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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사투리가 멋진 남자이야기 - 커피하우스의 바리스타 박재정

사투리가 멋진 남자이야기
-드라마 커피하우스의 바리스타 박재정-


사투리, 매력적인 제 3 외국어?

요즘, 흥미를 끄는 캐릭터를 하나 발견했다.
아무래도...인간의 말투, 사투리라는게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경상도 사투리...
높낮이가 뚜렷한 장단의 노래를 부르는 듯 앞뒤 말을 끌어서 내는 억양에다 툭툭 던지는 듯 화가 나는 듯 쏘아 붙이는 것 처럼 들리는데도 왠지 듣기만 해도 재미있다.
 딱히 그 지역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그 동네 남자분들로 치자면 무뚝뚝하기로 정평이 나있는데도  웬지 친근한 느낌에 속정 깊은 사람냄새가 난다.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ㅋㅋ

어떤 여자애가, 서울 도심의 근사한 커피숖에서 멋진 바리스타남성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그 남자는 벙어리라는 소문이다. 매사 인생에 적극적인 이 여자애는 수화까지 배워서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그 남자는 번번히 자신의 수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눈치....오히려 이 여자가 왜이러나 하는 눈치....그래도 성격좋은 여자애는 포기하지 않고 마주칠때마다 열심히 손짓발짓을 시도하던 어느날... 갑자기 그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온다. 그것도 터프하고 굵은 경상도 사투리가.....
그러니까, 이탈리아 유학파 바리스타셨던 저 남자분께서는, 사실 커피숍의 분위기와 너무나 안어울리는 자신의 사투리를 숨기고 싶어서 평소 말이 없이 과묵하게 지냈더랬는데 그게 직원들한테 벙어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고 그 여자애는 진짜 벙어리인줄 알았던 거지. 

내가 사투리를 쓰는것도 아닌데 뭔가 공감이 가는게....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분이 내게 들려줬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분도 경상도 사투리가 무척 심한 분이었는데, 자칭 꽃미남의 외모로 그래도 대학때 여학생들이 자기 얼굴을 한번 보고 나면 좀 쫓아다녔다나 어쨋다나....그런데 그 분이 어느날 꽃잎날리는 교정벤치에 혼자 무릎을 꼬고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수려하여 마치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 같아, 어떤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는데 문뜩 튀어나온 자신의 한마디에 확 깬듯한 표정으로 그냥 가버렸단다.   

 "....와예? 와 그라는데예?(로버트할리버전) "

이쯤 되면 저주받은 사투리일것도 같지만, 그건 사투리를 빙자한 신세한탄 억지변명인것 같고, 하여간 사투리가 심해서 아예 말을 안해버리는 경우가 주위에 실제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사투리?  걱정 마시라....사람에 따라서 멋지게도 들리니까....

착각은 연애의 시작

어쨋든, 그리하여 서로 어색하지 않게 인사 정도 하면서 지내게 된 두 남녀. 
우연히 버스안에서 만나 옆자리에 앉게 된다. 마침 이어폰을 꼿고 음악감상 중이시던 이 남자를 보고, 여자 왈,
나도 음악 들어야겠어요...하며 자신의 엠피쓰리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는 순간,
이 남자 갑자기 자기 귀에 꼽혀있던 이어폰 한 쪽을 빼서 이 여자 귀에 쏙 집어 넣어 꼿아 주는게 아닌가.   

당황한 여자애의 마음속 대사 ...
" 어? 이게 아닌데...."

좀 의외스러웠지만 웬지 흡족한 듯한 얼굴의 그 남자의 마음속 대사....

"가시나...노래를 같이 듣자고 대시하네. 대범하네..."

만난지 며칠 안된 두 남녀가 갑자기 마치 여러번 데이트한 연인처럼 나란히 하나의 이어폰을 꼽고 가는 민망한 상황을 시작으로, 이 여자가 나한테 마음이 있구나 착각하기 시작한 그 남자는 자신의 사투리처럼 우직하고 터프하게 때로는 귀엽게(?) 이 여자에게 들이대기 시작한다. 

두 남녀의 전화씬 http://gall.dcinside.com/list.php?id=pjj&no=3057&page=1&bbs=
출처 :  박재정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선생님 드시는 커피...가져다 주실 수 있어요?
그카죠 뭐..그기 뭐 어렵딱고

고마워요. 그럼 제가 나중에 한턱 쏠께요.
영화!
아 영화로 한턱 쏘라구요 그럴께요
언제요?
아  영화 언제 쏘냐구요?
오늘! 오늘 커피갔다줄수있는데
오늘 영화도 보자구요? 근데 제가 일이 언제 끝날지 몰라요. 불규칙해서..
심야!
네? 심야영화보자구요? 그러죠 뭐...
그카면 이따가....조아요 조아요...예예...


그러나, 실은, 여자는 상사로 모시는 성질드럽고 까탈스러운 소설가선생을 은근 좋아하고 있었으므로,
이 커플의 연애전선이 그다지 밝아보이지는 않지만, 
월드컵으로 2주나 방송이 중단되어 아직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랑은 말 그대로 잡을려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자블라니" 같은 것이고,
골키퍼는 아직 포지션도 없어 수비할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과연 갱상도 사나이의 뚝심으로 그가 어디까지 어떻게 밀어부칠것인지, 막강한 경쟁자인 소설가선생과는 어떻게 될것인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그건 그렇고 저 구렛나루 털털한 갱상도 사나이 바리스타군이 실은,
선덕여왕 미실의 첫사랑 꽃미남 사다함이었다니...
그 놀라운 이미지 변신에 경의를 표하고 이쪽이 훠얼씬 낫다에 한표를 던진다.

뭐 개인의 취향이지만,
요즘은 웬일인지, 시청률 빵빵한 화려한 대하사극이나, 입지전적 영웅드라마, 스펙타클한 전쟁드라마보다...
다소 뻔한 내용이지만,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고르게 된다. 소박하지만, 주위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발견하고 박장대소 할 수 있는 것, 소소한 일상들이 만화인듯 현실인듯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게 풀리는 실타래같이 따듯한 느낌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일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