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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난 어머님이 아닙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는데 직원 왈

" 어머님, 이 건 서고용이니까 입구에서 반납하셔야 되요 "

 나보고 어머니랜다.

뭐 외모로 볼땐 애 하나쯤 있을듯한 연령대로 보이는건 맞지만서두 난 아이가 없는 지라 어머니란 이런 호칭을 들으면 사실 좀 거슬린다.

단지 도서관뿐이 아니다. 백화점에 가도, 슈퍼에 가도, 옷가게에서 어른 옷을 살때도 난 어머님이 된다. 도무지 어머님이라는 말을 빼고는 30-40대 여성을 부를 대명사가 없는 것일까. 뭐 그렇다 치자...내 나이의 대다수 여성들이 어머님일테니까....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수도 있겠지만 내가 가는 거의 모든곳에서 난 어머님이 되버린다.

어머님이라는 말이 나쁜것은 아니다. 아마 상대방은 친근하면서도 가정에서 사회에서도 존경받는 어머니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그 대명사로 불렀을것이다. 하지만 왜 나이먹은 여성은 모두 어머님이 되는건지...마치 나이 먹은 여성은 모두 결혼을 했고 모두 아이가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들린다. 이건 아마 노처녀가 아줌마로 불리는 것 만큼 거슬리는 호칭일거다.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사람들은 특정 군집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호칭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모든 사람은 이런 특정 군집에 소속되는게 당연한 것처럼....

나이가 어려보이면 학생, 부동산이나 은행같은 곳에 가면 사모님, 술집같은 곳에서 써빙하는 여성은 언니나 이모...

어떤 외국인이 우리나라 술집에서 이모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가게 주인이 진짜 친척인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그 외국인은 한국인들이 가족처럼 친근한 호칭을 부르는게 좋아보인다고도 했다. 친근하게 부르는 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동체적인 습관이 강하니까....

 

일전에 한 드라마에서 무능한 아줌마를 똥떵어리라고 불러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대사였지만 개인의 노력이전에 우리사회는 각기 다양한 개개인의 존재를 인식하는데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저 무턱대고 특정 집단에 소속된 대명사로 싸잡아 부른다.  

 난 기혼녀지만 어머니는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어머니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나처럼 아이가 없는 기혼녀의 정체성은 한국사회에서는 안드로메다 외계인 수준이겠지만 나이먹은 여성이 모두 어머니가 아닌것만은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는 회원님, 은행에서는 고객님, 백화점에서는 손님...직장에서는 000씨...

이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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