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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표하는 날에 생각나는 영화 -- 캐빈코스트너의 스윙보트


파리날리던 투표장 


오늘은 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왔다. 알람이 울리는 매일 아침마다 10분만 더 누워있다가 회사에 지각하기가 일쑤인 내가 생각해도 참 정성이 뻗쳤다. 비록 같이 사는 아침형 인간의 등살에 어쩔수 없이 일찍 일어났던거였지만...ㅡㅡ;
게다가 난 애도 없는데...교육감이 누가 되던지 내 인생이 달라질일이 뭐가 있겠나..

아침이라지만 투표장은 썰렁했다. 꼭 파리날리던 가게에 갑자기 들어온 손님을 쳐다보는 주인처럼 투표를 하러 온 나를 보고 갑자기 주섬주섬 분주해 보이는 투표요원들....예상 투표율 20프로라더니...애가 있는 부모들도 어떤 인간이 교육감이 되던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누가 되든 크게 달라질게 없을것 같아서인지 아님 사교육이 어쨌던 공교육이 어쨋던 무조건 자기 자식이 일등하고 잘나가서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해서인건지...

사실 매번 선거일마다 난 투표를 거의 거르지 않고 했고 내가 찍은 후보는 별로 당선된적이 없었던 불운한(?) 유권자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당선된 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내 앞에서 의기양양 떠들어대지만 선거가 무슨 내기도 아니고 다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고 해서 그가 정치를 잘하리란 보장이 어디있으랴.

나 역시 차라리 이민가서 살면 더 낫겠다고 가끔 생각하는 퍽퍽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이고 곁눈질로 대충 봐도 참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교육현실을 보면 오히려 애가 없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ㅡㅡ; 
매번 선거때마다 해봐야 뭐하나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누군가에게 표를 던졌다. 딱히 똑부러지는 대안을 갖고 있는 후보를 찍었다기 보담 그래도 저 사람이 좀 더 낫겠지..하는 생각으로.
직장에 출근해보니 누구하나 선거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아마 오늘이 교육감 선거일인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것 같다.  아니 교육감을 선거로 뽑고 있는지도 모르거나 학부모만 뽑는걸로 알고 있는 사람도 아마 있을것같다. ㅡㅡ;

투표하는 날 생각나는 영화 스윙보트

갑자기 얼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캐빈코스트너가 주연한 스윙보트...항상 멋진 캐릭터로 등장하던 그가 미국 시골변두리에 아무생각없이 사는 중년 홀아비 아저씨로 나온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딱 동점표가 나와버린 순간 똑똑한 딸내미를 둔 덕분에 이러저러하게 마지막 1표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평소 선거따위 관심없이 되는대로 살았던 캐빈코스트너에게 세상 모든 언론과 권력의 이목이 집중되버리고 그의 선택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결정되어 버리는 상황이 된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후보는 그의 지지를 얻기위해 캐빈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에도 몇십년을 고수해오던 정책까지 확 바꿔버리고 그의 마음에 들기위한 온갖 생쑈를 벌인다.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럴듯한 설정과 코믹한 내용...정치에 무관심한채 대충 살아오던 캐빈이 유권자로써의 자신의 한표를 어떻게 행사할것인지 새삼 고민하는 과정에서 선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다.
누구를 엄청 지지하던 마지못해 동조하던 결과는 모든 사람에게 딱 1표씩인 선거...평소 내 한표가 보잘껏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그 보잘껏없는 한표로 세계가 바뀔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니 뭐랄까....갑자기 내 한표가 무자게 소중해진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비록 간접선거에 보수양당제인 미국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에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비해 영화의 뒷심이 좀 딸리는 감이 있지만 진부한 일회용 헐리우드 로맨틱 코메디 보다 가끔은 이런 정치 사회적 환상을 심어주는 영화가 산뜻하게 느껴진다.
암튼 왕권사회로 회기하지 않는 한 사소한 친목회장에서 국가의 대통령 선거까지 항상 누군가를 뽑아야 하는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숙명인것 같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한번쯤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