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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추모인파가 끝없이 몰려든 까닭은??



지난 토요일부터 이번 한 주는 엄청난 시간들 이었다.
텔레비젼의 그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현대사의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십여년전의 광화문거리와 작년의 촛불....그리고 지금의 추모정국....
한국의 5월과 6월엔 정치적으로 뜨겁게 폭발하는 뭔가가 있는것만 같다...

새삼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사모는 아니지만 지지하고 싶은 마땅한 정치인을 찾기 힘들었던  나는 타인의 눈쌀을 치푸릴만큼 추앙하는 인물을 가졌다는 것 만으로도 그들이 사실은 부러웠다.
그를 온전히 지지하지는 않았고 나름 서민을 대표하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에게 탄복한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지금껏 내가 목격한 가장 대단한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빈농의 아들이 인권변호사가 되고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대통령이 되고 국회에서 탄핵을 받고도 다시 살아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족의 뇌물 의혹에 마지막엔 죽음으로 승부수를 던지다니....

마침내 그의 마지막 카드는 뇌물수사를 종결시켰고 갑자기 불어닥친 그에 대한 국민들의 추모 열기는 역사에 기록될 대 반전의 승부가 됬다....이제 그는 오명에서 벗어난 영웅이 되었다.

그의 죽음은 현 정권의 정치보복이 전직 대통령에게, 또 한 개인에게 얼마나 끔찍했던 것이었는지 깨닫게 했다. 큰 트럭의 쓰레기를 치우는데 인정받았던 미화원에게 자기 주머니 안의 휴지를 버리지 못했다고 목을 비트는 꼴이 되버린 현 정권의 치졸한 보복에 많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황당한것은 명백한 증거하나 없는데도 연일 터져나오는 뇌물기사를 쏟아내 그의 죽음에 일조하던 언론이 하루아침에 그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체 우리나라의 언론은 왜 이렇게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것일까? 
동네 슈퍼아저씨는 말한다. " 처자식 때문에 죽은건 불쌍한데...자기가 잘못해서 자살한건데 왜 저렇게 난리들인지? " 라고...아마 광장에 몰려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뇌물수사받다가 자살한 사람을 왜 저렇게 갑자기 떠받드는건지...한푼이든 열푼이든 뇌물을 받았다면 잘못한 것이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몇몇 극우인사들은 서거가 아니고 자살이라 불러야 한다거나 자발적인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기까지 했다. 
아마 지금은 애도의 분위기가 넘쳐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고 선거때가 되면 다시 찍던 정당을 그대로 지지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광화문에 시위인파가 넘쳐흘러도 정치보복과 정경유착이라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여전히 좌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갈라진채 사회의 진보는 더디고 민주주의는 퇴보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저 끊이지 않은 조문행렬과 광장의 엄청난 인파가 새삼 너무 놀라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 망자의 메세지는 무엇일까?
저곳에 몰려든 많은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서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일것이다.
비록 이상과 현실의 거리가 멀어 비운의 길을 걸었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모두가 긍정하지 않을수 없었기 때문일것이다.
복수와 질시가 난무하는 가진자들의 향연인 현실 정치판을 확실히 바꾸고 
끝까지 꿋꿋하게 건재할 수 있는 그런 서민 대통령이 다시 한번 나왔으면 좋겠다.

저 끝없는 인파는 바로 사람들의 이런 희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