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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한국드라마 오모시로이? 일본인 블로그를 다녀오다..


한국드라마 좋아하는 일본인 블로그를 찾아보다.

심심해서 검색해 본 일본야후에서 우연히 한국드라마 블로그를 발견했다. 대문간판에 차승원의 모습이 떡하니 걸려있고...얏바리..한국도라마 오모시로이! 라고 적혀있다. 한국 영화, 한국 연예인의 정보가 가득한걸 보니 아무래도 쥔장은 일본 한류아줌마? 얼마전 끝난 드라마 시티홀을 일본에서 실시간으로 본 모양이다. 방송편마다  리뷰가 빼꼭이 올라와있었고 최종 감상평까지 올라와있다. 댓글도 무척 많았다. 방문자수도 꽤 되는것 같다...엇그제 히라가나 막 외운 수준이니 당췌 뭐라고 적혀있는지 알수가 있나.....사전보고 끙끙대며 해석해보지만..이게 진짜 맞는 소린지..확실히 알길은 없으나 대략 드라마가 너무 좋았단 말들같다. 어떤 중국인은 시티홀에 푹 빠졌단 댓글도 있었다. ㅋㅋ

드라마업로드게시판엔 자막판이 4회까지 밖에 안올라왔다고 하는걸보니...일본은 자막 공수가 좀 늦는 모양이다. 한국에서 일드를 볼때는 바로 다음날이면 자막판이 나오는데...확실히 일본에서 한국말하는 사람보다는 한국에서 일본말하는 사람이 훨씬 많구나. 그래도 저렇게 자기나라에선 방송되지도 않는 한국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좋아들하는 외국인의 반응을 보니 뭐랄까....반갑기도 하고 기분이 묘해진다. 현지 사람인 나도 무지 재밌게 본 드라마를 하루이틀 차이로 외국인들또한 같은 재미를 느끼며 즐거워하면서 보고 있다니...
가끔 자기들끼리 가다까나로 안녕하세요..등등 한국말을 한다...거참....일본어를 할줄알면 댓글이라도 좀 남길텐데...일어는 커녕 영어도 안되니...ㅜㅜ 앉은자리에서 클릭하나로 지구반대편 소식도 팡팡 올라오오는 세상이건만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건 일상에 찌든 아줌마의 무식함이로구나... 어흑~

야후자팬에서 발견한 일본인 블로그 http://komachimisa.blog41.fc2.com/blog-entry-568.html

왜 한국드라마에 열광하는 걸까?

                                               최근 일본에 방송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  "남자이야기"

가끔 한류게시판에 한국드라마나 가수, 영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번역되어 올라오는데 그런 글들을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다 못해 뻔해서 지겹기까지 한것들이 그들에겐 색다른 이국문화로 다가오는 것이다. 
"한국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초록색 병은 뭐냐? "
"한국에선 왜 라면을 냄비 뚜껑에 대고 먹나?"
"한국에선 다들 전화를 안받을때 휴대폰 밧데리를 아예 빼버리나?^^; "

남주인공이 여자를 업어준다거나, 눈물을 숨기며 뿌리치는 여자의 손목을 잡고 이글거리는 눈을 응시하거나 하는...이른바 전형적인 한국멜로드라마의 상투적이고 느끼한 장면에 열광한다거나...남녀가 좋아할라치면 꼭 반대하거나 간섭하는 부모가 등장하는 한국젊은이들이 짜증나서 안보고 싶어하는 설정에 오히려 흥미를 보이고, 주구장장 질질 끄는 스토리에도 오히려 느린 걸음의 시각이라며 반기는 일본 언니들....ㅎㅎㅎ

많이 만들기도 하고 시청률높기로 아시아에서 정평이 나있는 우리 드라마는 확실히 중장년층 주부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있는 것 같다. 그것에 반해 현재 일본의 드라마는 장르나 소재가 매우 다양하고 트렌디해서 중장년층에겐 소외될수밖에 없다가 한류드라마가 그들의 구미를 당긴것이다. 일본은 예능물보다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드라마를 애초부터 틈새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해왔단다. 그러다보니 전문직, 추리물, 캐릭터물 등등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제작되오고 있다. 핵가족화가 심각한 일본은 드라마에서 가족이야기를 거의 찾아볼수없게 되었고 중장년 언니들은 우리드라마를 보면서 과거 7-80년대를 생각한단다. ㅡㅡ;

나는 일드보는 한국아줌마....

그러나 일본언니들도 한국드라마를 무턱대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역동적이고 로맨틱하다며 좋아하기도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나 기억상실, 재벌, 불치병이라는 뻔한 스토리에다 완성도가 떨어지고 유치하다고 비평하기도 한다.
사실 한국아줌마인 나도 괸찬다는 생각이 든 몇몇의 드라마를 빼고는 한국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한국 만큼 아줌마를 위한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 드라마를 많이 만드는 곳도 없을것 같은데...정작 아줌마의 한 사람인 나는 별 흥미를 못느낀다.  아줌마라고 해서 전부 불륜이나 멜로, 아줌마의 수다떠는 일상코메디를 좋아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한국드라마에서 추리물을 보고싶기도 하고 SF나 정치코메디를 보고싶기도 하고 노동조합이나 심령물, 동성애이야기를 보고 싶기도 한데 한국은 무조건 많은 사람이 많이 보는 드라마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화려하고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뿐이라 어느날 부턴가 차라리 소재가 다양하고 빨리 끝나는 일본드라마를 즐겨 보게 되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일본드라마를 본다는 말은 대놓고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일 경우 일본노래를 흥얼거리기라도 하면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는게 일반적인 한국의 정서니까. 그건 일본이라는 나라의 원죄이기때문에 일면 당연할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공중파에서나 찾아보기 힘들지 이미 한국에는 일본문화가 엄청나게 널려있다. 대학가에는 일본식 주점과 식당이 즐비한지 오래되었고 히트친 일본드라마를 리메이크 하거나 소재의 영향을 받은 한국드라마가 자주 나오고 있으며 건어물녀나 초식남같은 일본에서 유래된 신조어가 한국에 상륙해서 유행하고 있는걸 보면 알수있다.   

                                    건어물녀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된 일본드라마 " 호타루의 빛 "

일드를 보다보니 새삼 느껴지는 우리나라...

지금도 일본에서는 우리나라가수 동방신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한국 드라마는 매니아층이 탄탄하고 한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는 끝나기가 무섭게 일본 케이블에 뜨고 공중파에서도 방송이 되곤 한다. 한류가 식었다고 하지만 킬러콘텐츠가 없을뿐 이미 일본에서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다고도 한다.
얼마전 우리 배우가 레이싱대회에 출전하는걸 보러 몇백명의 일본언니들이 강원도에 다녀갔다는 기사를 봤다. 새삼스러운건 아니지만 이렇게 국경을 넘나들며 팬질을 하는 일본언니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도 들고 그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외국배우가 좋아서 단체로 외국을 가는 광경이 얼마나 생소한것인지....
일본에선 주류문화가 아닌 비주류의 문화계도 그 기반이 1/3 정도로 보장되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만들고 싶은 젊은 감독이 전세방을 빼야 하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만큼 큰 고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떠야 하는 부담을 가지거나 잘되는 업종에 너도 나도 몰려 하루아침에 같이 망하는 일도 없으니 전반적으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고 장르별로 매니아층도 두꺼우며 늙어서도 콘서트를 즐기러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보인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참 걱정할것이 없겠다 싶기도 하다. 구십여년전의 그 역사는 뒤로 하고라도...그들이 나라가 반토막이 나는 전쟁을 겪어 뼈속까지 사무치는 가난을 겪어봤겠나...아니면 몇십년을 좌파니 우파니 선을그어 되는거보다 안되는게 더 많아 보기를 했겠나....(분장실 강유미 분위기가...ㅋㅋㅋ)

한국드라마는 무척이나 로맨틱하고 존경할 정도로 건전하다는 서양인들...뭐니 뭐니 해도 한국 배우들이 제일 잘생겼다고 입을 모으는 중국인들...한국 가수들의 폭발적 재능과 열정으로 치자면 쟈니스가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다고 성토하는 일본인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정말 땅떵어리로 치면 손바닥만한 나라에 재능과 끼가 넘치고 인재가 많은게  바로 우리나라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로 외국인들과 수다를???

우연히 찾아간 일본인의 블로그에서 나도 한때 재밌게 봤던 드라마에 대한 감동...멋있었던 장면을 그들도 똑같이 이야기하고 감탄하는 것을 보면서 무지하게 반가웠건만....댓글하나 달지못하고 있자니 무척이나 아쉬웠다.
드라마도 실시간으로 외국인들과 함께 감상하는 세상인데 뛰어난 자동번역기술로 한가지 드라마를 모든 지구인이 같이 보면서 실시간으로 다국적 채팅이나 리뷰를 올리는 국제적 드라마 갤러리가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회의만 동시통역을 할게 아니라 이젠 드라마도 실시간으로 리뷰가 올라오는 거다. 김선아의 수영복맵시를 보고 띵호아~하는 중국네티즌...차승원의 눈빛연기를 보고 스고이~를 외치는 일본네티즌과 함께 조국커플 킹왕짱을 외치는 거지. ㅋㅋㅋ

한국인인 나는 정작 별 관심도 없어 보지도 않거나 별로라고 생각했던 한국드라마들의 리뷰가 빼곡히 올라와있는 일본인의 블로그를 보면서 한국드라마의 어떤점이 구체적으로 좋은지 알고싶고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종종 일본드라마를 즐겨보면서 리뷰를 올리곤 하는데...그들이 내가 본 일본드라마 감상을 본다면 또 어떤 생각을 할까? ㅎㅎ

어쌧든 한드를 즐기는 외국인들은 자기나라에 없는 그 무엇을 한드를 통해서 즐기는 것일테고 나역시 한국드라마에는 없는 어떤것을 일본드라마에서 보고 있기도 하다. 자국의 주류문화에서는 볼수 없는 것을 찾아 실시간으로 외국문화를 향유할수 있을정도로 우리는 빠른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것이다.
누군가 한 말이 기억난다. "문화" 라는건 높낮이가 없다고. 잘사는 나라라고 해서 더 낫고 못사는 나라라고 해서 미개한것도 아니며 단지 차이가 있을뿐이라고....과거에 일본드라마...홍콩영화가 휩쓸었듯이 현재는 한류가 대세인것이다. 몇십년후에는 인도나 태국문화가 유행이 될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역시 마음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쭈욱 끊임없이..." 드라마는 역시 한국이 최고야..." 라는 말이 세계 각국의 블로그에서 들렸으면 좋겠다. 한국드라마가 지금보다 더 많이 다양해지고 훌륭해져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해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