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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애인보다 시민을 사랑한 여성의 이야기 - 드라마 시티홀

출처 : 디시인사이드 시티홀갤러리

드라마속 두 사람의 평소 분위기는 절대 저렇지 않다.
자지러질 정도로 코믹하고 발랄한데...
오늘 저 장면은 정말 감동스러웠다.

남자는 정권의 실세밑에서 커온 엘리트 정치인
여자는 시청에서 커피를 타던 말단 공무원....

일찌기 허드렛일은 도맡아 하던 말단 여직원에게는 커피와 정치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커피와 정치는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빠질수록 돈도 버리고 몸도 축나며
거품이 많을수록 양이 적으며
다수가 좋아하는 커피가 꼭 좋은 커피는 아니란다. 

그러던 그녀가 어쩌다가
뇌물을 받은 현직시장을 고발하고 사퇴하게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의 일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헌신적으로 도와주며
모르는 동네주민이 없는 마당발에
평생 밴댕이를 파는 홀어머니와 함께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던 여자는
어느날 뜬금없이 시장선거에 출마한다.

정치와 연애...
서른여섯이 될때까지 적지 않은 남자들을 사귀어봤지만 항상 차이기만 했었다. 
한결같이 너무 남자에게 퍼주기만 해서 연애의 밀고당기기를 못했기때문이지만
시장이 된다해도 절대 시민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으리라...
애인에게 해왔듯이 한결같이 잘해주리라.
대신 빛을 갚고 대신 욕을 먹어주리라.
그러나 내가 먼저 차지는 않겠노라.
근사한 공약으로 허황된 약속은 할수없고
해마다 계속되는 쓸데없는 공사는 아예 하지 않으리라.
절대 뇌물따위는 받지 않겠다는것. 이것 하나만은 약속하리라...
단지 저 여자가 시장이 되서 한가지는 좋았다...고 생각할수있도록 하리라....
결국 그녀는 야합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기적처럼 시장으로 당선된다. 

그러나 첫출근한 시청에선 모두들 그녀를 왕따시킨다.
커피나 타오던 무식한 여자가 시장이 됬다며 대놓고 모욕을 주며
임원들은 새로운 시장을 엿먹이기 위해 전부 사표를 던진다.
이제 그녀를 향해 온갖 시련들이 다가온다.

불안한 마음에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자기가 이 도시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하나씩 그려본다.

저쪽엔 대학병원을 세워서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수있게 하고...
저쪽엔 밤늦도록 불꺼지지 않는 도서관이 있는 대학을 만들어 인재들이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공부할수있게 하고..
저쪽엔 가스시설을 만들어 난방문제를 해결하고...
또 저쪽엔 일하는 내 친구같은 어머니들을 위해 공원같이 근사한 탁아시설을 세우자...

많은 시민들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만들려는 여자..
마주 보지 못하고 같은 곳을 응시하는 두 남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설계한다.

프로 정치인이 되기위해 정략결혼도 마다않는 남자와의 사랑은 이루어질수 없는 것일까
여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할뿐이라는 남자의 본심은
가만히 그녀를 껴안은 그의 눈물에 있었다.

그동안 여태껏 드라마속에서 보아왔던 수많은 남녀의 이기적인 사랑놀음보다 
같은 곳을 응시하는 저 둘의 은은한 사랑이 몇배는 더 훌륭해보인다. 

없는 사람 잘살게
있는 사람 베풀게 하겠다는....
그녀의 정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