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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엄마와 함께 큐슈배낭여행 -- 첫째날 하카타에서 쿠마모토


40대와 60대가 배낭메고 큐슈일주

실은, 일본드라마 료마전의 촬영지이자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고향인 나가사키에 가보고 싶었던게 이번 여행계획의 시작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엄마와 함께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화산과 온천을 중심으로 미야자키까지 다녀오자니 결국 나가사키는 포기...ㅜㅜ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 쿠마모토, 아소산, 유후인, 벳부, 미야자키에서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와 부산으로 돌아가는 5박6일의 일정으로, 외국여행이 처음인 60대에겐 빡센 여행일정이었다.

엄마와 효도여행이라면, 당연히 여행사 끼고, 돈 들여서, 편하게 다녀와야 하는것을,,, 미야자키까지 큐슈일주 배낭여행을 하고 싶었던 딸내미의 야욕(?)에 엄마도 기꺼이 배낭을 매고 나를 따라 나섰다. 

아는거라곤, 인터넷과 가이드북에서 얻은 여행지식과 일본드라마에서 본게 전부인 짧디 짧은 일본어 실력뿐인내가 ....무려 6일동안 미야자키까지 큐슈일주를 계획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야후재팬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한류드라마팬 일본인 블로거가 살고 있는 미야자키까지 가서 그녀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드디어 일본으로 출발..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을때보다 덜 번잡스러웠던 것 같다. 혹시나 해서, 멀미약을 준비했는데 쾌속정이라서 그런지 흔들리거나 하진 않았다.  정확히 2시간 55분이지나자 하카타항에 도착했다.
일본말이 씌여있는 배와 건물들....드뎌 하카다항이구나!
항구는 작고 조용하면서 깨끗했다. 사람들도 차들도 모두 작은느낌....어서오시라는 국제터미널항구요원의 어색한 한국말을 들으면서 배에서 내려 입국심사대로 향한다. 줄을 서서 지문검사와 사진을 찍고, 간단한 입국심사를 한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지문까지 찍는건 일본만하는 거라던데...썩 유쾌하진 않았다.

일본 화장실엔 쓰레기통이 없다! 

터미널 건물을 나오기 전에 화장실을 들른다. 외국여행을 하면, 가장 먼저 들르게 되는 곳이 공항이나 항구 화장실이 아닐까. ^^;;  여기서 작은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휴지는 변기속으로 흘러 버리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쓰레기통은 찾아볼수없다...참 깨끗하다. 쓰레기통에 오물이 묻은 휴지가 수북히 쌓이다 못해 넘쳐있거나 바닥에도 떨어져 뒹굴고 있던 한국 화장실...일을 볼때마다 항상 인상을 찡그리곤 했는데 여기선 그런걸 찾아볼수없다. 
왜 우리나라는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않되는 걸까? 그 더러운걸 왜 휴지통에 쌓여있게 하지 않으면 않되는 걸까? 우리나라 화장실 배관이 잘 막히기 때문인가??
한국으로 돌아왔을때, 부산항 화장실에는 휴지는 반드시 휴지통에 버리라는 문구가 씌여있었다. ㅡㅡ;
우리나라 화장실 배관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휴지의 문제인걸까?


운전하다말고, 버스에서 내려 길 안내해주는 일본버스기사

이제 일본버스를 타고 하카타역까지 가야한다. 터미널을 나와 왼쪽에 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하카타역으로 간다는 한국말 방송이 나오고 있기는 했지만, 일본버스는 생천처음이라 어리버리하다. 버스안에 잔뜩 씌여있는 광고며 일본어 안내방송...당췌 뭔소린지 알아들을 수없다. 가이드책에서 본 대로 뒷문으로 버스를 타면서 문옆의 빨간기계에서 표를 뽑았다. 표에는 내가 탄 정거장 번호가 써있다. 차안의 전광판에는 내가 탄 정거장의 번호옆에 금액이 표시된다. 처음엔 100엔이었지만 이동거리가 멀어질수록 금액이 올라간다. 아항...이런 시스템이구나. 900원만 내면 어디든 가는 우리나라버스가 참 편한데 말이지....
그리고...전체적으로 버스가 좁다. 버스의자도 작아서 엉덩이에 꽉 낀다. 나보다 뚱뚱한 사람은 앉기 힘들것같다. 그리고 버스는 정거장에 설때마다 시동을 아예 꺼버린다. 길이 막혀서 정지할때도 시동을 끈다. 거참 신기하다. 운전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어도, 헤드마이크를 쓰고 정거장에 정차할때마다, 00역입니다. 내리실분 안계십니까? 안녕히가십시오.를 반복하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내릴 하카타역까지 220엔이 나왔다. 표와 돈을 함께 돈통에 내면서 앞문으로 내렸다. 드디어 일본버스타기 성공. ㅋㅋㅋ

이후, 여행중 일본의 버스를 여러번 타게 되었는데, 처음엔 어리버리 했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그러나 역시 버스를 어디서 타야되는 건지는 여전히 헷갈려서(한국에서도 매일 헤매기때문에), 운전사에게 물어보려고 뒷문옆에 달린 스피커에 입을 대고 물어본다. 00역 갑니까? 물어본것까진 좋았는데 뭐라고 쏼라거리는건지 대답소리를 당췌 못알아듣겠다.  멍청하게 그냥 서있었는데, 이 버스기사아저씨...갑자기 버스에서 내려 우리앞으로 오더니 손짓, 몸짓하면서 다시 말을 한다.  아하~ 저쪽으로 건너가서 타라는 말인것 같다. 그제사 이해하고, 감사하다고 굽신 인사를 하고 차도를 건너 버스를 탔다. 깜짝이야~ 버스운전사가 몸소 내려서 길안내를 해주다니...감동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저 달리기 바빴을텐데......이런 서비스 정신은 좀 배워야 할것 같다.


후쿠오카에서 찍은 버스...만화캐릭터가 예뻐서 찰칵. 도로를 달리는 버스, 자동자들이 전부 소형차..귀여운 차들이 많았다.


첫날부터 시작된 길묻기...아노 쓰미마센~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긴 내렸는데, 아뿔싸, 정거장을 잘못 내렸다. 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한국에서도 곧잘 하는짓이지만 일본에선 엄청 당황스럽다. 결국, 도착 첫 날부터 지나가는 일본사람한테 길물어보기가 시작되었다. ㅡㅡ;  아노 쓰미마센~ 하카타에끼마데 이끼다인데스케도...
다행히 예쁘장한 언니가 자기도 하카타역 가는 길이라고 따라오란다. 따라가는 중간에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고맙다 짧은 일본어로 말을 거니, 자기는 쿠로가와로 가려고 하카타역으로 가는길이고 오키나와에서 왔단다. 동방신기 좋아하고, 한국에도 갔었는데 한국인들도 무척 친절했다고...
일본사람들은 눈을 안맞춘다는데... 이 언니도 뭐가 수줍은지 자꾸 얼굴쳐다보면서 말거는 나한테 끝까지 눈은 안맞추더라. 그래도 예쁜언니덕에 무사히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ㅋㅋㅋ

헤메다가 찾은 하카타역...큐슈여행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큐슈의 각 도시로 가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이다.


 
일본인은 못가는 KRP여행


사진은 이번 여행을 위해 구입했던 KRP패스와 지정석 티켓이다.  이 규슈레일패스로 부산에서 배로 하카타항에 도착한것이고, 또 5일동안 큐슈 전 지역의 JR기차와 아소산관광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교통비는 무지 비싼 것이어서,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왕복 10만원정도나 든다고 하니, 배편과 기차표를 합친 KRP5일권(375,000원)으로 큐슈의 모든 도시를 마음껏 왔다갔다 할수있어 가장 저렴한 여행이라고 다들 말한다. 그리고 이 패스는 일본인은 사용금지란다. 관광온 외국인에게만 판매한단다. 
물가가 엄청나게 비싼 일본에서 이 패스로 될수있는 한 뽕을 제대로 뽑아야지. ㅋㅋㅋ

JR지정석과 아소고겐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하카타역안에 들어가서 미도리노 마도구치를 찾는다. 미도리라고 해서 초록색으로 뭐라고 써있을줄 알았더니 그런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홀이 바로 미도리마도구치.... 창구로 가서, 규슈레일패스를 보여주고, 여행서에 씌여있는대로, 출발역, 도착역, 떠나는 기차시각을 적어 주니까 알아서 지정석을 끊어준다. 5일동안 탈 지정석표를 전부 끊었으니, 이제 자리 걱정은 안해도 된다.  레일패스는 배편 승차권인데다, 5일동안 기차를 타고 내릴때마다 역무원에게 보여줘야 하므로 절대 잃어버리면 안된다. 배낭을 메고 줄을 서있자니 다리가 아픈데, 쉬어갈 의자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역에는 의자가 있었는데....유독 하카타역만 의자가 없었다. 교통의 요지답게 정신없이 붐비며 오가는 여행객들.....
말도 안통하는 외국의 기차역 창구에서 앞으로의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기차지정석과 버스예약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그제사 안심이 된다. 그러고 보니 점심먹는것도 까먹고 있었다. ㅡㅡ;;



이제, 첫 출발지인 쿠마모토로 향한다. 지정석표를 끊어놓으니, 승무원에게 물어보기가 쉽다. 일본의 기차에는 멋진 제복을 입은 예쁘고 친절한 승무원 아가씨들이 있었다. 몇번 승강장에서 타는지...이 기차가 맞는지 언니들에게 물어서 확인하고....릴레이쓰마베를 탄다. 말로만 들었던 일본 기차를 처음 타보는 순간이다. 지정석을 확인하고 앉으려는데, 뒤에 있던 일본인 승객이 갑자기 기차의 자리를 반대방향으로 바꾼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와서 바꾸라는 듯 쏼라거리는데....도무지 뭔 영문인가 싶었지만...아하~ 이곳이 종점...이 기차의 방향이 바뀌는 모양이다. 우리도 의자를 반대로 바꾸니 역시 기차는 앞뒤가 바뀌어서 쿠마모토로 달리기 시작한다...


1시간 20분만에 쿠마모토역에 도착, 우리가 머무를 토요코인호텔이 바로 보인다. 역에서 가까워서 무조건 예약했다. 한국어 싸이트가 있어서 예약하기 쉬웠는데, 한국의 인터넷에서 간단한 인적사항 입력만으로도 정말 되는걸까,  좀 걱정스러웠는데... 문제없이 체크인 할 수있어서 좀 놀라웠다. 예약해놓고 체크인안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러면 호텔에서 손해보는것이 아닌가? 토요코인은 일본체인호텔로 유명한 모양인데..어쨋든 좋은 시스템이다. 한국은 선불이 아니면 예약 불가였는데....^^;;;;;

쿠마모토 역주변을 대충 돌아보고, 역건물 식당가에서 나가사키짬봉으로 저녁을 때우니 날이 어두워진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내일은 아침일찍 쿠마모토성을 둘러보고 칼같이 시간을 맞춰서 큐슈횡단특급열차를 타고 아소역까지 가서, 아소관광버스를 갈아타 아소산으로 가야한다. 늦게 일어난다거나, 탑승시간을 못맞추면 이후의 스케줄이 엉망이 되고 만다.  

한국에서도 차만 탔다하면, 종종 엉뚱한 곳에 내리기 일쑤에, 갔던 길도 못찾아가는 길치인 내가, 가이드도 없이 일본에 와서 혼자 길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다. 게다가 나만 믿고 따라오는 노인네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 여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일본여행블로그와 카페를 뒤지고 다녔던가...행여 국제미아(?)가 되지 않을까 태산같은 걱정과 두려움을 안은채, 머리에 쥐가 나도록 열심히 조사하고 메모해둔 생명줄 같은 노트를 펼치고, 내일의 스케줄표를 몇번이나 확인하고 읽어보면서...긴장과 환희가 섞인 여행첫날의 밤을 맞았다.....


다음날, 아침일찍 호텔룸에서 내려다 본 쿠마모토역. 역 건물앞에 피아노 건반 뚜껑같이 보이는 지붕(?)이 있고 주변도 공사중으로 다소 복잡했으나, 조용한 소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