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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보름동안 혼자 일본 돌아댕기기 5

보름동안 혼자 일본 돌아댕기기 5

 

1. 도쿄에서의 일주일 : (5)  에노시마(江の島), 카마쿠라(鎌倉)

 

 

 

아침 일찍 쇼난모노레일을 타러 숙소를 나왔는데 전철이 저렇게 매달려서 다니는 걸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 저녁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저렇게 붕 떠서 다녔던 거로구나...ㅋㅋㅋ 왜 저렇게 만들어놨는지 모르지만 특이 하다. 게다가 역사에 티켓 체크기도 없어서  승무원이 내리는 손님마다 일일이 쫓아가서 표를 확인하고 나서야 보내주는걸 보고 황당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첨단과 아나로그가 뒤섞인 일본은 정말 재밌는 나라다. ㅋㅋㅋ

 

카마쿠라 인근 JR노선과 , 쇼난모노레일, 에노덴까지 무제한 탈 수 있는 일일 프리패스를 들고 아침일찍 에노시마로 출발했다.

쇼난모노레일을 타고 쇼난에노시마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저렇게 용궁같이 지어논 오다큐선 가타세 에노시마역이 나타나고... 에노시마로 들어가는 다리가 나오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게 에노시마다.

 

 

 

 

다리를 건너, 에노시마에 도착하니 신사로 올라가는 언덕길이 바로 나타난다.  사진찍을때는 이른 아침이라 한산했지만 점심을 먹으러 내려갔을때는 평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붐비고 있었다.

 

언덕길 양쪽에는 선물가게, 에노시마 특산물이나 갖가지 해산물, 길거리 음식 등을 팔고 있어 옛날 가옥들이 들어선 고풍스러운 언덕길 풍경이 마치 교토를 연상하게 한다.

언덕을 올라가면 가파른 계단이 나타나고 신사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난다.

계단을 부지런히 올라가면 신사가 나오는데 섬의 산위에 있는 신사라서 그런지 뭔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에노시마의 신사는 사랑, 재운, 예술의 세자매 여신을 섬기고 있는 신사로 세개의 신사가 있는데 제일먼저 나타난 큰 신사가 막내여신의 신사라고 한다.

 

신사 앞마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많이 찾아와 참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큰 동그란 원을 넘어가서 빌면, 인연을 맺어준다고 한다. 그래서 유독 이곳은 여성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미 뿌리칠수없는 인연을 만난(?)나는 그냥 벤치에 앉아서 물끄러미 신사의 풍경을 보면서 쉬다가....잠깐 묵념(일본에서 스치는 사람들과 기분좋은 추억을...)을 올리고 신사를 빠져나왔다.

 

일본 언니는 일본에 나쁜사람도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했지만..

기원 때문인지 실제로 보름동안 일본에 머물면서 잠깐씩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눈 많은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좋았던 것 같다.

신사까지 금방 올라가는 유료 모노레일이 있었지만 그냥 부지런히 걸어서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오르막으로 올라갔다.

 

 

 

 

 

 

 

씨캔들이라 부르는 전망대앞에 도착했다. 주변의 가든을 둘러보는데 200엔 전망대 올라가는것은 300엔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다 보려면 500엔을 내야한다. ㅡㅡ;;; 굳이 전망대까지 올라가고 싶지는 않아 가든입장료만 내고 한번 둘러보고 나왔다. 가든은 딱히 볼것은 없지만 잘 조성되어 있어 분위기는 데이트하기에 딱 좋은것 같았다.  

 

 

 

 

섬위의 가파른 곳에 위치한 식당들... 차라리 저기서 점심을 때우고 왔더라면 좋았을텐데...점심무렵 언덕아래의 식당들은 발디딜틈이 없이 북적대고 있어 한시간이상 줄을 서야하는 상황이었다. 에노시마의 명물 시라스동을 결국은 이곳에서 먹지 못하고 카마쿠라까지 가서 늦은 점심을 먹게 될줄은 이곳에선 미처 몰랐다.  ^^;; 

 

 

 

섬 위에서 내려다본 에노시마 주변의 바다 풍경....

 

 

 

 

 

 

연인끼리 와서 종을 친다는 연인의 종. 한쌍의 커플이 종앞에서 사랑의 열쇠를 걸고있는듯.

 

 

이제 에노시마 섬을 내려와서 에노시마 해변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아마도 이 해변에서 일드 "최후에서 두번째 사랑"을 촬영한 듯 하다. 쥔공 나카이 키이치가 죽은 마누라를 생각하면서 예쁜 조개를 줍고 있고 여주 고이즈미교코와 함께 산책을 하던 그 바닷가....

나도 그 바닷가를 거닐면서 밀려오는 바닷물에 잠깐 발을 담궈주고는....멀리서 바다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며 죽때리고 있었다.

에노덴을 타러 슬슬 일어났는데 벌써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아침 9가 못되서 도착,  언덕빼기를 낑낑 오르고 중간중간 쉬엄쉬엄 멍때리면서 그렇게 에노시마를 감상하노라니 그 여유로움과 낭만에 취해 시간 가는줄 몰랐던 거다.

지금도 가장 생각나는 곳이 바로 이 에노시마... 언젠가 또 찾아가고 싶은 그런 곳이다....

 

 

 

 

 

 

 

사진은 유명한 시라스동 가게 토빗쵸. 에노시마 섬 입구 주위에는 시라스동(멸치덮밥) 가게도 많고 각종 해산물을 파는 가게가 즐비했는데 줄이 길어서 먹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하필 태풍으로 그날은 어떤 가게에서도 생시라스는 먹을 수 없다고 하니...  생시라스를 먹고 싶었던 나는 줄을 서기도 귀찬아 배는 고팠지만 곧장 에노덴을 타고 하세 대불을 구경하러 가보기로 한다. 에노시마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바로 에노덴 에노시마역이 있다.  이제 일드에서 수차례 등장하는 바닷가를 달리는 그 낭만열차 에노덴을 타본다....

 

 

  

 

 

 

 

에노시마에서 지체하는 바람에 에노덴 역 중간중간 내려서 산책을 해보지 못한게 조금 아쉽다. 슬램덩크의 배경이라는 그 고등학교역도 그렇고...원래는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맟춰 다시 에노덴을 타고 바다가 보이는 철길에 내려서 산책을 하고 싶었는데 돌아가는 길에 에노덴을 탔을때는 이미 어두워져버린 뒤었다. ^^;;

 

 

 

 

 

그러나 잠시 내려 들렀던 역이 있었는데 바로 극락사역이다. "최후에서 두번째 사랑" 의 고이즈미 교쿄가 드라마속에서 퇴근후 집으로 가기위해 내렸던 역이고 저 개찰구를 나올때마다 전철표를 꺼내려고 항상 가방을 뒤적거리곤 했던 곳. 그리고 남주 나카이상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투닥투닥 싸우거나 깔깔 웃어대며 사랑을 키워가던 곳이 바로 저 곳이다.

중년의 여성 일본분들도 삼삼오오 이곳에 내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본내에서 꽤 히트쳤던 드라마로 작년에 시즌2까지 방송되었다. 인기를 반영하듯 전철역 입구에는 배우들의 싸인까지 전시되어 있다.  

 

 

하세역에서 내리니 유난히 여기저기 절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불이 있는 고도쿠인으로 향해 카마쿠라의 상징인 대불을 관람. 폐관시간이 다 되어가서 아쉽게도 부처님 몸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역시....압도하는 대불의 카리즈마였다.

 

 

하세역에 내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결국 먹게된 시라스동. 시라스동에는 생물, 튀김, 삶은(?)것 등의 종류가 있었는데 배가 고파 걍 보이는거 하나를 아무거나 주문해서 허겁지겁 먹었다.  생시라스를 먹고 싶었는데 못먹을바에야 아무거나 상관없었다. 데친 시라스였던 듯. 맛은 뭐 멸치덮밥 맛이다. ^^;; 

 

 

 

 

 

하세 대불을 관람하고 나서 다시 에노덴을 타고 카마쿠라역으로 가본다.  카마쿠라역 근처에 있는 고마치도리 상점가...

서울의 인사동 같은 분위기로 전통 선물가게나 각종 먹거리, 식당 등 여러가지 가게들이 죽 늘어서 있어 쇼핑하기에 좋았는데 저녁6시가 되어가니 소품이나 옷가게들은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았다. ^^;;

 

카마쿠라역 주변을 잠시 둘러본 뒤, 다시 에노덴을 타고, 또 쇼난 모노레일을  타고 숙소인 카마쿠라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오늘은 카마쿠라 마지막밤, 내일은 도쿄역으로 돌아가 거기서 또 나리타로 가는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 나리타로 한번에 가는 전철이 있지만 비싸기도 하고 오후나에서 도쿄역은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틀동안 머물렀던 이 숙소는 전통 일본가옥으로 도미토리도 침대가 아닌 그냥 나란히 이부자리를 까는 시스템이었다. 개인공간이 보장되지 않아 불편할것 같았지만 소소한 인사를 주고 받으며 옆에서 누워자는 현지 일본인, 서양인 여성들과 뒤섞여있는 느낌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미소가 귀여운 여성 스탭 한명을 제외하고 내가 만난 스탭들은 거의 이삼십대 젊은 남자애들이었는데 스텝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 집에 사는 사람들같았다. 아무래도 젊은 여자 손님들에게 주로 관심이 많아 보이고, 서비스 센쓰는 좀 부족한 그런 느낌이랄까. ㅡㅡ;

주로 서양애들이나 일본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고 한국사람은 거의 찾아오지 않는듯.

한국에서 온 일드팬이라고 하니까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최후에서 두번째의 사랑 드라마 얘기를 하니까 자기네 부모님이 보는 드라마란다. ^^;;;  졸지에 노인네(?)가 되버려 뻘춤한 가운데 밤늦게 아랫층 거실에서 투숙객과 스탭들이 깔깔대며 노는 소리가 들리는데....피곤하기도 하고, 젊은것들이 노는 자리에 끼기도 뭣해 이부자리에 누워 일찍 잠을 청했다. ㅜㅜ;;

 

다음날 아침 일찍 또다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거기서 피치항공을 타고 후쿠오카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는데....마침 큐슈에 태풍이 몰아친 뒤였다. 

아침에 숙소를 떠날때까지만 해도 하카타역에 도착해서 벌어질 엄청난 일들을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