라마다.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일까? 항상 직장에서 점심먹는게 은근히 신경쓰이는 일이라서 그런지 점심식사에 올인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내게는 더 흥미로웠다. 
음식 드라마 답게 맛깔스러운 오므라이스가 나오고 머리를 짧게 자른 다케우코유치가 폭력배두목의 애인으로 나온다. 조폭애인답게 발차기가 엄청나다. 그녀의 공격을 받으면 갈비뼈가 부서지고 만다. 그러니까 일본판 조폭마누라쯤 되려나? 그러나 조폭이 옛 애인이었을뿐 조폭 드라마는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나츠미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거리로 뛰어나간다. 오로지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기 위해...시내의 맛있는 음식점이란 음식점은 죄다 찾아다니면서 메모를 하고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행복해 한다. 직장을 다니며 일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란다...허...이런 오타쿠적인 아가씨라니...미식가라던지 하는 이런 캐릭터들이 나오는건 일본 드라마이기때문에 가능하지 싶다. 한국여자가 점심시간마다 좋은 레스토랑을 기웃거리는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좀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점심은 그냥 직장 근처 식당에서 대충 먹던 걸로 먹으면 되는 거지 뭘 그리 유별나냐고...심하면 허파에 바람들렸다는 소리 듣기 딱 알맞지 않은가? ㅋㅋㅋ

하지만 직장여성이라면 가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된장녀는 아니지만 가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에 대한 로망이 분명히 있다. 화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요리와 분위기가 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것을 최대의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식욕에 올인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꿈도 미래도 없이 불확실한 내일을 사는 아르바이트족이지만 아무리 고달퍼도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건 얼마나 즐거운가. 맛있는 음식이야 말로 인생최고의 행복이니라..
결국 그녀는 맘에 드는 한 음식점을 찾아내고 형의 약혼녀라는 거짓말로 그곳의 점원으로 눌러앉는다. 총각들만 우글거리는 요리사 형제들의 집에 함께 살면서 그녀를 둘러싼 형제들의 좌충우돌 코메디가 벌어진다.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평탄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내고 조폭과 범죄에 연루되었던 그녀는 과거의 그늘을 걷어버리고 대를 이어 오랫동안 변함없는 데미그라스 소스를 만드는 가게를 지키며 살기로 결심한다. 돈없는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와서 먹어도 좋을 저렴하고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따듯한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내일 당장 일본이 침몰하더라도 항상 그곳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며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항상 그 가게의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길 바라면서....


도시락의 여왕??
직장이 강남정도 되는 번화한 곳이라면 가끔은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어볼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나의 직장 근처엔 변변한 식당이 없다. 게다가 오천원쯤하는 한끼 식사값도 알바수준 급여인생인 내게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선택한것이 바로 도시락....돈을 아낀답시고 집에서 먹던 반찬을 대충 담아와서 꾸역꾸역 혼자 빈 사무실에서  인터넷검색을 하면서 먹는 나의 런치타임이 웬지 구리구리해진다.
갑자기 잠재해있던 원초적 본능(?)이 갑자기 속에서 슬슬 꿈틀거린다. 그래...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겠나. 귀찮지만 나 자신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서 지금보다 좀 럭셔리한 도시락을 싸보자. 이렇게 맛있는것을 먹을 수 있고 느낄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좀 더 즐거운 런치타임을 가져보는거다....남편도 원한다면 싸줄수 있다. 천지애같은 내조는 아니지만 도시락은 정성껏 싸서 멕일수있다. 내조의 여왕...런치의 여왕은 아니더라도...도시락의 여왕은 될수있지 않을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