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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사이타마 콘서트 나홀로 여행기- 첫번째


 

아기다리 고기다렸던 일본가수 콘서트! 8개월만에 드디어 떠나다.

원래는 3월 공연이었으나 공연 일주일 전 청천벽력 같았던 일본의 대지진으로 11월로 전격 연기...무려 8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하네다 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일본은 콘서트티켓을 당첨제로 하기때문에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는것도 아니고, 일본에 주소지가 있지 않으면 티켓 받기도 어려워서 외국에서 일본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간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옥션등에서 두배 이상의 웃돈을 줘야 구할 수 있는 티켓이건만 모처럼 일본 지인들의 도움으로 티켓을 얻게 되었던 것.  
그런데 8개월동안 고이고이 티켓을 간직해왔건만 막상 떠나려니  8개월전과 너무나 달라져 버린 도쿄의 환경에 신경이 쓰였다. 세슘에 오염되고 방사능 내부피폭마저 우려되는 도쿄...모두들 동쪽을 피해서 큐슈나 오사카쪽으로만 가는 추세인데...은근 찝찝한 기분에....환율은 또 어찌나 높은지...무려 1500원대를 오르락내리락.. (그런 재해를 당했는데도 왜 환율은 점점 올라만 가는 것인지 당췌 이해가ㅡㅡ;;)

게다가 이사온지 얼마안되어 집구석은 엉망진창...남편한테 은근 눈치가 보이고... 휴가는 받아놨지만 한창 바쁠시기라 직장에서도 괸히 눈치가 보이고....몸은 또 독감에 걸려 천근만근, 콧물에 고열에 시달리니....일본여행이니 뭐니 슬슬 모든게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갑자기 시댁으로 부터 하필 일본출국하는 그날 김장을 하니까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런... ㅡㅡ;;;;;
이미 비행기표며 다 끊어놓은 상태니 캔슬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수 공연보러 일본간다고는 차마 말할수없었기에....직장문제로 못간다고 죄송하다며 싹싹 빌고 돈봉투를 보내드리는 것으로 무마해야 했다. 정말 여러사람 민폐끼치고 썩 좋지 않은 시기에 떠나는 일본행이었다.

혼자 외국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잔뜩 긴장한채  jr비행기에 탑승, 이륙 후 창문으로 하얀 솜이불을 깔아놓은 듯한 구름의 장관....발아래로 까마득한 도쿄의 시가지가 나타나자 ....나도 모르게 흥분과 기쁨에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쿄가 새삼 반가웠다...그래...캐리어하나 달랑 끌고 혼자서 훌쩍 떠나는 이런 여행....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다....실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최근 몇년동안 달달외웠던 그의 노래들...직접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 그를 한번 보고 싶다!!! 

하네다 공항은 2년전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입국 심사를 끝내고 긴 통로를 지나가니 셔틀을 타지 않고도 곧바로 도심으로 들어가는 게이큐선 입구가 보인다. 티켓 자동판매기 앞에 서있던 안내원의 도움으로 약속장소인 신오쿠보행 티켓을 얼떨결에 끊고, 바로 옆의 승강기로 지하 3층으로 내려가니 바로 지하철 승강장이 나왔다. 때마침 들어오는 게이큐전철에 냉큼 올라타고 시나가와역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가니 바로 환승게이트가 보였고 아주 쉽게 도쿄 시내로 들어가는 야마노테선 전철로 갈아 탈수 있었다. 
2년전 도깨비로 갔던 하네다 공항은 마치 오래된 기차역 대합실 처럼 후져서, 많은 여행객이 앉을 의자가 부족해 땅바닥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어, 꼭 피난민 수용소 같아 몹시 황당해 하던 기억이 있었다. 출국할때 보니 예전의 그 좁은 로비도 지금은 넓게 말끔히 새 단장된것 같다. 


이케부쿠로의 라면가게 강추!!


무사히 일본 지인과 만나 이케부쿠로 근처 이곳저곳을 들러보기로 했으나, 도쿄에 내린 첫날부터 비가 계속 퍼붓고 있었다. 일단 점심으로 따끈한 라면을 먹기 위해 이케부쿠로의 맛집 無敵家 를 찾아가니 문앞에서부터 이십여명이 우산을 쓴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 옷과 가방이 흠뻑 젖었다. 이렇게 벌벌 떨면서 기다리다가 들어가면, 또 10분안에 후루룩 먹고 나와야 할판..ㅜㅜ;;; 한국에서

라면 아마 이런 미친짓(?)은 절대 하지 않았을것 같다.  어쨋든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겨우 가게안으로 들어가니...너무나 아늑하다. 고를것도 없이 추천핫메뉴를 시켰더니, 금방 나온다...아...굉장히 진한 국물맛!!! 춥고 배가 고파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한국에서 먹었던 일본라면과는 차원이 달랐다. 너무 너무 맛있었다!!!  아무튼 줄서서 기다렸던 보람이 느껴졌다.

이케부쿠로는 라면으로 꽤 유명한 듯 한데, 다음다음날도 선샤인토오리에 있는 유명한 맛집 반카라를 발견하고 얼른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서 자판기로 먼저 계산을 하고...바에 앉아 라면을 먹는데...와...여기도 맛있었다. 돼지비계 덩어리가 보여 살짝 누린내가 나는 듯도 했지만...역시 그 국물맛은 일품이었다. 내가 시킨건 650엔짜리 반카라 라면...이곳에서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일하는 남자 점원들은 계속 목소리를 깔고 연신 노래를 부르듯 말을 한다. 어서오세요~한분입니다~맛있는 반카라 라면~ 아가씨 어서오세요~ 맛있는 맛있는 라면~  마치...계란이 왔어요~ 이런 풍으로 쉬지도 않고 계속 지껄여대는데 먹으면서 듣자니 은근 재미있었다. ㅋㅋㅋㅋ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 근처 반카라 라면가게

첫날은 하도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시내구경은 못하고 커피집에 들어가 그대로 죽치고 있다가 콘서트장이 있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로 향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사이타마 콘서트

                                              사이타마 신토신역 슈퍼아레나홀

사이타마신토신역에 내리자, 이미 수많은 인파가 들어가고 있어서 콘서트홀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대지진 당시 피난민 수용소가 되었던 곳이기도 한 슈퍼아레나...게이트와 입구를 지나 좌석을 찾는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려, 어리버리하면서 겨우 겨우 좌석을 찾았다....이만명여명이 들어차있는 굉장히 넓은 홀...무대에 서있는 사람의 싸이즈가 2층의 내 자리에선 불과 5센치도 채 되지 않았지만,,,중앙무대에는 땀구멍까지 보이는 고화질의 대형스크린이 세대가 걸려있었고, 전혀 울림없는 연주와 노래가 깨끗하고 완벽하게 들렸다. 

                 공연 다음날 아침 호텔숙소의 텔레비젼 에 나온 사이타마 공연 뉴스

귀에 익은 밴드의 연주가 시작되고...마침내 그가 무대위로 나타났다. 모두들 환호하면서 일어나 갈채를

 보내고...연달아 이어지는 흥겨운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공연내내 앉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 이건 뭐 스탠딩 공연이나 마찬가지...끝나고 나니 온몸이..... ^^;;ㅋㅋㅋ
첫날 공연은 3시간, 다음날은 전국 투어 콘서트의 마지막 날이어서 3시간 30분정도 진행되었다. 
후쿠야마는 올해 2월부터 일본전국투어를 시작, 총 56회의 콘서트를 가졌으며 사이타마 11월 20일 공연이 60만명 관중동원 그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한 날이었다.

처음 무대에 등장했을때 실물을 처음 본순간은 그저 무덤덤하더니...공연중반부부터 조용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그때부터 주체없이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첫날에도 그랬고 둘째날에는 더욱 심해 눈이 새빨개져버렸다.... 
처음엔 기타를 치는 수려한  외모에 끌리고....다음엔 목소리와 멜로디에 끌리고...다음엔 도대체 무슨 가사인지 알고싶어 모르는 히라가나를 외우고 모르는 한자를 그려가면서 수십곡이나 되는 그의 노래를 공책에 적고 사전을 찾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낑낑대며 해석하고...겨우 어렴풋이 가사의 의미를 알고나서...너무나 멋진 노래말에....또 한번 감동하면서....기쁠때나 슬플때나 항상 나를 위로해주던 그의 노래....그가 바로 눈앞에서 그 아름다운 노래들을 불러주고 있으니....그저 무작정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스무살에 무작정 도쿄로 상경....어려운 시기를 딛고 성공, 수많은 히트곡을 내고

 이십여년동안 일본 최고가수의 자리에 서있는 그는 일본인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가수 1위, 일본여성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다. 69년생 동갑인 그를 안 처음부터 나는 내멋대로 그를 친구로 생각해버렸다. 너무나 대단하고 멋져서 바라만 봐도 흐뭇하고 본받고 싶은 친구....그가 코를 후비고 주접을 떨어도 싫지않고 심지어 남자하고 결혼을 해버린대도 상관없이 나는 그가 계속 좋을것 같다. ㅋㅋㅋㅋ
공연이 끝나자 박수소리는 요란했지만 앵콜~연호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잠시후 조용히 알아서(?) 가수가 다시 나와 앵콜송을 부른다.  거참... 이런 밍밍할데가...공연내내 환호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차분하고 일사분란했다. 노래를 따라부르는 일도 많이 없었다. 
한국의 콘서트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여기저기서 오빠~ 오빠~ 괴성이 난무했을것이고 노래를 다 같이 따라부르고, 춤추다가 옆사람과 부딫치거나, 좋아죽겠다며 한마디로 지랄 발광 난리 부르스를 쳤을텐데....그러나 이곳은 확실히 일본...너무나 차분하고 질서정연하고 얌전한 관중들이었다. 그나마 이 가수의 공연에는 여기저기서 가수의 애칭을 불러대는 것이 허용되지만, 아라시같은 다른 아이돌 가수들의 콘서트에는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객석에서 춤을 추는 것도 모두 있을수없는 일이라니 거참..^^;;;;

콘서트장에서 만난 한국팬 그녀

내 옆자리에는 한명씩 이틀동안 두명의 한국팬클럽 친구가 왔었는데 그 중의 한명은 도쿄거주 유학생. 아주아주 열정적인 환성을 지르던 열혈팬이었다. 콘서트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서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온라인에서만 알았던 분이라 유학생이라길래 20대 아가씨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30대 초반정도밖에 되어보이지 않은 외모에.....이분 오히려 나보다 한살 더 많은 언니였다!!! 
학교졸업후 무역회사에 근무, 한국보다는 오히려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많이 살았고, 어렸을때부터 일본 가수를 좋아하다 보니 결국 불혹의 나이에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일본유학을 결심, 올해 5월부터 일본에 눌러살게 됬단다.
방사능때문에 외국에서는 꺼려하는 분위기인데 결심하기 어렵지 않았느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정말 현지에 와보니 한국 유학생들은 거의 빠져나간 상태고 중국인들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선택한 일본행이었기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모든건 다 제 운명이 아니겠느냐고 대답한다. 내일 어학원 시험이 있는데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 기운이 용솟음친다며...무작정 달려온거란다. 앞으로 일본에서 뭘하고 살건지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지만 잘 될거라고 막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사십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혼자 도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가 정말정말 대단해보였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것 같았다.
그녀가 아마 한국에 살았다면, 가정주부가 되어, 애들 학교문제나 잔뜩 고민하면서 생활스트레스에 찌들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젊었을때부터 이미 글로벌한 생활을 해왔던 그녀...외국에 살거나 외국의 문물을 접한다는 것은, 스스로 고정관념을 깨고, 그만큼 여러가지 삶의 모습을 편견없이 볼 수 있고, 스스로 다양한 인생의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녀에게 주려고 일부러 가져간 꼬꼬면 한세트를 건네주고 이케부쿠로역앞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테레비젼을 틀어놓고 캔맥주를 마셨다.
이 나이에 전직이 가능할까...이 나이에도 내가 일할곳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허드렛일만 하고 있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고 있었던 자신을 돌아봤다.....과연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꿈이 있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인간은 무엇이든 해낼수 있는것일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용기일까??  

 이케부쿠로 역 앞의 부엉이 조형물 (이케부쿠로가  부엉이란 뜻이란다.) 옆의 파출소도 부엉이 모양이었음. ㅋ

 이케부쿠로 토요코인 호텔에서 바라본 도쿄 시내의 하늘...비가 갠 아침의 하늘...이렇게 맑고 상쾌한 도시의 아침이 방사능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