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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멜로드라마엔 항상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에 대한 잡담

늘은 축배라도 한잔 해야 되는 날입니다.
사실, 그동안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거든요.
오늘로써 바이엘을 다 떼고 이제 체르니를 배우게 됬습니다.
평소 피아노는 사십  평생 수없이 근처에는 가봤지만
학교종이를 한손으로 치거나 젓가락행진곡 흉내만 내다 마는게 전부였죠.

매일 회사 퇴근하자마자 가까운 피아노학원에 가서 띵똥거린게 벌써 10개월째네요.... 
처음 며칠은 아이들만 드글드글 거리는 피아노학원에 내가 떡하니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애들이 갑자기 모두 선생님한테 달려가서
손님오셨어요~ 하더군요. ㅡㅡ;;;

네 피아노학원에 뜬금없이 어른이 오는 건 애들도 적응이 안되는지
내가 지들하고 같이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게 신기한지 힐끔힐끔 넘겨보고
한 며칠동안 그러더군요.
선생님들도 가끔 저보고 어머니나 선생님이라고 부를때도 있었구....ㅡㅡ;

그러게....나이 사십이 넘은 여자가 웬 피아노냐구요?
뭐...취미생활이야 딱히 나이가 따로 있겠습니까마는,
남이 멋들어지게 치는게 부럽고....
아름다운 클래식선율에 도취되어도...
감히 배워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텔레비젼을 보는데....세상에 이런일이...이 프로 였던것 같아요.
가끔 이 프로를 보면 장애인들이 어렵게 살아가는게 나오곤 하는데 이런걸 보게 되면 눈물도 나고....
뭔가 기분이 안좋아져서....좋은 프로라고는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좀 안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날은 화면에서 어떤 예쁜 아가씨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넓은 홀에서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아주 수준급으로 치고 있더군요. 근데 이 여자...세상에...귀머거리라는 겁니다. 어릴때부터 귀가 멀어 소리는 안들리지만 진동으로 음을 느끼면서 연주하고 있는거였죠. 들리지도 않는데 연주를 하다니요...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얘긴줄 알았는데 대학에서 전공까지 했다는 군요. 어릴때부터 십몇년을 주욱 거기서 그렇게 모두에게 들려주기 위해 연주를 해왔대요. 자신은 들을 수 없지만...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외치기라도 하듯이 말이죠...
제가 너무 몰입해서 그 여자의 이야기를 봤던 걸까요? 그 연주가 너무 훌륭해서...눈물이 참을수없이 흐르더라구요.
그때 저도 결심을 하게 된겁니다. 귀가 안들리는데도 저렇게 연주하는 사람이 있는데...멀쩡한 내가 왜 하지 못하겠느냐고....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지루한 나의 일상을...뭔가 아자아자 바꾸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오르더군요. 
멋진 장애인여성이 나같이 빈둥대는 비장애인에게 큰 메시지를 주었죠.....
결국 그렇게 된겁니다.

아노...배우다 보니 이거 참 물건입니다. 고운 선율의 해머가 하루동안 지친 내 심장까지 맛사지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평소 피아노에 대한 흠모가 있기는 했지요. 피아노는 참 로맨틱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특히 멜로 드라마나 영화에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게 바로 피아노입니다.
기억해보세요. 당신이 기억하는....남녀가 애정에 빠지는 드라마에는 거의 대부분....
반드시 피아노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드 롱베케이션에서 피아노의 피자도 모르는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 기무라타쿠야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몰래 학원을 다니면서 배우다가 진짜로 일주일만에 피아노 연주를 하고..
겨울연가에서도 준상이의 피아노연주가 두 남녀의 큰 매개물이 되거나...
스타의연인에서 유지태가 쇼팽의 녹턴을 연주해서 최지우의 마음을 홀리고...
아가씨를 부탁해에서도 제비 윤상원이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 아가씨를 꼬시지않습니까.
미남이시네요에서도 피아노앞에서 노래부르던 태경이와 미녀의 분위기가 은근 무르익었었구요...

남녀의 연애감정을 가장 로맨틱한 분위기로 채울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이고 널리 쓰이는 전형적인 소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설하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뭐...굳이 피아노는 아니더라도...
태어나서 뭔가 악기하나는 다룰줄 안다면
인생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