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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보름동안 혼자 일본 돌아댕기기 7

보름동안 혼자 일본 돌아댕기기 7

 

2. 나가사키에서의 나흘밤 (2) : 나가사키(長崎) 주요 명소 하루만에 훓기,

 후쿠야마 마사하루(福山雅治) 이나사야마(稻佐山)공연

 

 

 

 

 

 

 

 

 

 나가사키에서 나흘밤을 머물렀지만, 정작 나가사키를 둘러본건 하루하고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었다. 도착 첫날은 태풍때문에 너무 늦었고, 둘째날엔 미야자키로 떠나, 세째날 오후에나 나가사키에 도착, 시내를 둘러볼수 있었다. 세째날 오후는 이나사야마를 올라가 보는것으로 홀랑 보내고...이제 네째날 하루는 시내 명소를 둘러보기 위해 아침일찍 숙소를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언덕배기의 달동네 집들이 정감있다.

 사진의 온천 입구처럼 보이는 곳이 나가사키에서  사흘간 묵었던 카가미야 게스트하우스 ...처음 숙소를 찾아갈때는 밤늦은 야심한 시간인데다 가로등도 별로 없는 어두컴컴한 길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주위에 묘지가 있어서 좀 으스스 무서웠다. ^^;;;;

일본은 이렇게 주택가에 묘지가 있다.  귀신들과 어울려 사는 분위기??? 그래서 일본엔 유난히 귀신,요괴 이야기가 많은걸까.

 

 

나가사키역 안내소에서 전차 일일패스(500엔)을 구입, 하루종일 노면 전차를 부담없이 타고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제일먼저 향한 곳은  평화공원(長崎平和公園)..미쓰야마초역에서 내리면 바로 이정표가 보이고 금방 찾아갈 수 있다. 나가사키 시내의 명소는 대부분 이정표가 잘 되어있었다. 평화공원에서 웅장한 기념조각들을 감상한 뒤, 한 정거장 뒤인 마쓰야마초로 가서 원폭자료전시관을 관람. 숙소에서 준 할인티켓으로 100엔에 입장했다. 사진의 시계는 원폭 잔해에서 발견된것으로 원폭이 터진 시간에 멈춰져있다.

 

 

 

 

이번에는 한정거장 다음인 다이가쿠뵤인마에역에 내려 조금 걸어 산노진자(山王神社)를 찾아간다. 신사는 늘 그렇듯이 사람들이 사는 동네 한가운데 있다. 유치원이 있어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던 신사 앞쪽에는 원폭의 피해에도 아랑곳않고 꿋꿋히 살아남았다는 신령스러운 두 그루의 녹나무가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를 드리우며 장엄하게 서있었다.

 

죽음의 문을 통과한 듯, 달관한 듯, 끈끈히 버티며 살아가는 나무앞에서는....살아있는것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껴야하리라..

바로 뒤에는 원폭으로 기둥 하나가 날라가 버려 기둥 하나만 남아있는 도리이도 서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녹나무와 외기둥 도리이의 말없는 꿋꿋한 카리즈마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듯 하다.

 

이제 점심을 먹기위해 나가사키 짬뽕 원조라는 사해루로 가본다. 노면전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오우라텐슈도시타역에서 내려, 길을 건너 조금 두리번 거리다 보면 사진의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무슨 기념관인줄 알았는데 이 건물 전체가 바로 중국음식점 "시카이로 (西海樓 사해루)"란다.

 

기념품 전시관이 있는 1층에서 승강기를 타고 4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면 입구에서 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식당 직원에게 가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어 올리고 한참 서있으면 손님이 빠지는대로 이름을 부르고 테이블로 안내해준다.

듣자하니, 오사카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도 있고, 일본현지인들이 많았던 듯 하다.

나가사키 짬봉의 원조라고 하니, 과연 그 맛은 어떨까...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테이블에 앉을수 있었고 가장 기본인 나가사키 짬뽕을 주문했다. 가격은 972엔.(소비세 포함)

 

과연 국물맛은....진국이었다!!

고기뼈를 아주 오랫동안 우려낸 구수한 사골국물맛?? 왜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평일에도 줄을 서있는지 알것 같았다. 게다가 커다란 유리창문으로 보이는 나가사키 항구와 크루즈의 풍경도  압권이었다.

 

 

분위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나마비르까지 시켜버리고는, 낯술에 얼굴은 벌겋고 알딸딸한채 배부른 포만감에 취해 식당을 나왔다. 바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나는 그라바엔(グラバー園)으로 향했다.

 

 

 

사해루에서 밥을 먹고 길 건너편으로 가면 근처 명소의 이정표들이 걸려있다. 그라바엔을 찾아 이정표대로 쭉 따라가보니 진입로 근처에는 기념품점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라바엔에서도 몇백엔 할인받고 입장. 긴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산책이 시작된다. 그저 나가사키에 온 서양인의 옛날 집을 전시해놨겠거니, 별 기대안했는데....의외로 저택과 정원의 분위기가 좋아 한참을 머물렀다. 글로버엔 마당 앞에는 저렇게 탁트인 나가사키 항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그로바엔 구경을 마치고 이제 그 유명한 오란다자카(オランダ坂)로 가본다. 옛날 나가사키 사람들은 서양인은 모두 오란다-네덜란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며 그 오란다인들이 자주 다니던 언덕배기를 오란자카카라고 한단다.

 

 

 

 

그로바엔을 올라가기 전에 오우라 천주당(大浦天主堂)이 있는데 이곳에도 입장료를 받는다. 멀리서 사진만 찍고 그냥 패스. ^^;;

 

 

그라바엔을 내려오면 근처에 멋드러진 중국식 뽀족지붕이 보이고...이곳이 고시뵤(孔子廟 공자를 모신 사당이라나..)인듯.

그러나 여기도....입장료.....걍 패쓰...^^;;

오란다자카에서 조금 걸어가니 환승역인 쓰키마치역이 보이고...신치주카가이(新地中華街)가 나타난다....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으로 아름다울 듯. 하루만에 나가사키를  훑어 보자니 벅차다. 다리도 아프고....하나하나 다 둘러볼 수 없어 여기도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   이제 데지마(出島)쪽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데지마역에 내리자, 바로 유럽과 동양이 뒤섞인듯한 특이한 건물이 보인다. 데지마 자료관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네덜란드와의 교역을 했다고 한다. 과거의 건물을 복원하여 일반에게 전시하고 있다. 옛날 복장을 하며 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역시 입장료가 있음. ^^;;

 

 

 

데지마 바닷가쪽으로 가보니, 바닷가를 끼고 쭉 늘어선 먹자골목, 데지마 워프가 보인다. 먹음직스러운 해산물을 파는 가게, 커피숖, 바, 술집등이 몰려있다..

 

 

 

멋진 범선이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데지마 바다를 바라본다....

데지마워프 식당에서 럭셔리하게 식사라도 하면 좋겠지만....노천 카페에서 메론 빙수 한그릇을 사먹었다. 

일드에서 자주 나와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얼음갈아논거에 메론맛 초록 시럽같은걸 뿌려주는데...속에 연유도 들어있고 맛이 나쁘지 않았다. 350엔이던가. 다리도 아프고 만사가 귀찮아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항구앞 벤치에서 멍때리고 있자니....벌써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괸히 눈물이 나온다. 실은 어제 이나사야마 야경을 볼때도 눈물이 삐져나왔다. 

혼자서 신나게 열하루째 몰아쳐왔구나......짧은 여행에선 느낄수없었던 이 외로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나가사키의 명소도 많지만...후쿠야마의 팬들이 성지순례로 꼭 들른다는 그의 단골라면가게에서 저녁을 때우기 위해 시안바시역으로 향했다. 지금도 나가사키에 들를때면 호텔에서 배달을 시켜먹는다나..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라면가게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줄을 서있다. 점심때부터 쭉 그랬다는데 저녁때 더 사람이 많아진것 같다.

모두들 내일 부터 시작하는 콘서트를 보기위해 해외는 물론,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팬들이다. 가게 안에는 다른 유명인들의 싸인과 함께 후쿠야마의 사인이 서너점이상 걸려있었던 듯. 사진이나 기념엽서도 보이고...

이왕 왔으니 나도 맛을 보고 왔다...무려 2시간이상을 기다렸던 듯. @@나가사키 명물중 하나인 사라우동을 먹었는데 소문대로 맛은 그저그랬다. 미쳤지....아무리 팬질이라지만...한국에서라면 이짓 못할지 싶다. ㅋㅋㅋ

그나저나 가게 주인은 후쿠야마 덕에  대박난 듯. 평소에는 별로 사람이 없다던데...ㅋㅋㅋ

 

 

 

겨우겨우 라면을 묵고...아픈 다리를 질질끌고 숙소로 돌아갔다. 여행 내내 열흘이 넘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10시간 이상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예전에 접질렀던 발목이 다시 아파 발을 절기 시작한다. 무릎도 아파서 쑤셔오니 가고싶은 곳은 많지만 속도를 내서 다니기가 벅차다. 하루에 두세곳정도만 둘러보는데도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다리가 아파 더이상 걷기가 힘들어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략 훓어본 후쿠야마의 고향 나가사키...

전철은 오래되고 낡아보이지만 운치가 있고, 도쿄에 비하면 수수한 옷차림의 사람들...70-80년대에 온듯한 거리 분위기.

도시의 명성에 비해 그 규모는 작고, 오래된 느낌이지만, 친근하고 아름답다. 언덕배기 달동네와 아름다운 항구...

후쿠야마가 20대초반 기타하나를 둘러메고 도쿄로 떠나와 힘들때면 이 고향 나가사키를 떠올렸으리라...

하루만에 훓고 가기엔 좀 아까웠지만....그러나 내일은 콘서트가 있고, 밤늦게 막차를 타고 후쿠오카로 가야한다.

 

나가사키 게스트하우스 카가미야에서의 마지막밤....돌아보면, 주인부부는 서글서글하고 인심이 좋았지만, 비용절감때문에 남녀혼성 도미토리를 선택한 탓에 나흘내내 불편을 감수했어야 했던게 큰 후회로 남는다. 남정네들이 섞여있다보니 땀냄새가 진동하고, 상의를 벗어던지고 누워있는 녀석이 있질않나, 술까지 먹고 코를 골고 있는 남자 옆에서 안보이게 커튼으로 단단히 주위를 막고 괸히 불안한 맘으로 쪽잠을 잤던 첫날엔 이런게 혼성도미토리라는걸 절실히 느껴야했다. 짐정리도 커텐안에서 조심조심해야했고, 옷 갈아입기도 신경쓰였고.... 에휴~ 뭐 그래도 삼일이 지나니 이것도 익숙해져 가긴 했다. 위에 어떤놈이 누워자던지 말던지..ㅋㅋㅋ

 

 

드디어 다음날 아침....결전의 날 콘서트 당일!! 나가사키역에는 아침부터 팬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짐은 코인락커에 보관해두고, 귀국 선물로 가족들한테 줄 나가사키 명물 카스테라도 몇개 사다 쟁여놓고.....나가사키역 아뮤플라자 식당가에서 늦은 아침겸 점심(명란젖을 곁들인 오무라이스 세트)을 든든히 챙겨 먹고 팬클럽 친구를 만나 미리 예약해둔 셔틀 왕복 버스를 타고 이나사야마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그러나...낯부터 내내 내리는 빗줄기가 콘서트 시간을 앞두고 점점 거세진다. 우비를 챙겨간다는 생각을 깜빡잊은 나는, 너도 나도 모두 입고 있는 우비를 보고....공연장 근처에서 혹시 팔고 있을까 찾아보았지만....끝내 우비를 구할수 없었다.

 

게다가 공연장에서 우산을 못쓰게 한다는 걸 알고...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맙소사 죄다 우비들을 챙겨왔는데 나만 이렇게 아무생각이 없었다뉘...ㅜㅜ 아,,나는 왜 조금 전 나가사키역 옷가게에 진열되있는 레인코트를 보고 단지 예쁘다는 생각만 했을까..왜 몇십분 후에 그게 내게 절실히 필요한 물건이었다는걸 깨닫지 못했던 걸까...공연장 근처는 산중턱이라 편의점도 없는데다 굿츠판매점에선 굿츠만 열심히 팔고 우비따윈 없었다. 공연 스텝에게 떼라도 써서 달라고 해볼까.. 젊은이...노약자를 위해 우비를 양보....누가 남는 우비 없소~~~ ㅜㅜ

 

결국, 후쿠야마 기념타올을 머리에 휘감은채 쏟아지는 빗줄기를 홀랑 다 맞고 있어야 했다. 아무래도 여행 막판에 몸살감기로 몸져눕게 될 상황이었다. 그렇게 공연시작전 두어시간 내내 비가 퍼붓더니만...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후...신기하게도 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노래가 시작되자 하늘은 멀겋게 개이고 해가 나오기 시작한다.....후쿠야마도 환호를 지르고 팬들도 기적같은 날씨에 환호를 질러댔다. 

공연시작하자마자 신기하게도 비가 멈추다니....역시 후쿠야마는 하늘도 알아보는게야. 팬들이 특히 좋아하는 노래로만 선곡된 이번 야외 공연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자기 고향 산중턱에와서 이렇게 데뷔 25주년 콘서트를 열다니...오직 한명의 스타를 바라보며 모여있는 수많은 관중들을 보면 흡사 무슨 종교집회장 같다. ㅋㅋㅋ

 

신의 아들(?)처럼 멋진 그를 보면서...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슬그머니 해본다. 이런맛에 콘서트를 댕기는게 아닐까.

 

아 정말이지...그때 계속 비가 왔었다면....여행중단하고 병원에 가야할지도 몰랐는데...여행 막바지라 심신의 피로도 쌓일대로 쌓여있는데다 그렇게 비를 맞았는데도 여행 끝까지 몸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건....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감동의 콘서트를 마쳤지만...삼삼오오 모여있던 한국팬클럽과 모처럼의 뒷풀이에도 가지 못하고...ㅜㅜ 

그날밤 나가사키에 숙소를 잡지 못한 나는 돌아가는 콘서트 인파를 뚫고 예매해둔 막차 버스 시간에 늦을까 부랴부랴 후쿠오카로 떠나야만 했다....

새벽2시가 되어서야 하카타 호텔 침대에 시체가 되어 널부러지고...다음날 다시 살아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