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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을 치다

빈의자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목탄이라는건 처음 만져본다. 아직 2회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은 풍경사진을 보고 그리는거였는데 난 빈의자가 있는 산책로를 택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에 빈의자라는게 있다. 마음속에 두고 있는 사람이 빈의자에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향해 말을 하는거지. 
저 의자에 앉히고 싶은 누군가는 없지만 텅 비어있는 채 놓여있는 의자는 꼭 내 모습을 보는것같다. 
그리고 쭉 뻗어있는 길을 난 좋아한다. 내 이름에 영(永) 자가 있어서 그럴까. 아님 내가 어떤 길을 가야한다고 쭉 생각해와서인가. 물론 저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 수 없다. 
박광정이라는 배우가 암으로 죽었다. 우리 아버지도 내장에 암덩어리를 단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면서 굳이 처방같은건 하지 않은채 그냥 제명에 살다가 죽었다. 나도 그럴지 모르겠다. 

요새 테라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독서치료...일본여자들이 욘사마를 보고 열광했던것도 드라마 테라피의 효과라지. 암튼 뭐든간에 몰입할수있고 위로가 될수있는건 다 테라피의 매개가 될수있나보다. 

세상엔 참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세상에 고개를 내밀수록 내가 서있는 위치를 더 확연히 깨닫게 되고 뭐든 할 수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긴했지만 벌써 사십대로 접어들고 보니 결국 난 강가의 자갈에 불과했단 생각을 하게 된다. 기가 죽지는 않지만  현실이라는게 묵묵히 다가온다. 남과 비교해서 잃어버리는 자신감이 아닌 남과 내가 다르다는 자존감을 갖고 나이를 먹는다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닌것같기도 하다.

결국 가야 할 길은 항상 까마득히 멀지만 지나온 혹은 앞에 펼쳐진 그 길들이란게 얼마나 아름다운건지....그것을 알기위해 사는것일까.

나에겐 여기까지로구나  어떤길에서 발길을 멈추게 되더라도 그저 후회없이 웃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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