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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치아키센빠이와 눈싸움하다.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치아키 센빠이가 내한공연을 한단다.
술김에 질러버린 콘서티 티켓....
정말,,,그를 볼 수 있는 걸까?

스아실...
연예인을 만나러 간다던가...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것은 나로썬 머리털나고 처음있는 일이었다.
십대시절...조용필이나 이문세를 좋아했을때에도 콘서트같은 곳엔 가본적이 없었다.
스타연예인을 보고 꽥꽥 소리지르는 애들을 보면 팔장을 끼며 한심하다는 듯 위악을 부렸던 내가..
사십이 넘은 아줌마가 되서 이렇게 심하게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국가수도 아닌 일본가수가 내 첫번째 콘서트라니...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공연일
공연장 앞마당에 가보니 역시 콘서트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그런데.....여기저기서 일본말이 들린다.
놀랍게도 한국사람 반, 일본사람이 반이었다.
그의 첫 한국공연을 위해 일본에서도 팬들이 한 무더기 몰려온 모양이다. 참 대단들하다.

공연장에 들어서서....한참을 기다리자 드디어 조명이 켜지고 무대위로 그가 나타났다.
아!
타마키히로시다!
치아키센빠이다!


평소, 삼차원의 현실에서 이차원의 세계에 몰입하고 있었다.
배우들이 창조해내는 멋진 캐릭터와 스토리에 감동받으면서 삼차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차원의 모니터 앞에서 풀어버리곤 했었다.
그러면서, 이차원속의 그들이 나와 같은 삼차원의 현실속에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화면속에서 튀어나온듯한 그가 불과 이십여미터 바로 앞에서
살아있는 그 자체로 말을 하고 춤을 추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댄다.

마치, 서로 다른 공간이 겹쳐지면서 나타나는 순간이동이나 타임워프를 경험한것처럼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두시간동안....이차원의 세계에서 뛰쳐나온 그와 함께 숨쉬면서....
스탠딩 공연장에서 껑충껑충 뛰고, 노래를 따라부르고, 환성을 지르던 광란의 도가니탕(?)이 지나갔는데..
마지막으로 공연장에 찾아온 팬들을 위한 타마키군의 특별 악수회가 있다는 공지가 흘러나온다.

에?
설마했지만....
무슨 선거철 정치인도 아닌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과 진짜 악수를 한다는 건가????
하지만,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또 다시 몇십분을 기다린끝에 긴 줄을 서서 그 앞에 마주서게 되었다.

경호원들에 싸여 있어서 그랬을까? 단상앞에 서 있는 타마키사마를 알현(?)하는 그 길다란 줄로 늘어선 사람들은 누구하나 떠드는 사람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마치, 신부님께 영성체를 하기 위한 천주교신도들 처럼 모두들 그렇게 경건하고 조용할수가....ㅡㅡ;

드디에 내 차례가 되었다. 영점 일초의 순간....
그의 부리부리한 눈과 정면으로 마추졌다. 
부드럽고 촉촉한 그의 손.....
일본말도 지껄여봤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어느새, 나는 공간이동의 장소에서 벗어나 멍하니 좀비처럼 지하철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나는 방금전 나를 쏘아보던 그의 매서운 눈빛때문에 서운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그는 마치...나랑 한판 붙어볼래? 하는 싸움전 라이벌 복서의 눈빛같았다.
그는 도대체 왜...나를 그렇게 무섭게 쏘아 본 것일까???

지하철 역 화장실 거울앞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가와이하고 젊은 아가씨가 아닌 아줌마여서 그랬을까???
아니...아니야...아마도...나도 왕눈인데...내가 너무 그를 뚫어지게 쳐다봐서 그랬던 걸지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악수하니까 그도 긴장해서 그랬겟지...그럴꺼야...ㅜㅜ엉엉...

어쨋든....
드라마가 아닌 현실속에서 만난 타마키군의 인상은 한마디로
만만하지 않은 남자, 강단있는 남자, 절대 보통이 아닌 남자였다.
드라마속의 매력적인 캐릭터 치아키센빠이라는 너울을 벗어던지고...
보다 솔직할 수 있는 가수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그...
일본에서 대스타인 그가 한국에선 신인의 자세로 소박한 공연을 하러 오고
그 많은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까지 하다니...
한국스타 누구와도 악수같은건 해본적이 없었는데....
공연도 훌륭했지만, 일드팬인 나는 그가 거기에 왔다는 자체만으도 즐거웠다.

역시 공간이동보다 스킨쉽의 위력은 훨씬 대단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날....
밤이 깊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치아키센빠이와 손 맞잡고 눈싸움했던 그날은....
아마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것 같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