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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연말정산에 등장한 강마에...나는 아직도 그가 그립다.


 

연말정산에 등장한 강마에... 나는 아직도 그가 그립다.


연말정산 안내책자를 뒤적거리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

정산 사례에 보니 으례 등장하는 홍길동이 아니라....


강건우는 석란시향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근무하며 배우자 두루미, 자녀 2명, 시부모님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음???? (어쩜 혹시 작은 건우를 말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난 강마에라고 생각하고 싶다.)


                                     (핸폰으로 찍어서 화질이 구리다. ㅡㅡ;)

아무래도 국세청에서 편집하던 사람은 베토벤 바이러스를 재밌게 봤거나 드라마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던 모양이다. 암튼 무료한 오후 직장 삼실에서 따분하기 짝이 없는 연말정산 책자를 뒤적거리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강건우 두루미때문에 당시 닥본사하던 드라마 동영상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더니 의자가 뒤집힐만큼 낄낄거리고 말았다 나 혼자서.


작년 가을 방송된 주인공 강마에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인기 대폭발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라디오CF에서 그 독특한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그가 입고 나온 정장 수트가 불티나듯 팔리고 드라마에 나온 클래식음반은 대박에 사회적으로 클래식붐을 일으키질 않나 드라마촬영지가 새로운 관광지로 뜨더니 TV 광고 이곳저곳에서 그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어떤 개그맨은 강마에가 아닌 싼마에?로 패러디 등장해서 웃겨주기까지 하고 있다. 결국  김명민은 연기대상을 걸머쥐었고 요즈음 드라마에서는 까칠하고 괴팍하기 짝이 없는 소위 버럭 캐릭터가 트랜드가 되어 가고 있다.


강마에....

작가가 말하기를 요즈음의 자상하고 세심한 아버지들과는 달랐던 무뚝뚝하고 괴팍하기 그지없었던 구세대 아버지의 모습이 캐릭터의 모티브였다고 한다. 그는 남들이 예 할때 아니오 하는 꼬장꼬장한 음악가로서의 프라이드와 예술적 자기세계 구현을 최대의 가치로 삼아 수준 떨어지는 인간들은 천민에 똥떵어리라는 독설을 시도때도 없이 퍼부으며 열등한 인간들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심어주던 희대의 독선주의자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류의 인간들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있다. 조직의 대빵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아래로 부터의 의견수렴은 깡그리 무시한채 재벌기업경제부흥만이 살길이라며 하루아침에 무수한 비정규직을 무 자르듯 모가지시켜버리는 사람들....오로지 자기의 신념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노가다 정책에 국가개조론을 신조로 삼아 조금만 이상해도 무조껀 좌익에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이 바로 그렇지 아니한가.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강마에의 독선이 추앙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이미 세계적인 지휘자로 정평이 나 있던 그가 굳이 석란시향을 떠나지 않고 4분 33초를 연주하며 시장과 맞서던 이유는 바로 평소 그가 그렇게도 모자라다고 깔아뭉개던 떨거지 단원들의 생계를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끝없는 비난 속에서도 그 떨거지들이 잘되기를 바랬던 그의 숨겨진 인간됨, 독설속에 감춰진 어린애같은 순수한 진정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의를 제기하던 단원들 앞에서 결코 사과하지 못하겠다며 자신의 싸가지 없음을 있는 그대로 보아달라던 객기마저도 수긍이 갔기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아우라를 만든 그의 거침없는 독설은 개인의 욕망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마에 회상을 접고 연말정산 책자 앞장에 인쇄된 머리말을 보니 요새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학동마을의 국세청장님이시다. 그러고 보면 항상 드라마를 보면서 저건 드라마야...하는 비현실적 환타지를 느끼지만 가끔씩은 드라마와 꼭 같은 일이 현실사회에서도 나타나주시는걸 보게 되니 한편 웃기기도 하고 썰렁하기도 하다.....아...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했던 것인가.

강마에 때문에 다시 뒤져 본 김명민의 2007년 드라마 하얀거탑의 바보산수....김명민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외과의사 장준혁을 연기했다....윗사람에게 뇌물을 바친 그 그림에 대한 일화가 현실에서도 똑같이 재현되는구나.

부디 현실에서도 강마에 같은 올곧은 독설을 뿜어줄 위인을 보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드라마에서 튀어나와 현실사회로 재림한 강마에는 요즘의 한국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고 뭐라고 그 특유의 독설을 날려주실까.


“ 여러분, 여러분이 보시는 상황은 다 쓰레깁니다. 모두들 눈과 귀를 깨끗하게 씻어주세요? ”


나는 아직도 강마에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