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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엄마와 함께 큐슈배낭여행--둘째날 쿠마모토성, 아소산, 유후인료칸

 
                           

여행 둘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토요코인 호텔에서 무료서비스하는 아침식사를 먹고(된장국, 오니기리) 체크아웃. 
토요코인에서는 택배서비스도 가능했는데 미야자키에서 만날 지인에게 줄 선물보따리가 부담스러워 전날 택배서비스를 신청했었다. 2키로정도였는데 800엔이었음. 나중에 미야자키 호텔에서 무사히 도착된 택배를 받을 수 있어서 편리했다.
무거운 짐은 택배로 보내버리는 것도 요령일듯.
그래도 매일 숙소를 옮겨다녀야 하기때문에 무거운 배낭이 골치였다. 그래서 역마다 있던 코인락커를 이용해서 짐을 넣어두고 돌아다녔는데 코인락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쿠마모토역에 있는 코인락커에 배낭을 보관하고(400엔) 쿠마모토성으로 가기위해 노면전차를 타러간다. 노면전차는 역 바로 앞에 있으며, 2번 노란색 전차를 탄다. 노면전차는 나가사키와 쿠마모토가 유일하다. 엄마는 어렸을때 타고 다녔다며 전차를 보고 반가워한다. 한칸짜리 지하철이 다닌다고 생각하면 될듯. 전차의 색도 여러가지. 알록달록했다. 승강장에는 전차 시간이 적혀있다.


전차내부의 모습이다. 전차를 타는 방법은 버스와 같았다. 출근하는 쿠마모토 직장인들....그런데 특이하게 전차바닥이 나무로 되어있었다. 일본아가씨들은 패션소품도 참 독특한 듯. 털이 복실복실한 가방을 보라. ㅋㅋ  
쿠마모토는 유명도시이면서도 별로 북적대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여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용히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주차장에는 자동차대신 자건거가 빼곡히 주차되있었고,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세일러복을 입은채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여학생들...일본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 했다. 휴대전화를 받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았는데 거의 묘기 수준. 과연 유치원때부터 외발자전거타기를 배운다는 일본인들인듯....ㅋㅋㅋ

쿠마모토쵸마에정거장에서 내려서, 조금 두리번 대다보면, 동상하나가 보이고(일본 장군인듯) 그쪽에서 쿠마모토성으로 가는 길은 대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입장권 받는 곳까지는 한참 올라가야 한다.


일본의 3대 성중의 하나라는데, 과연 웅장했다.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저택내부는 굉장히 화려했다.
천정과 벽이 금빛으로 번쩍번쩍....화려한 일본벽화로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국가였기때문에 한양에 임금님이 있는 궁하나만 으리으리했지만, 일본은 지방영주가 있었기때문에 이렇게 지방 곳곳에 큰 성이 있다고 한다.

옆에 서자마자 갑자기 저런 포즈를 취해주는 닌자...한국말 인사도 잘했다. 한국관광객이 많이 오는지 곳곳에 한국어 안내판이 많이 보인다. 사진엔 웃고 계시지만, 엄마는 저렇게 핑크색 옷을 입은 것때문에 ...여행하면서 사실은 굉장히 챙피해했다.  이유인 즉은, 일본에 와보니, 일본의 나이먹은 사람들은 죄다 옷을 회색이나 검은색만 입고 있어서....길에 다니는데, 당신만 요란하게 옷을 입은것 처럼 생각되어 남들 눈에 띨까봐 굉장히 신경쓰였다고.... 
정말 일본인들은 젊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죄다 칙칙한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옷뿐아니라 집들도 죄다 회색이나 검정....밝은옷을 입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본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이상의 사람들은 전부 한국 관광객이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정말 밝은색의 옷들을 즐겨 입으신다. 나중에 부산에 도착하면서 그걸 더 확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나이먹으면 밝은걸 입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일본인들은 대체로 어둡고 차분한 색을 즐겨 입는것 같다.  ㅎㅎㅎ  이유는 알수없지만 옷입는 습관의 문화적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쿠마모토성을 돌아보고 나서, 다시 쿠마모토역으로 돌아와 11시 37분 출발하는 큐슈횡단특급열차를 탔다. 횡단특급은 하루에 4번밖에 없기때문에 기차시간을 놓치면 큰일...예약해논 유후인으로 갈 방법이 막막해진다. 일찌감치 기차역에 도착해서 무사히 기차를 탄다. 유명하다는 쿠마모토의 명물에키벤으로 점심을 먹었다. 양도 많고 맛있었다.  이게 900엔이 넘었으니 한화로 만사천원쯤? 환율 생각하면 밥도 제대로 못먹는 곳이 일본이다.



기차가 아소역에 도착한것은 12시 45분...역 바깥에 5분후면 떠날 아소고겐버스로 후다닥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역 바깥에는 여러대의 버스가 주차해 있는데, 대체 어떤 버스가 우리가 탈 버스인가?? 또 다시, 사람들에게 황급히 물어보니 빨간버스라고 가르쳐준다.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타니 이제 안심이다. 버스로 무사히 갈아탔으니 오늘은 계속 이 버스를 타고 가기만 하면 된다. 이 버스는 아소산을 올라갔다가 큐슈의 중간지역인 산악지대를 돌다가 아소역, 온천마을인 쿠로가와, 유후인을 들려 벳부까지 가는 하루관광버스다. 


이동중에, 하루라도 현지인에게 뭔가를 물어보지 않으면 안되니, 우리 엄마 왈,
"길로 가는게 아니고 니 주둥이로 가는구나"...란다.
과연~ 짧은 일본어로 여행동안 참 많은 일본인한테 말을 걸었고 길을 많이도 물어봤다. 물어볼때마다 신기하게 죄다 알아들어주고, 제깍 대답이 오니, 나름 순탄한 여행이 되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길 물어봐도 제대로 못 찾는 경우도 많은데... 일본 카미사마가 도와주는 모양이다. ㅋㅋㅋ

버스에 타니, 버스관광안내하는 여자분이 열심히 뭐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당췌 뭔소린지 알아들을순 없었다. 주절주절 쉬지도 않고 몇십분동안을 버스 차창 밖의 풍경을 가리키며 혼자서 말을 이어가는데....아마도 관광지 유래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 같았다. 마치 일본 만담을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일본인 손님들과는 수수께끼인지 질문을 하면서 대화도 하면서, 줄줄줄 몇십분동안 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노래까지 부른다. 허걱~ 졸음이 확 깨서...박수를 쳤다. 스고이~ㅋㅋㅋ

새끼화산인 고메즈카...쌀을 쌓아논것처럼 보여서 고메즈카로 불린단다. 맨 위는 카미사마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한줌 떼서 나눠주었기때문에 저렇게 움푹 파인것이라나...ㅋㅋㅋ

마치 우리나라 대관령같이 구불구불 산기슭을 올라가는 아소고원을 지나, 버스는 아소산 로프웨이앞에서 잠시 정차한다. 1시간 동안, 화산 분화구를 구경하고 오는 것이다.  아소산 위를 지나가는 케이블카를 타니, 안내하는 언니가 열심히 안내를 해준다. 한국말 방송도 나왔다. 1인당 왕복 1,000엔.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아예 케이블카가 운행하지 않는 날도 있다는데...대체 화산 분화구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나라엔 없는 활화산이라...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멀리서 화산 분화구가 보인다. 슬슬 역겨운 유황 냄새가 풍겨온다.


저곳이 바로 나카다케...아소화산의 분화구이다. 신기하게도 너무 예쁜 초록색호수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진은 작아보이지만, 엄청나게 크다. 과연 큐슈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답게 동서양의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모두들 저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엔 유황냄새가 심해 기침이 나왔다. 바람도 좀 부니까, 스카프와 마스크를 준비해가는것이 좋을듯.
이건 유황을 팔고 있는것 같다. 이걸 욕실에다 넣고 목욕을 하는 건가?? 색이 참 곱기도 하다.
다시 버스로 돌아가기 위해 부랴부랴 로프웨이를 타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버스는 아소고원을 빠져나가서 아소역, 쿠로가와를 돌고 드디어 온천마을 유후인에 도착,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기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KRP여행자는 무료로 탈 수 있는 아소고겐버스...하루동안, 큐슈의 중심부인 산악지대의 이국적인 풍광과 아소화산을 둘러 볼수있고 유후인을 거쳐 벳부까지 운행하는데 아주 편하게 잘 구경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관광안내를 하던 저 여자분...유일한 한국인 관광객이던 우리를 위해 케이블카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주고, 무슨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앞에서 이야기를 해서 그새 정이 들어서 그런가 버스에서 내려 헤어질땐 할땐 은근 아쉬웠다. 최소 50대 이상은 되어보이는, 연식이 좀 있어보이시는 분인데, 참 인상적이다.
일본에 오니, 나이드신 분들이 곳곳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참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좀 부럽다고 할까...

드디어 도착한 유후인역...생각보다 역이 아주 작았다. 시골역이라기엔 세련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이곳도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한 곳인 모양이다. 슬슬 날이 어두워오니, 관광은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숙박지인 유후인 온천료칸으로 향한다.
 

우리가 묵은 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료칸이었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료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기에 가보게 되었다.

일본의 정통료칸은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이불도 깔아주고, 시중을 들어주고, 요리도 굉장히 화려한것으로 알고 있지만....억! 소리나게 비싸다고 알고 있기때문에...시중드는 여자도 없고 고급요리는 아니었지만 다다미방에서 온천욕하고 하룻밤 자는정도면, 이곳 유후인 온천마을에선 이곳이 아마 가장 저렴한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혹시 길에서 돈이라도 줏는 횡재라도 하게되면 나중에 일본 정통료칸에 한번쯤 가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

사진은 저녁으로 나온 가이세키 요리...무슨 한국횟집의 쓰기다시 같은 요리가 잔뜩 있고, 회도 있고, 쇠고기도 즉석램프에 구워서 먹을 수 있었다. 그럭저럭 맛있었다. 

료칸에 왔으니, 유카타를 입지 않을수 없다. 
유카타를 걸치고 온천을 하러 갔다.
말로만 듣던 일본의 온천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가보니 특별한 것은 없었다. 실내온천은 그냥 우리나라 대중목욕탕과 똑같았다. 단지 마당에서 온천을 할 수 있게 실외 시설을 해놓았고....온천물이 어떻게 다른지는 한번으론 잘은 모르겠고....그러나 간이로 노천시설을 해 놓은 곳에 들어가니 기분이 묘하긴 했다. 홀딱벗고 전신욕하면서 정원을 둘러보고 하늘을 보는 기분이란...ㅎㅎㅎ

따뜻한 온천물에 여행의 피로가 가시는 것 처럼 개운했다. 단지, 그날 비가 와서 날씨가 좀 쌀쌀한 탓에 일본식 다다미방이 좀 춥게 느껴졌다. 역시, 조선인은 뜨거운 온돌방에 등짝을 지지고 자야 편한것 같다.
사진은, 유카타를 입고 생쑈를 하시는 엄마사마....ㅋㅋㅋ

오늘밤은 느긋하게...주인도 한국인이고, 손님도 한국인뿐이라, 여기저기 한국말만 들려오는, 일본의 온천마을 숙소에서... 역시 한국텔레비젼이 나오는 다다미 방에 누워 고현정이 나오는 드라마 대물을 보면서 일본에서의 두번째 밤을 맞았다.  여기가 대체 한국인지 일본인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