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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스타의 연인 - 그들의 선긋기 놀이는 어떻게 될까?




남자를 쫓아다니던 여자가 그 남자앞에 서 있다.

남자는 여자가 서 있는 앞 땅위에 돌멩이로 선을 긋는다.

그리곤 그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큰 소리로 말하곤 돌아서서 가버린다.

그러나 여자는 싫다고...넘어오겠다고 소리치면서 기어이 금을 한두발짝 넘어와 버린다.

남자는 왜 선을 넘어오느냐면서 여자에게 달려가더니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다.


“여태껏 그 선을 넘어온 사람은 없었어. 처음이야. ”


스타의 연인이라는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처음엔 유치찬란한 대사에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등장한 유지태군을 보는 맛이 새로워 5회쯤 시청하다보니 슬슬 보는 맛이 생긴다. 날씨가 추워서인가 채시라가 갑옷입고 카리즈마 발산한다는 대하사극이나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즐겨본다는 막장드라마 보다 겨울엔 역시 따뜻하고 멋스러운 목도리를 두른 젊은 애들이 나오는 연애물이 더 땡기는군.


그리고 그들의 선긋기 놀이가 모처럼 흥미롭다. 첨엔 도망가는 엄마가 울며 따라오는 아들 앞에 선을 긋고는 오지 말라고 하더니, 나중엔 그 아들이 너무나 잘나서 부담스런 여자 앞에 선을 긋고는 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다가 또 한번 선을 긋는데 이번엔 부담스럽다 못해 아예 딴 세상 사람인 스타여배우가 다가오니 또 선을 그을 수밖에. 근데 그여자는 냉큼 그 선을 넘어 온거고 그래서 영화 노팅힐처럼 그 둘의 연애질이 시작된거고....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군가가 먼저 선을 넘어오게 되고 이내 두 영혼이 부딫치는 전쟁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서로 밀고 댕기는 그 전쟁은 일방적인 열애폭격이든 게릴라전이든 막상막하 지상전이든 구렁이 담 넘어가는 점령작전이든 결론이 나게 마련이고 상황에 따라서 이별이 되기도 하고 후회없는 추억이 되기도 하고 인생을 함께 할 인연을 만들게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절...남녀짝꿍으로 앉았을적 나무 책상에 선을 그어놓고 넘어오는 사람은 한 대씩 때리고 맞으면서 그렇게 놀던 시절이 있었다. 장난꾸러기 남자 짝꿍 녀석은 괸히 자꾸 선을 넘어오면서 키득키득 웃으며 장난질을 쳤고 새침했던 여자애는 화를 내기도 하고 투닥투닥 말쌈도 했다가 이내 같이 장난치면서 깔깔대고 암튼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대놓고 선을 그어 본건 그때 뿐이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직도 금을 여기저기 그어놓으면서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직장에선 상사에게 금을 긋고, 사는게 달라 보이는 친구에게도 금을 긋고, 말이 통할것 같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서 일단 금을 긋고 상처받지 않을 경계를 친다. 그 선은 어린시절에 그었던 것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보다 더 깊고 완강해서 도무지 그 누구도 웬만해선 넘어오지 않고 나 역시 다른 이들이 그들 앞에 그어논 칼날같은 금 앞에서 넘어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 내가 쳐놓은 금을 넘어온다는 것....그건 엄청난 사건이 분명한 것 같다.

금을 넘어온 사람이 연인이던, 존경하는 스승이던, 혹은 그 누구이던 간에.....

내 인생의 영역에 침범하고 나를 변화하게 만드는 것...


“여태껏 그 선을 넘어온 사람은 없었어. 처음이야. ”


누구든 처음으로 자신의 경계를 넘어온 사람에게 느끼는 각별함은 아마 인생의 끝까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드라마 속의 남주인공 철수처럼 누군가 자신이 그어논 금을 넘어오는 그 불안과 설레임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수도도 얼어붙고 경제한파에 마음까지 얼어붙어 버린 이 겨울에 군고구마처럼 달캉한 그들의 이야기가 마냥 기다려진다. 과연 그들의 선긋기 놀이는 어떻게 될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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