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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꽃보다남자 - 한국의 빌게이츠가 된 구준표가 보고싶다.

 

한국의 빌게이츠가 된 구준표가 보고 싶다.

꽃보다 남자



요즘은 꽃남이 대세?

요샌 인터넷 포탈을 가던 이웃집 마실을 가던 어딜가도 드라마 꽃남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방송되기 전부터 일본판이 어떻고 대만판이 어땠는데 한국판은 어떠려나 관심도 많았고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청소년이 보기엔 너무 심한 장면이 나온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고 원판인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남녀 주인공의 인기와 더불어 매주 청률이가 승승장구 뛰어오르는 중이다. 아마 그 동안 40-50대 아줌마 눈높이에 맞추던 막장 드라마판에 볼게 없었던 30대 이하 초중고대직딩들이 몰려들고 있는게 아닐까. 게다가 때마침 방학한 10대들이 텔레비전 앞에 늘러 붙어있으니 말리려다 말고 같이 본다는 아빠 엄마들이 아주 많더란 말씀.


꽃남을 처음 본건 10여년전 만화가게에서였다. 당시에도 순정만화 좀 보는 애들 사이에선 이미 꽃남은 레전드였고 말로만 듣던 일본 학원물 이지메 얘기가 꽤나 흥미로웠다. 당하면서도 끝까지 지지않는 여주인공을 응원하면서 대체 다음편에 어떻게 될까 너무 궁금해 뽕이라도 맞은 듯 정신 못차리면서 몇십권을 순식간에 봐 제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 만화엔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 상황과 상황이 극적으로 엮여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묘한 균형감각 같은게 있었다.

부잣집 아들 한명만 물어주길 바라면서 고급 사립학교에 기를 쓰고 딸을 보내는 속물 부모에겐 친구가 당하는 부당함에 참을 수 없어 정의의 펀치를 날려대는 딸이 있었고 학교의 권력자 F4를 앞세운 있는 것들의 노골적인 괄시에도 당당하게 버티는 서민출신 여학생이 있었다. 뭐든지 자기 멋대로 휘둘러대는 도도함의 극치 왕싸가지 울트라 슈퍼 재벌 후계자 도련님이 있는가 하면 빵빵한 빽그라운드 죄다 포기하고 자기 능력으로 살고 싶다며 스스로 상속을 포기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겠노라 총총히 떠나는 개념찬 천사표 쿨한 재벌녀가 있었다.

이런 갈등들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가운데 어느샌가 서민 여주인공은 재벌도련님과 잘 되더라.. 그 뻔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다이너믹함이 넘치는 비보이의 열정적인 무대라도 본 듯 YO~를 외칠 수밖에.


돈 많고 잘생긴 도련님이 가난한 나를 사랑하네?


원작의 아우라를 등에 업고 텔레비전 드라마로 재탄생한 한국판 꽃남. 촛불 시위를 패러디 하고 한국 재벌에 대한 세간의 도끼눈도 슬쩍 가미한 채 영리한 각색으로 첫회를 내보내고 어디서 이런 꽃미남이 있었나 근데 뻑하면 버럭질에 터프가 지나친 까칠함과 아직은 소년티를 못벗은 장난끼 그득한 구준표가 등장. 돈 있으니 비행기도 내꺼 섬나라도 내꺼 지상낙원을 통째로 갖다 바치겠노라 지 좋아하는 여자한텐 뭐든 다 해주고파 열렬한 집착과 순정을 불싸지르는 이 순수한 도련님에게 어찌 미소짓지 않으리.

사실 돈 많은 애들도 나름대로 다 제 고민이 있고 사는게 힘든건 마찬가지지. F4니 뭐니 떼거지로 몰려 다니며 잘난척에 세상 권세는 지들 손아귀에 있는 듯 지들 맘에 안들면 이지메니 뭐니 몹쓸 짓거리를 하긴 해도 가까이 하고 보니 의외로 인간적이고 괸찬은 애들이란거다. 지들처럼 집안 좋고 이뿐애들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이면 금잔디 같은 평범한 소시민에 꽃혀선 대체 서민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야 몸소 가정방문 행차하사 디자이너표 수트만 입던 도련님께서 종아리 까지 밖에 안 오는 기럭지 짧은 남의 츄리닝을 입고 다섯식구 한 이불덮고 난민체험이네 낄낄대며 내 여자가 이렇게 사는구나 즐거워하는 그 사랑스러움이란.... ㅋㅋㅋ






환타지를 환타지로 보지 못하고...


그러나.....딱 거기까지 인거다. 내가 재벌 도련님에게서 보는 신데렐라리즘적 환타지를 보는 것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치장하는데 1억..수학여행비는 이천만원...주말에 여자친구와 놀기 위해 전용비행기를 타고 남태평양 섬나라까지 날아가니 파란 바닷가엔 요트가 떠있고, 하얀 백사장 테이블위엔 맛있는 음식이 그득....첨부터 끝까지 돈으로 쳐바르니 저게 바로 천국이로구나.

툭하면 아래 직원에게 짤라 버리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대시곤 하이힐 뒤축으로 소화전까지 울려대며 백화점 손님을 죄다 내보내놓고 아무도 없는 호젓한 매장 안을 휘젓고 다니며 내 여자한테 옷이며 신발을 잔뜩 사주는 녀석을 보니 어이가 없다. 물론 드라마 설정이고 캐릭터일 뿐이겠지. 근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취업시장도 꽁꽁 얼어붙었고 봄이 되면 더 경기가 더 나빠질거라는데...외국에선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별다방도 문을 닫아 칠천명이 모가지 당하고 철거민도 5명이나 죽었다. 비정규직인 죄로 계약 만료때가 되면 머리끝이 저려오고 심장이 타 들어가는데 아무리 드라마기로서니 그냥 눈에 거슬리니 짤라 버리라고??? 아무래도 나는 그 환타지를 그저 환타지로 봐주기엔 너무 나이를 먹은 것 같다.


뭐 어쨌든 좋다. 드라마니까. 말이 안되도, 현실과 다르던 말던 재밌으니까. 어쩌면 사는게 힘들수록 사람들은 더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고 환상이 필요한지도 모르니까. 사교육 입시지옥에 내몰린 현실의 10대들은 그런 호화고등학교에 그렇게 잘생긴 왕자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테니까. 취업경쟁에 내몰린 20대, 일자리 걱정이 앞서는 30대들도 잠시 시름을 놓고 즐거울 테니까.



   

한국의 빌게이츠가 된 구준표가 보고싶다. 


아마 이 드라마에서 재벌 후계자 구준표의 중년시대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왕자님 놀이는 청년시절에나 유효하니까. 우리가 즐기는 것은 딱 거기까지 인거다. 재벌도령은 끝까지 가난한 소녀를 사랑했다네. 그리고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네.

허나 사업가가 된 구준표는 어떨까? 마귀할멈으로 불리는 구준표 어머니 이혜영이 말하지 않았나. 재벌에겐 친구가 필요없다고...그건 돈 때문에 친구를 못 만들기도 하고 안 만들기도 한다는 뜻 일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로 살아가는 본질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 역시 그때가 되면 부의 창출을 위해 찌질한 서민들의 세계를 초월할게 뻔하다. 투자가치와 이윤을 찾아서 비정규고용을 늘렸다가 하루아침에 떼거지로 모가지를 날리고 중소영세사업자의 목을 죄는 거대자본이 자신들의 존재기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자본이  현대식 기계세탁업에라도 손을 뻗친다면 금잔디 동네 세탁소쯤은 하루아침에 쫄닥 망하는 것이다.


왜 대한민국의 그 수많은 재벌 드라마는 그들의 연애 얘기만 하고 마는 것일까. 재벌이 가난한 이성을 책임지고 사랑한다는 0.001프로쯤 될까하는 얘기, 재벌에게 선택되서 팔자를 고쳐 평생 잘 먹고 잘사는 소수의 1%가 되는 이야기에 몰입하는건 더 이상 환타지가 아닌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드라마는 사람들의 꿈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재벌 이야기에 좀 더 다른 환상을 보여줄 수 는 없는 걸까? 그들이 가진 능력만큼 사회적 의무를 다하며 존경받는 재벌사업가를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는 없는 걸까?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인간적이고 멋진 재벌도련님을 볼 수는 없는 걸까?

금잔디와 결혼한 구준표가 한국의 빌게이츠 부부가 되어 “ 경제위기에서 가장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이며 가난한 나라의 보건과 개발을 증진시키기 위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 는 연설을 하고 개념 찬 CEO가 되어 활약하는 F4 꽃미남들을 볼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이런 재벌 환타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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