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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그 분들에게 외치고 싶다.


원래 세상이 다 그런것 아니냐...?

얼마전 직장에서 경리업무를 보는 지인이 푸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오너가 자꾸 사적인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개인기업도 아닌 공적인 신분인데도 단지 여직원이라고 시시콜콜한 담배심부름부터 개인은행업무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시켜대니 경리를 하러 온건지 개인비서인지 모르겠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너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면 짤릴까(?)하면서 지인들에게 슬쩍 물어보는 것이었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원래 다 그런것 아니냐"면서  "웬만하면 참으라" 는 말들을 해주었다. 
사실 개인대 개인으로서 밑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 그런 사적인 일은 시키지 말아주세요." 라고 똑부러지게 말하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오너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서 결과가 너무나 달라지기 때문에 인간관계상 부담스러운 일을 맡아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고 감수할만하면 하고 마는것이다. 
그러나 요새는 감수할만하면 하는게 아니라 무조건 감수해야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사소할수도 있는 이런 일들이 분명 경우에 맞는 일은 아닌데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같다.  
직장에서 공과 사가 분명하고 개개인 업무가 명백히 정해져있지만 직장의 최고 권력자가 시킨다면  아무리 원칙에 어긋나도 하고 봐야 하고 옳던 그르던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도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기사 구인광고가 나가기 무섭게 산같이 이력서가 쌓이는 요즘같은 취업난에 중소기업들이 고전하는 경제불황기...게다가 비정규직 말단이라면 오히려 그런일이라도 직장이 있다는 것을 위안이라도 해야하는 것인가.
아무리 사회가 분화되고 역할분담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사회지만 지금 많은 크고 작은 한국사회 일터에서는 자기분야의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그 분의 눈밖에 나지 말아야 하고 그분의 눈에 들어야 하고 그 분의 줄을 서야 하는게 살아남는 길이라는게 상식이 되어 버린것 같다.  
그리고 오늘 어떤 익숙한 개그우먼이 자신의 방송출연 금지소문에 대한 기자의 인터뷰에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 원래 세상이 그런거 아니냐..." 고

그분들은 왜 심기가 불편해지셨을까?

가끔 버스 안 라디오에서 방송을 재밌게 들었는데 대체 어떤 이유로 김미화씨가 방송에서 짤리게 된걸까?
그리고 요즘 나온 신곡이 꽤 호소력있고 좋았던 가수 윤도현은 또 왜 방송출현을 거부당한 걸까? 
납득할 만한 딱 부러진 이유가 없어 관계자들도 의아해하고 여기저기 말이 많고 mbc사원들은 신경민 뉴스앵커까지 퇴출시키자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어떤 사람들은 윗 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라는데... 대체 이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했던걸까?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회 정치적 현안에 대한 아나운서의 비판적인 클로징멘트가 못마땅하셨던 걸까?
불순한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노통을 지지했었던 가수가 인기를 끌고 방송에 자주 나오는 꼴이 보기 싫으셨던 것일까?  
또는 관록있는 유명개그맨이 시사프로그램에서 친야 진보 성향의 뉘앙스를 풍기면서 점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리셨던 것일까? 
그 분들은 대체 무엇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셨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심기가 불편해 도려내졌으면 하는 사람들은 또 누구누구일까?
집으로 가는 버스 정거장 상가 자동차용품을 파는 가게의 간판에 눈에 익은 대머리 중년탈렌트의 얼굴이 붙어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저 분은 아마 5공화국 시절 방송출연을 하지 못했던 분으로 기억한다. 아. 그러고 보니 저 분은 얼굴이 닮아서 그때 그 분의 심기가 불편하셨다고 들은적이 있다. ㅡㅡ;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총리까지 비판하는 정치드라마가 나오고 헐리우드 배우들도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길 주저하지 않으며 저 멀리 미국에서는 엉덩이가 드러난 부시대통령에게 똥침놓는 엽기 인형까지 만들어 파는 마당에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분의 심기가 불편할까 걱정하고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까 두려워 드라마를 조기 종영하거나 대사를 수정하거나 대본을 고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단다. 이러니 한국드라마는 절대군주 등장하던 옛날 왕 얘기 뿐인 사극 아니면 허구헌날 불륜에 재벌에 신데렐라리즘에 개인적 치정 드라마뿐...정치사회적 이슈는 엄두도 못내고 상상력 빈곤 소재빈곤 그 나물에 그 밥인 막장드라마라 비난받는 한국의 창작방송문화가 여전히 제자리일 수밖에 없겠구나. 

그 분들에게 외치고 싶다. 
좌파니 우파니 색안경 좀 끼지 말고.... 
정부에 비판적이던 우호적이던 자기 소신 드러냈다고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짓좀 그만하라고....
독설과 비판하는 걸로 뜨는 코메디언까지 나오는 세상인데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 제발 좀 포용하면 안되겠냐고...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문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는 없는거냐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인 내 심기도 지금 무척이나 불편하다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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