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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스타의 연인 - 최지우의 연인은 유지태가 아니었네?

 

최지우의 연인은 유지태가 아니었네?

-스타의 연인-


드라마 “스타의 연인”이 끝났다. 멜로라는 장르의 특성상 다소 진부한 스토리와 늘어지는 전개로 동시간대 이웃방송국 화려한 막장드라마에 묻혀 시청률은 보잘껏 없었지만 가만히 드라마의 장면들을 다시 하나하나 곱씹어 보니 결코 하찮지 않았다.

마치 미팅자리에선 평범한 듯 수수한 모습에 별로 눈에 띠지 않았지만 만날수록 그 숨겨진 매력과 기품이 드러나는 A형 아가씨 같았다고나 할까....

달콤한 그림 같은 두 연인의 모습과 서걱거리는 갈등....고전 소설 같은 엔틱한 분위기와 동화같은 잔잔한 감동이 군데군데 묻어나는 드라마였다. 웬지 이 드라마는 프랑스의 해안 지방의 이름을 따서 만든 오래된 과자 “샤브레” 맛이 난다. 오랫동안 음미해왔지만 담백해 질리지 않고 모래처럼 바삭거리지만 달달한 그들의 이야기가....


스타? 연애는 고사하고 만나보기라도 했으면...


누구나 한번쯤 스타와의 만남을 꿈꾼다. 좋아하는 스타라도 있다면 평생의 꿈이 될 수도 있다. 글 쓰는 일을 하게 되면 그런 꿈같은 일이 생길수도 있는 모양이다. 대필 알바를 하다 여배우와 만난 평범한 남자 철수...역시 여배우는 여신같이 아름답다. 영혼을 모두 빼앗겨 버릴 것만 같다. 우연히 데이트 아닌 데이트까지 하게 되고 뜻밖에 그녀가 그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끌렸고 그녀가 그에게 무언가 고백하려고 한다. 그러자 철수는 서둘러 선을 그어버린다.


“저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저한테 과분하다고 아무 이유도 안 가르쳐주고 그냥 나 혼자 관둬버렸죠.....스타라는거 참 좋은 거군요. 당신을 보고 있으려니까 어쩐지 내가 좋아 하는걸 계속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살면서 한번쯤 꿈같은 사람...좋아해도 되는거 아닌가.......적어도 나 때문에 아파했던 것만큼 보상해줘야겠다고 행복하게 해줘야겠다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고마워요. 가르쳐줘서....”  


부담스러워 뿌리쳤던 과거의 사랑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그 앞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은 엄청난 거였겠지. 믿기지도 않았을테고 겁도 났을 것이다. 그녀가 누군가. 만인의 연인인 스타 여배우가 아니던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내게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 순간이야 인생로또에 당첨된 듯 정신 못 차리게 기쁘겠지..그러나 정말? 정말 스타와 사귄다면? 글쎄....많은 부분이 곤란하게 되지 않을까??? 연애는 그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철저한 균형과 탄성의 미학이니까. 처음부터 나보다 무거운 상대를 고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탐색의 시간이 지나면 슬슬 상대의 선을 넘기 시작하고 시간의 지속에 따라 밀고 땡김의 XY좌표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을때 탄력은 절정에 다다를 것이고 비로소 두 선은 접점으로 향할테니까. 아마 평범한 사람이 스타와 맺어지는 일이란건 재벌 다음으로 어려운 일이겠지.

사실 연애는 고사하고 그저 만나 보기만이라도 해봤으면 하는게 나 같은 일반인들의 솔직한 마음이 아니겠나... 그래서 무쟈게 부럽다 철수가. 어떻게 스타와 밀고 당길 수 있었는지. 그리고 너무나 황홀했다. 센티멘탈한 쇼팽의 녹턴이 흐르고 이국적인 일본의 거리에서 팝콘 봉지를 뒤집어 쓴채 손잡고 달리던 그들의 로맨스가...

 


 

들이대는 여자, 튕기는 남자.


그런데 이 커플....참 이상하다. 여자는 계속 들이대고 남자는 자꾸 튕기기만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먼저 전화를 하고 남자의 학교를 찾아오고 남자의 집을 찾아온다.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돌아가지 않고 한달만 같이 살아달라고 떼를 쓴다. 남자가 땅위에 금을 긋고 넘어오지 말라고 화를 냈지만 덥썩 그 선을 넘어온다. 아무리 심한 말을 들어도 그 다음날이면 다시 그의 집 앞에 나타난다. 다른 여자들처럼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지도 않고 한번쯤 튕겨주는 내숭도 없다. 대체 이건 뭘까. 아무리 도도해도 아무리 잘난척해도 이상하지 않을 여배우가 목이 늘어나고 무릎 나온 츄리닝 차림의 까칠한 남자가 사는 우중충한 자취방에 매일같이 나타나 이 곳이 제일 편하다며 무심히 공부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다니.


여배우는 여신처럼 아름다웠지만 미국의 수도가 뉴욕이라고 말했다는 루머가 돌만큼 교양이 부족했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고 자신의 부족함을 그 남자에게서 채우고 싶었다. 남자는 까칠했지만 지적이고 강직한 매력이 넘쳤고 웬지 갑자기 사라져버렸던 첫사랑의 그와는 다를 것 같았다. 그 동안 재벌2세, 영화감독, 스포츠스타 등 그녀와 어울린다는 남자를 수없이 만났지만 그녀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그녀를 스타로 바라보고 좋아해주었지만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그녀에게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 그럼 나보고 사실을 밝히고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포기하란 말이야? ”

“ 스타라는 네 이미지는 가짜지만 네가 사람들한테 받은 사랑은 진짜 잔아. ”


스타였기 때문에 떠나게 할 수밖에 없었던 첫사랑에 대한 원죄...아마 그녀가 그에게 항상 먼저 다가갔던 것은 자신이 백만배쯤 더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아닐까..




그렇다면 그 남자는 또 어떤가. 처음엔 옛날 여자한테 다시 돌아가겠다고 튕기더니 스타니까 안된다고 튕기고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여자의 곤란함을 덮어주기는커녕 잘못된 일이 있으면 사실대로 털어놓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시시비비를 따진다. 돈 많은 애인이라도 10원 한 장 거저 받을 수 없고 결혼은 생각이 없다고 마지막까지 튕기고 또 튕긴다.

어릴적 엄마에게 버려진 이후 엄마가 따라오지 말라며 그어놨던 선을 넘지 못해 울다가 그저 땅에 쳐박혀 오기로 책만 읽고 살았다는 그는 청년이 된 후에도 좋아하는 여자에게 넘어오지 말라며 선을 그어댄다. 여자한테 잘해주는 법도 없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엔 타협도 없이 고답적인 철학과 문학을 즐기는 뼈속까지 먹물인 이 남자... 

여심을 녹이는 부드러운 꽃미남 귀공자 캐릭이 판을 치는 드라마판에 작가는 어쩌자고 이런 까칠하고 꼬장꼬장한 캐릭터를 남주인공으로 만든 걸까. 남자가 대필한 책이 대박을 터트렸고 여배우가 자기를 좋아하기까지 하는데 그냥 둘이 편하게 사랑해도 될 것을...학교에서도 짤리고 소설가로서의 미래도 불투명해졌지만 자기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지고 세상과 맞서 싸우잔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웬지 이런 캐릭이 싫지 않다. 독설과 교조에 치우쳐 유연하지 못하지만 삶에 대해 너무 진지하다. 그러고 보니 철수에게서  치열했던 80년대 후반 운동권선배의 모습을 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너무 현실같아서 썰렁한 드라마


제목이 그러하듯 이 드라마는 스타와의 사랑이야기이므로 어쩌면 좀더 화려하고 좀더 순정만화 같았어야 했다. 꼬장꼬장한 남주인공의 캐릭터도 평범한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 같았다.

여배우와 사귀게 되면서 일반인에게도 끊임없이 따라붙고 쫓아다니는 파파라치 기자들. 한 가지 루머로 수십가지 추측기사가 난무하며 온갖 소설기사를 써대는 언론들.

배우를 관리하기 위해 사생활을 방해하고 계약날짜가 다가오면 일부러 때맞춰 스캔들 기사를 내보내는 소속사들...하루아침에 스타를 이용해서 한 몫 잡아보려는 난봉꾼으로 매도된 남주인공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결혼 발표를 하는 여배우...두 연인이 처한 답답한 현실을 보니 드라마 보기가 불편해졌다. 저들이 보여주는 멜로는 왜 저렇게 써걱거리는 것인지...왜 저리도 짜증나는 현실과 꼭 닮은것인지...

루머 때문에 자살까지 했던 최진실도 생각나고 때마침 튀어나온 전지현 복제폰 사건을 들으니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연예기사를 보면서 그 기사에 씌어진 대로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일반인인 나는 웬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실이던 아니던 루머가 돌면 없던 일도 진짜가 되어버린다는 저 곳을 바라보며 감정을 소비해왔던 나도 어쩌면 저 둘을 갈라놓는 일에 일조하거나 묵인했던 것은 아닌가.

드라마를 연기했던 진짜 스타 최지우와 유지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기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무튼 결론은 해피앤딩이어서 좋았다. 사랑...태초부터 존재해온 불가사의한 무엇, 가장 통속이며 그러나 가장 위대한 감정을 연예스타의 이야기로 풀어냈는데 기실 그곳엔 가장 일반적인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밋밋할 수도 진부할 수도 있는 대사였지만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 자체가 너무 사실적이었으므로 나는 철수의 고백에 마리인양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밌는 것은 여주인공역할의 최지우씨의 실제 스캔들 기사가 오늘 터졌다는 것이다. 철수를 만나러 갈 때 스카프를 푹 뒤집어쓰던 마리의 연기가 사실이었다는 거다. 상대는 과거 드라마에서 함께 했던 배우라는데....드라마가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철수와 마리의 사랑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스타의 진짜 연인이 나타나니 기분이 좀 씁쓸하다.

하지만 두 분 행복하시라! 살면서 한번쯤 꿈같은 사람...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을 가슴에 심어두는 게 팬들의 몫인걸 어찌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