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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뒷북치는 여자의 도쿄여행기-한류팬과 함께한 도쿄여행

 


도쿄에서 한국드라마팬을 만나다.

드디어 도쿄를 다녀왔다.

막장 용두사미 한국드라마에 짜증나서....우연히 보게 된 일본드라마에 재미를 붙이고....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노래가 좋아 국내엔 없는 후쿠야마의 cd를 구하러 도쿄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내 지난 주말.... 거사는 이루어졌다. ㅋㅋㅋ

뭐...돈과 시간만 있다면 그까짓거 뭐가 어렵겠나. 다만 그놈의 돈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속칭 “올빼미”라고 불리는...주말 새벽비행기를 타느라 불혹의 몸으로 20대 새파랗게 젊은것들 틈속에 나도 배낭을 맨채 밤새 줄을 섰다. ㅋㅋㅋ

게다가.....이번 여행은 몹시 특별한 것이었다.

우연히 야후재팬에서 한국드라마 팬 일본아줌마의 블로그에 댓글 몇 번 달고 한국드라마 얘기를 몇 번 나눈 것이 계기가 되어 이번 나의 도쿄여행에 가이드를 자청한 일본아줌마들이 나타났고 하네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머리털 나고 처음 가보는 외국....후쿠야마와 일드속의 배우들이 살고 있는 도쿄.... 처음 만나는 일본인들.....인천에서 고작 두시간만에....드디어 비행기는 착륙하고....비행기 창문에 한문으로 일본국제공항이라는 선명한 글씨가 보이기 시작하자......기대반 우려반으로 가득찼던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드디어 일본이구나!


일본 땅을 밟자마자...가장 처음 본 일본 사람은 역시....일본 공항경찰이었다. 감청색 제복에 배가 조금 나온....생김새는 한국인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았지만....키가 정말 작았다. ㅋㅋㅋ

내리자마자 길게 줄을 서서 인플루엔자 카메라검사를 하고 입국심사를 하고.....거의 모든 일본인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도쿄시내의 가게에서도 마스크를 쓴 점원이 많았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나와보니....하네다 공항은 마치 한국의 소도시 버스 터미널 만큼 작았다. 이럴수가......나중에 출국할때도 가관이었다. 몇백명의 관광객이 의자 하나 없이 죄다 바닥에 주저앉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공항이 작아도 그렇지 이건 너무했다. 그래도 공항인데...밀항하는 것도 아니고...무슨 노숙자도 아니고...이게 뭐니....여기 일본맞아? ㅡㅡ; 이곳에 비하면 인천공항은 광할한 파라다이스구나. ㅋㅋㅋ


공항로비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어떤 일본 아줌마가 금방 우리를 알아차리고 다가왔다. 낮선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윤상!......뜨아~~~

그 동안 번역기의 덕으로 댓글과 메일은 주고 받았지만....나는 일본말을 모른다.

꼭 한국의 인상 좋은 이웃집 아주머니같은데....말은 일본말이구나.....뭐라고 하는거지?

순간, 입이 얼어 붙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인사를 어떻게 하더라??? 

그러나....그녀의 자상하고 반가운 표정 때문에 말이 곧 술술 터져나왔다.

하지메마시떼....오아이데끼데 우레시이....와따시와....ㅋㅋㅋ


아줌마의 일본어를 알아들어 보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신기하게도 대략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첫미팅에서....그래도 대략 절반정도는 대화에 성공한 듯 싶다. 그동안 일드를 많이 봐서 그런가? 어쨋든 일본어와 한국어는 비슷해...한국인은 일본인과 금방 대화가 된다더니....ㅋㅋ


정신없이 일본아줌마와 일본말 한국말 바디랭귀지 섞어가며 한국드라마 일본드라마에 대해  왁자지껄 수다를 떨면서 지하철을 탔다. 일본인들은 지하철에서 휴대폰도 안하고 조용하다더니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옆에서 크게 통화하는 아줌마...ㅋㅋㅋ 지하철은....서울보다 작았다. 대전시내의 지하철 정도쯤 되는 것 같다. 12월인데도 노란 은행잎이 아직도 흩날리고 있고...가을의 거리 같은...서울보다 따듯하고 아담한 도쿄거리 사이 사이 큰 바다로 이어지는 작은 물줄기들이 도로처럼 반듯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러 들어간 호텔의 한쪽 벽을 차지한 거대한 유리 창 밖으로 도쿄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우뚝 솟은 빌딩숲 사이 저편 바다 위에서 눈부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디에도 언덕과 산은 보이지 않고 다만 평평한 땅위로 우뚝 솟은 빌딩들.....도쿄의 사람들은 저 바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 것도 없는 망망대해의 시작....대부분 나라의 수도는 바닷가에 있지 않지만 이민족의 침입을 한번도 받아 본 적 없이 무심히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던 일본인들은 결국 어느날 자신들의 수도 토쿄 앞바다로 갑자기 쳐들어온 서양의 군대에 일찍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지....


일본언니와 함께 한 나의 도쿄여행 첫 번째 코스는 신바시역 근처의 니혼 테레비 아침 뉴스프로그램 “즘사타” 촬영장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촬영장 앞에는 특이한 조형물이 있었는데 저 시계 모형...유명한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새벽부터 촬영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과 즉흥 인터뷰를 하기도 하는 그런 프로그램인 듯....일본 아줌마가 일본가수 후쿠야마를 좋아하는 한국 관광객이 왔다고 여기를 좀 봐달라고 촬영팀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결국 인터뷰 당첨은 4세 딸의 생일이라는 한 가족에게 돌아갔다. ㅋㅋㅋ

두 번째는 메이지 신궁....대문으로 들어서는데 까악까악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일본말로 “카라스”라고 한단다. 저 새가 일본의 길조가 맞냐고 하자 전혀 아니란다. 길조는 비둘기란다. 난 왜 여태껏 까마귀가 일본의 길조라고 생각했을까?

신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약수가 나오는 큰 우물이 있길래...목이 마른 차에 한국의 사찰을 생각하고 바가지로 물을 떠 마셨더니...일본 아줌마들이 모두 기겁을 한다. 이건 먹는 물이 아니고 신사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물이라고....허걱!  웬지 배가 쌀쌀 아픈 것 같다. 이곳에 가시게 되면 꼭 기억하시라. 신사나 사찰에 있는 물은 먹는 게 아니라고.... ㅡㅡ;;


일본고스돕? 우린 한국드라마 보고 알았어요.

신궁 앞 마당에는 일본 전통 결혼식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다. 신부와 신랑 뒤에 각각 가족들이 줄을 서있고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다. 하객들의 검은 옷이 결혼식의 복장이란다. 한국의 결혼식 복장은 울긋불긋 화려하다고 했지만 한국에선 검은 옷은 상복으로 입는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ㅋㅋ 행렬 앞의 빨간 우산을 보고 화투의 비광이 생각나서 화투그림을 아느냐고 물었더니...전혀 모르겠단다. 자기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고스톱이라는 걸 알았다고..ㅡㅡ; 허걱!


신사앞에 기원하는 메모를 적는 장소....이곳에도 한국인이 많이 다녀간 듯 한국말 메모가 많이 보인다. 그런데 그 중에 하나가 떡 하니 “일본 침몰!!” 이라고 씌여있다. 이런!!

뭐라고 적혀 있느냐고 일본 아줌마가 묻는데 대답을 할 수 없어서 무척 난감했다. ㅡㅡ;


일본인은 줄서는게 취미?

다음은 메이지 신궁에서 가까운 nhk 방송국으로 향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방청권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거진 한시간 반은 되어 가는 것 같다. 진행요원의 손짓에 따라 이리갔다 저리갔다 자리를 여러번 움직이면서도 모두들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한국 같았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지도 않거니와 긴 행렬의 사람들한테 이리가라 저리가라 명령이라도 하면 당장 짜증내고 여기저기서 시끌시끌했을 것이다. ㅡㅡ;;

결국....다리도 아프고 힘들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관람을 포기하겠다고 했더니...일본 언니...한국인의 참을성 없음을 이해한 듯...일본에는 소문난 맛집에 가려고 해도 이렇게 줄을 서야 한다고...일본인은 줄서는게 취미라고....웃으며 말한다. ㅋㅋㅋ


다음은 우키요에로 유명한 오타 기념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러니까...일식집에서 주로 보았던 그 일본 그림이 모두 이곳에 있었다. 지극히 일본적이고 아름다운 그림들이었다.

그림 관람을 위해선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라가야 하는데 한 젊은이가 어떤 그림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그림에 심취한 듯 오랫동안 앉아있다. 역시 매니아 기질이 많은 일본인....

일본의 전통판화인 우키요에가 도자기 포장지로 싸여져 프랑스에 건너갔고 프랑스 인상파 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미술관을 나와 운전수가 오른쪽인 희안한 일본의 연두색 택시를 타고 신주쿠에 내려보니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 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도로나 건물이 작고 좁은 편이어서 그런지 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흘러 다녔다. 대체로 건물들 하나하나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개성이 있었고 길바닥은 반들반들 윤이 날 정도로 깨끗했다. 가래가 나왔지만 도저히 뱉을 수 없었다. ㅡㅡ;


일본에서는 여자들도 자유롭게 길에서 담배를 핀다고 들어서 호기심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담배를 피는 사람은 남자도 여자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유명지에서는 야외에서도 담배를 피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었다. 음식점에 들어가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지 물어봐야 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길래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았더니....

흡연자의 권리를 달라고 데모를 하고 있는 것이란다....세상에~


길거리마다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담배를 피워대는 한국아저씨들은 이곳에선 절대 참아야 될 것 같다. 아직은 한국이 흡연자의 천국이었다.

한국 보다 네온 간판이 더 많고 화려하지만 신촌의 거리와 대체로 비슷했다. 삐끼가 있는 것도 비슷하고...그냥 말소리와 간판글씨만 다를뿐...한국과 거의 다름이 없다.


맥주집에 들어가보니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고령자의 나라인가? 한국에는 오십대 이상의 어른들은 이런 곳에 잘 오지 않는데...일본의 중년들은 세대에 상관없이 여러 가지 취미생활 등 나름대로 라이프스타일을 잘 즐기면서 사는 것 같다. 가이드해주는 40-50대 한류팬 일본 언니들만 봐도 그렇다. 한국엔 5번이나 가봤단다. 그녀들은 자신들끼리 모임을 만들며 한국문화를 즐기고 있었고 한국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고 드라마의 콘텐츠가 좋단다. 일본의 드라마는 소재가 다양하긴 하지만 좀 한정되어 있다나? 그리고 한국 드라마와 한국스타들에 대해서라면 한국인인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좋아하는 배우를 쫓아 외국을 자주 간다는 것...우리나라 중년 여성들에겐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대부분 한국의 중년들은 가족을 부양하거나 자식을 뒷바라지 하는데에만 몰두한 채 변변한 자신의 취미생활도 없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음날 아침은 아사쿠사로 향했다. 아사쿠사는 일본의 사찰로...들어가는 입구에 쭉 늘어선 가게들의 기념품이나 먹거리가 꽤 볼만했다. 이곳은 일본인들도 무척 많이 찾아오는 듯.

아쉽게도 본 건물은 지금 공사중. 대웅전에 있는 부처는 아주 작았다. 건물이 무척 깨끗하고 새것 같아서 언제 지어진 것이냐고 했더니 1900년대란다. 전쟁에 다 없어지고 새로 지었다는 것. 전쟁 때문에 온 시가지가 불타고 나름 어려운 시절을 보냈을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신사와 사찰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말이 나오자 거긴 한번도 간적 없고 자기들은 가지 않는 곳이라고 말해준다.

솔직히, 지금도 한국에서 내가 일본드라마를 보거나 일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고 한국친구들에게 얘기하면 다들 좀 이상하게 생각한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른들은 굉장히 싫어한다...아마 과거의 역사 때문일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더니....

아마 그럴 것이다....그리고 그건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앞으로 일본도 한국도 아시아에서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준다.
내가 만난 일본 언니가 이렇게 개념 있는 말을 해주다니...한류팬이었기 때문인지...혼네인지 다테마에인지는 몰라도 마음은 흐뭇했다.



도쿄타워에서 바라본 도쿄시내의 모습이다. 멀리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인다. 후지산이나 도쿄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사실 별로 볼 것이 없는데도...입장료는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정도..가격은 꽤 비쌌다. 그런데도 상징성 때문인지 외국인 뿐 아니라 일본 각지에서 온 사람들도 많은 듯. 그중에서도 한국관광객이 많은 탓인지 일본어와 한국어 팜플렛만 나란히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관광지 안내판에도 여기저기 한국어가 쓰여 있어 일본어를 몰라도 간단한 한문지명만 분간할 수 있다면 일본여행은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한국남자가 최고라고?

다음 행선지는 오다이바....엿가락처럼 휘어진 레인보우 브릿지....사진을 찍어 줄 사람을 찾는데 옆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이곳에도 한국인이 많다. 보아하니 20대쯤의 한무리의 한국 청년들...사진을 부탁하자 흔쾌히 카메라를 건네받는다. 사진을 찍어준 준수한 청년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나 둘 셋...” 이라는 한국말을 따라하는 일본언니...좋아하는 오빠를 만난 소녀처럼 박수를 치며 너무 좋아한다. 한국 젊은 남자라고.....ㅋㅋㅋ


일본남자들도 꽤 스타일이 멋지다고 했더니...일본언니....별로라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일본남자들은 대체로 shy하고 공작새같단다! (헐...일본인들은 그렇게 표현하는구나.) 그리고 한국남자야 말로 최고란다. 군대를 다녀와서 남자답고 듬직하고 몸짱이고 애정표현에 솔직해 로맨틱하단다. 허걱! 그건 드라마일 뿐이고....ㅡㅡ;;모든 한국 남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어쨌든 드라마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행복해 하고 있었다. ㅡㅡ;;;;


이번엔 내가 일본여자들에 대해 물어봤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항상 남자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오던데 일본여자들은 정말 여성스럽고 대단한 것 같다. 한국 여자들은 절대 그런짓(?) 안한다...못한다...고 했더니....

요새 일본여자들은 그런거 안한다...모두 드라마일 뿐이란다. ㅋㅋㅋ

결국 모든게 양국의 드라마가 가져온 헛된 환타지였단 말인가! ㅋㅋㅋ


일본언니는 일드팬인 나를 위해서 특별히 일본의 방송국견학을 많이 가게 해주었다. 다음은 오다이바 근처의 후지 테레비젼으로 향했다. 방송국 건물속에 동그란 돔이 있어서 마치 무슨 우주선 기지 같았다.

이곳엔 내가 보았던 일본드라마 프로그램들의 전시 코너가 있어서 무척 반갑고 즐거웠다. 기무라의 드라마와 쇼프로 스마스마 등 일드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드라마의 포스터와 관련 전시물이 많았다.


일본인은 한국노래... 한국인은 일본노래????

마지막으로 일본의 노래방에 갔다. 일본언니가 시키는 대로 노래방에 들어갈 땐 몰래 맥주와 음료수, 과자를 숨겨서 들어갔다. 꼭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ㅡㅡ;  그런데 일본의 노래방에선 술과 안주를 팔고 있어서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우리를 주인아저씨가 은근히 째려보는 것 같았다. 일본의 노래방에도 한국노래가 있었고 노래를 선택할 땐 한국어가 나왔다. 일본 언니는 한국노래를 부르고 나는 일본노래를 불렀다. 한국 노래방에 있는 노래가 끝나면 나오는 점수와 팡파레는 없었지만...일본언니의 신승훈과 성시경의 노래는 거의 수준급이었다.


한국드라마팬인 일본언니들과 일본드라마팬인 내가 우연히 만나 서로 상대의 나라의 드라마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짧은 일본어라서 깊은 대화는 하지 못하고 단지 드라마와 배우들에 대한 단편적인 대화뿐이었지만.....내가 여태껏 나누었던 그 어떤 대화보다도 즐거웠다. 내가 말하는 일본 배우들의 이야기를 반갑게 들어주고 한국드라마와 배우들을 너무나 좋아해주는 일본 언니들이 있어서 고맙고 기뻤다.

비록 서로의 말과 국적은 다르지만 어떤 문화를 좋아하고 감동받고 위로받고 거기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것은 모두 똑같았다.

국적도 나이도 잊은 채 한국노래와 일본노래를 모두가 동시에 같이 부를 수 있었던 시간....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며 모든 시간을 할애해 가이드를 자청해준 따듯한 일본언니들...

그래서 막연히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에 대해 편안함과 친숙함을 느끼게 해 준 그들....

일본의 아줌마도 한국의 아줌마도 모두 하나가 되었던 시간.... 도쿄의 화려한 야경보다도 수려한 신사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다.



결국,,,내 입맛은 조선여자...ㅋㅋㅋ

언니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부리나케 집에서 s라면과 청국장을 끓여먹었다....
후다닥 한그릇을 비우고 나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아..시원해! 역시 이 맛이 최고야~

결국, 아무리 일본드라마를 자주 보고 일본가수를 좋아해 친일파 여편네라는 남편의 궁시렁을 들어도...나는 조선여자였던 것인가? ㅋㅋㅋ
일본 언니들이 대접해 준 일본라면은 한국에서 먹던 일본라면과는 너무 달랐다. 국물이 진하고 맛있긴 했지만 좀 짜고 느끼했다. 역시 본토의 음식은 내 상상과는 달랐다. 일본음식이 좀 달기 때문인지 맥주는 좀 쓴 편이었고 음식점에서 주문한 요리에는 딸려 나오는 단무지 한 접시도 없었다. 게다가 값은 또 얼마나 비싼지... ㅡㅡ;

같이 갔던 오다이바의 푸드코트에는 전주비빕밥 코너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고 내 옆자리의 일본인 가족들은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일본언니들은 전부 한국음식이 너무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내내 이야기 했었다. 한 언니는 한국인이 많이 사는 신오오쿠보에서 고추장소스를 사가지고 와서 매운 닭갈비를 자주 해먹는단다. 그래...역시 음식은 우리나라 것이 최고여!


다음에는 일본언니들이 한국에 오겠단다. 좋아한다는 한국의 떡과 전복죽을 잔뜩 대접하고....
가고 싶다는 한국의 천일염전에도 꼭 모시고 가고 싶다.


불과 두시간 거리....서울에서 속초보다 더 가까운 도쿄가 이웃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