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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신데렐라, 유리구두를 집어던지다 -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


 

신데렐라, 유리구두를 집어던지다!

-SBS드라마, 나는 전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 모든 여자의 가슴 한구석에는, 돈 많고 잘나가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흑심이 숨어있다. 재벌까지는 아니더라도 돈 많은 남자, 돈이 없다면 능력이라도 많은 남자...


그리고 여기에 그런 여자의 로망을 대변하듯, 돈도 없고 가방 끈은 짧지만 일순 화려한 연애질로 운 좋게 그런 남자를 물어 신데렐라가 된 여자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매일을 고급 에스테 피부관리로 항상 20대같은 미모를 유지하고, 사방에서 사모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보통 여자들은 세일 때나 짝퉁이 아니라면, 가져보지 못하는 명품 가방과 구두, 드레스를 입고 평범한 사람들은 가보지도 못하는 고급 사교모임에 꿈같은 생활을 할 줄 알았던 그녀가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다 버리겠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그녀의 이혼선언에 놀란 친구들...그녀의 방에 모여서 밤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그냥 사모님 소리 듣고 참고 살면 되잔아. 바보 같이 왜 이혼을 해. "


"돈 펑펑 쓰고 사는거 살아 보니까 별거 아니야. 기사 딸린 외제차, 수천만원짜리 휘트니스 회원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남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댁에서 나를 어떻게 대우하는지 너는 모를 거야. 만원짜리 찜질방에서 신랑이랑 같이 계란 깨먹고 식혜마시는 니가 얼마나 부럽던지.... "


"이혼하면 뭐 먹고 살려고? "


"아. 그냥 밴드 잘되면 그거나 하지 뭐. 난 기타치고 노래 부를 때가 젤 행복해. "


"아휴~ 철딱서니 없는 년. "


"그래도 언니는 왕십리 전설이었잔아. 맘만 먹으면 지금도 남자 한트럭은 꼬실 수 있잖아. "


"아니, 더 이상 사내놈 뒷꽁무니에 기대서 사는 비겁한 짓거리는 하지 않을 라구. 전설희로 살고 싶어. 그냥 나로...전설희로 살려구.... "



보통 드라마의 해피한 결말은, 재벌아들과 파란만장한 연애 끝에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더라로 끝나는 것이었거늘, 이 드라마의 시작은 이혼선언.

아무리 사랑이 위대하고, 죽자 살자 애절했어도, 유통기한을 넘으면 변하기 시작하는 통조림처럼, 연애의 종착역이라 일컫는 결혼 그후, 10년이면 강산이 변함과 동시에 굳게 믿은 마음도 변하는데...하물며 억지춘향으로 사고쳐서한 결혼에 남자 집안 돈 많은거 하나 믿고 부잣집에 덜컥 시집 와버렸지만, 결국 남편이 안 쳐다보니 긴 밤 혼자 허벅지나 찌르면서 시댁에서 무시까지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면야 아무리 명품으로 방안을 가득 채운다 한들 그것도 못할 짓이겠지.


결국, 신데렐라는 그렇게나 모든 여성들이 동경하는 부자집 사모님을 포기하고 신고 있던 불편한 유리구두를 벗어 집어 던져버린다.

그리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왕자한테 기대서 살고 싶지 않다고. 다시 재투성이로 돌아갈지언정 맘 편하게 나의 꿈을 찾아서 나답게 살겠다고.


어허~ 그러고 보니 이 드라마, 뭔가 새롭다.

이혼을 선언한 주인공 전설희는 이제 남자 따위에 기대하지 않고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고 하는 듯하다.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란, 항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남주인공들이 알아서 좋아해 주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그저 예쁘게 울고 있으면, 어디선가 짱가처럼 나타난 남주인공들의 도움을 받으며 쑥쑥 성장하는 캔디였거늘, 남편과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에린브로코비치라니....이거 대단하지 않은가....

게다가 아줌마가 주인공이면 항상 불륜 아니면, 가족 시트콤 아니었던가?

아무리 삼사십대 아줌마들이 떼거지로 나와도 결국은 남편 얘기, 애들 얘기만 늘어놓은 채

언제 자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한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약속한 듯, 알콩달콩이거나, 지지고 볶거나, 미우나 고우나 그저 우리집 가족이야기 뿐이던 언니들이 드디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듯하다. 게다가 놀랍게도 여태 본적도 없던 아줌마 밴드보컬이라니....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엉망이 되는 집안 꼬라지와 밥해주랴, 간식해주랴, 공부시키랴 온종일 뒤치다꺼리가 끝이 없는 애들을 남편에게 맡긴 채 핫팬츠 망사스타킹에 빤짝이 티셔츠를 입고 지하 연습실에 모인 30대 언니들이 밴드를 연주한다.

남편이 보면 이 놈의 마누라가 걱정되겠고, 시어머니가 알면 몹쓸 며느리 때문에 창피하고 망측해서 놀래자빠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일까.

이 아줌마들이 너무 멋져 보인다.

카라나 소시보다 백만배는 더 후줄근하고 촌스럽고 투박하고 서툴기 짝이 없건만....

이 언니들의 연주에 갑자기 신이 난다.

잊고 있었던 80년대 록음악의 익숙한 박자와 멜로디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리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며 옛날의 팝송가사가 떠오른다. 

10대시절 쫓아다녔던 록밴드가 생각나고, 갑자기 가슴이 벅차고 두근거린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마흔이 넘은 나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만 같다.

나도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잃어버린 내 꿈을 찾아서 내 이름 석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그렇게 전설희처럼 외치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진정한 여성의 삶을 이야기 하는 드라마가 나온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