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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연애 못하는 남녀들 - 결혼못하는 남자 vs 호타루의 빛

 

현실엔 재하지 않는 드라마 주인공들...

멜로 드라마 주인공을 보면 대개 거의가 멋진 선남선녀들 뿐이다.
남자는 수려한 외모에 재력에 가방끈까지 긴 엄친아거나 재벌2세가 아니라면 그럭저럭 준수한 훈남들이다...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최고의 매너와 배려, 열정적이면서 순수한 남자의 사랑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론 온 몸이 오그라드는 닭살대사를 날리며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인기를 끈 캐릭터는 방송이 끝나도 여전히 뭇 여성들의 환타지로 남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구준표나 태봉이 같은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다. 다들 드라마속 멋진 이성을 보면서 열광하지만 맘 현켠으론 이렇게 생각한다.
드라마니까~ 진짜로 저런 사람이 어딨겠어???

결혼 못하는 남자


그런데 여기 확실한 진상(?)을 아주 리얼하게 보여주는 노총각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멜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일본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판이 kbs에서 제작 방송되고 있기도 하다. 시대의 요구일까? 사실 주위엔 혼기를 놓친 남녀가 드글드글하지 않은가. 늘어나는 실업에 강요되는 명퇴에 자녀 사교육에...결혼이 인생의 무덤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슈가 점점 더 많아져간다. 결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게 사회의 분위기인 듯하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안하든 못하든 시쿤둥하게 혼자 사는 쏠로들이 많아졌다. 이제 드라마에도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도 진짜 결혼을 못하는게 당연할 법한 까칠한 노총각으로.....
시도때도 없는 잘난척과 유식한척....매끄러운 인간관계상 장단을 맞춰줘야 할 순간에도 입바른 소리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여자앞에서도 매너 없이 곧이곧대로 지껄여댄다. 주위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탕발림같은 말로 여자를 꼬시고 싶은 생각도 전혀없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그는 여유있는 독신 생활을 누리지만 그에겐 여자가 필요없다. 원래 빨래와 청소는 스스로 항상 완벽하고 깔끔하게 해왔으며 먹고싶은 요리는 손수 해먹는다. 외롭다는 것도 생각만 좀 바꾸면 아무렇지도 않다...그러니 결혼은 별 필요없다. 어차피 신혼이 지나면 싸움질일테고 처자식은 외국으로 떠나보낸 기러기신세로 머슴처럼 일만 하다가 죽는게 바로 결혼이다. 이 한몸 챙겨주는 이 없더라도 좋아하는 음식 실컷먹고 하고 싶은것 맘껏 하고 살다가 병들면 벌어놨던 돈 죄다 쓰면서 혼자 죽으리라...
어떤 쏠로 시청자는 이렇게 사는게 로망이라고도 하더라. 이 까칠한 노총각...참 익숙한 캐릭터다. 어디선가 봤음직한 인물이지 않은가. 주위에 알고 있던 오래된 싱글들중 한가지씩은 꼭 닮은것 같은게.... ㅋㅋㅋ
그는 고기가 먹고 싶을때도 혼자 고깃집에 들어가 고기를 구워먹는다. 애인한테 비위맞추고 마누라한테 눈치보며 제 하고 싶은대로 못사는 세상 남자들을 실컷 비웃으면서....
이런 남자가 연애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애 못하는 여자?




"결혼 못하는 남자"가 있다면 연애를 못하는 여자도 있다. 일드 "호타루의 빛"의 여주인공이다. 한창 소개팅에 데이트에 바빠야할 청춘의 나이인 그녀는 퇴근시간이 되면 부랴부랴 집으로 향한다. 소개팅에 가자는 동료의 권유도 귀찮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유는 단 하나...냉장고속의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다. 고된 하루가 끝난 저녁에 마시는 캔맥주만큼 갈증을 달래주는 것은 없다. 화장을 지우고 주머니가 삐져나온 츄리닝을 입은채 이것저것 늘어놓은 방구석에서 만화를 보며 누워 뒹글거리는 것....이것이 바로 그녀의 유일한 낙이다.
직장에서 업무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맡은바 책임은 다한다. 하루종일 불편한 블라우스를 입고 상사의 잔소리와 잔심부름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답답하고 재미없지만 어차피 사람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한다. 마치 타인을 위해서 사는 것만 같은 숨막히는 하루가 끝나면 나 자산만을 위한 시간이 시작된다. 연애는 예전에 한두번 해봤고 이제 남자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귀찮다. 삘이 통하는 남자를 발견하기도 힘들지만 대화가 통하는 남자는 더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예쁜척 아닌척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는 것도 지겹다.  친구들과 만나 남자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하릴없이 수다 떠는것도 다 재미없다. 오로지 이렇게  "혼자 노는것" 이 가장 편하고 즐겁기만 하다... 
이름하여 "건어물녀"  건어물처럼 말라 비틀어진 청춘을 보내는 여자를 일컫는 인터넷의 신조어가 바로 이 드라마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놀랍도록 익숙하고 반가웠다. 드라마속의 그녀 만큼은 아니지만 츄리닝을 입고 뒹굴거리는 저 모습은 꼭 나를 보는 것 같다.ㅡㅡ; 아마 많은 여성들이 가끔씩은 저렇게 건어물처럼 반건조 오징어로 살고 있는것은 아닐까?? ㅋㅋ
직장에서 만큼은 퍼지는 일없이 빠릿빠릿하고 상냥하기만 한 그녀....어느날 직장에 새로 온 연하의 꽃미남 동료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녀가 의자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그는 그녀에게 뽀뽀를 해버렸다. 그런데...그녀는 어리버리 아무 느낌이 없다. 저 남자가 왜 저러지?? 남자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그러다가 그녀는 그 일을 잊어버린다.
아차차....혼자놀기에 전념하던 건어물녀는 결국 연애에 빠지는 방법도...하는 방법도 모조리 잊어버렸다.
이제 그녀에게 남자는 영원히 없는 것일까??

연애못하는 남녀들의 사랑법?


독신주의자 총각은 어느샌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계속 한 여자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살가운 말한마디 할줄몰라 섬세한 여자의 마음에 좀처럼 다가가가지 못하던 까칠한 그가 어느날 그녀앞에서 뜬금없는 고백을 주절거린다... 독신의 삶에 대한 신조에는 한치 흐트러짐이 없건만....그다지 변할것도 없고 달라질것도 없지만 웬지 그녀라면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하루에 열두번이상 다투어대지만 이제 그녀가 없으면 허전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가 결혼을 할수있을지는 알수없다.

방안 퉁수 오타쿠의 길에 들어선 그녀도 애초부터 남자를 만나 연애 따위를 할 재간이 없었다. 결국 그녀를 사랑한건 우연히 그와 한집에서 살게된 남자 ...깔끔하지도 귀엽지도 싹싹하지도 못한 그녀의 건어물같은 사생활을 전부 아는.....가족이 아닌 유일한 남자가 어느새 그녀를 속속들이 사랑하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마음편하고 훌륭한 일인가?
아무리 많은 소개팅과 맞선을 보아도 찾기 힘든 사랑을 그녀는 거저 얻은 셈이다. 그러나 역시 이들의 연애가 해피앤딩으로 지속될지는 알수없다....

저 두 남녀는 절대 멋진 캐릭터가 아니다. 화려한 솔로라지만 남자는 시니컬하고 위악스러운 홀아비고 여자는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둔하디 둔한 이웃집 여자일뿐이다. 그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에는 어떤 운명적인 만남이나 격정적인 사랑은 없다. 따라서 반대하는 부모도 없고 불치병에 걸려 죽거나 유학을 떠나버리는 일도  없다. 기념일만 되면 이벤트와 선물을 마련하고 긴장하며 준비하는 단 한번의 데이트조차 없는 채 그들의 연애는 하는지 마는지 격식도 소문도 없이 혼자서 묵묵히 고기를 구워먹고 맥주를 마시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조용히 찾아오고 있었다. 
엄친딸이나 구준표가 아닌 현실세계 내 주위에 한 두명쯤 있을것만 같은 이런 친구들의 이야기.....
갓 볶은 커피처럼 구수하고 진한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